먼저 온 미래 by 장강명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직업이 8천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AI가 새롭게 만들어낼 일자리 역시 6천만 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인구의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일자리가 줄어들 즈음에는 AI의 발전이 다행이라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없어진다’는 말보다 ‘변한다’는 표현이 이 시대를 더 정확히 설명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바둑을 꼽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바둑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세돌이라는 바둑의 한 시대를 대표적인 인물이 은퇴를 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전해진 일부분이었을 뿐, 많은 프로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알파고 대전을 해설했던 박정단 9단은 경기 직후 “다리가 후들거려 한참을 앉아 있어야 했다”라고 회상했다고 한다. 예술이라고 칭해지던 바둑의 영역이 하루아침에 기계라는 변수를 맞이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변화가 바둑계에 밀려들어왔다.
그때 느꼈을 프로 기사들의 심정을 완전히 헤아리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바쳐온 일에서 은퇴를 하게 되어도 그 변화를 수월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인생을 바쳐온 바둑 세계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천재지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이제 바둑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확장되며, 예술·교육·법률·의료 등 수많은 영역에서 비슷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때로는 달갑게 때로는 달갑지 않게 느껴지고 있다.
많은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기계가 대체하게 되는 영역이 많아 지겠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계산기가 인간보다 빠르다고 해서 수학이 사라지지 않았듯이 AI를 그저 또 하나의 영리한 계산기라고 생각해 보면, 오히려 기계를 잘 ‘활용하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꽃피워 나가게 될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