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UTS by Charles M. Schulz
스누피는 1950년에 등장해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찰리 브라운, 루시와 라이너스 반 펠트, 슈로더 같은 캐릭터들에 익숙한 우리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한 번쯤 접하면서 이들과 함께 자라왔다. 어렸을 때는 그저 귀엽고 웃긴 만화였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들여다보면 또 다른 관점으로 캐릭터들을 바라보게 된다.
찰리 브라운은 늘 실패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는 고집불통이다. 루시는 자기 맘대로 안 되면 심통을 부리는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라이너스는 누나 루시에게 줄곧 당하고 살면서도 뭐든지 잘하고,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지만 담요를 놓지 못하는 불안과 결핍의 모습을 보인다.
찰스 술츠는 이 아이들을 모습을 통해 인간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진솔하게 담으며 때로는 가볍게 웃게 만들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면서도, 언제나 간결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중에서도 스누피는 가장 독특한 존재감을 뽐낸다. 말은 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의 주변에 항상 함께 하면서 그들의 모든 감정을 느끼고,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잘 세워나간다. 그런 스누피를 보고 있으면, 어쩌면 이 중에 가장 현명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웃다가, 자연스럽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찰리 브라운의 외롭고 실패가 두려운 모습은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일 수도 있고, 루시의 제멋대로인 성격은 익숙한 누군가를 닮아 있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우리 각자가 놓지 못하는 작은 우상인지도 모르겠다.
50여 년 만화가 연재되는 동안 캐릭터들은 자라지 않았지만, 어쩌면 저자는 우리 인간이 끝내 완전하고 완벽한 어른이 되지는 못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지도 모르겠다. 몸이 자랐다고 모두 저절로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애써 버티며 살아가다가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아이와 같이 정신연령이 낮아져 버리고 만다. 멋있고 좋은 모습만으로 살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려 애쓰는 태도, 그 과정 자체가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스누피와 친구들은 오늘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우리를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