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의 피식자
한자로는 묘(猫)라 하고 식육목 고양이 과의 포유류에 속하는 고양이는 야행성으로 단독으로 먹이를 잡으며, 먹이가 다가오기를 가만히 기다리거나 소리 없이 먹이에 다가가서 사냥한다.
틀렸다. 고양이는 박명박모성이라 했다. 정확히는 어둔 밤이 아니라 황혼이나 여명, 세계의 빛이 가장 약한 시간에 활동한다. 그렇다면 나는. 생물학적 견지에서 보면 영장류의 인간 과에 속하며 주행성인 주류종과 구분되는 박명박모성 동물이다.
박모는 저녁의 어둠의 시작으로 땅거미라고도 한다. 박명은 일출이나 일몰 후의 잠시 밝고 푸르게 빛나는 남은 빛의 시간을 이르는 말이다. 군사적으로 박모는 아직 주간 행동을 할 수 있는 광명 상태이다. 영상학적으로 박명은 매직 아워라 불리며 광원이 사라져 그림자가 없는 아름다운 피사체, 주로 인간을 담을 수 있는 낭만적인 시간이다.
동물의 생태에서 어느 시간대에 활동적인지를 논한다면 그건 포식과 피식의 세계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일 것이다. 박명박모성의 포식자 고양이가 박명에 행동한다면 피식자인 생쥐 또한 같은 시간에 가장 예민하고 민첩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약하겠지.
나는 포악한 사냥꾼인 고양이와 한 집에 산다. 집 안에 드는 하루의 빛이 새 생명을 얻을 때나, 생명이 꺼져 갈 때, 나의 고양이는 가장 강하며 나는 가장 약해진다.
인간의 의무로서 나는 오늘도 집을 떠나 나와 고양이를 위한 하루치 노동을 끝마치고 들어오는 참이다. 주류의 인간은 주행성인지라 그들과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낮엔 대뇌의 움직임을 멈추고 육체의 움직임에 몰입하여 운동한다. 이것은 나의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다. 바람 또한 아니다. 그저 동물행동학적으로 나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동물일 뿐이다.
대문의 도어록 버튼을 천천히 누른다. 첫 번째 숫자를 누른다. 금방 고양이는 테이블에서 뛰어내렸다. 두 번째 숫자를 누른다. 나의 고양이가 한 발짝 다가온다. 세 번째 숫자를 누른다. 한 발짝, 소리가 커졌다. 네 번째 숫자를 누른다. 문 앞에 멈춰 섰다. 다섯 번째 숫자를 누른다. 미야아아아아아아오옹.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낮과 밖의 피식자인 나는 밤과 안의 피식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