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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Park Sep 21. 2020

첫번째 미션이 주어지다

Jay이 좌충우돌 캐나다 영주권 및 취업 도전기

캘거리로 돌아 온 날은 2019년 11월 28일이었고, 다시 카를로스로부터 진행 이메일이나 전화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였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기다림은 깜깜한 터널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메는 모습이 아닌 기차에 타지는 않았지만 기차표를 예매하여 프린팅을 끝내고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올 날짜를 기다리는 처지였기에, 좌절보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날이다.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고 있던 시점이다. 나는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낭보를 기다리고 있었고, 12월 20일 경이었다. 카를로스로부터 전화가 내 휴대폰으로 걸려왔고 향후 절차에 대하여 알려 주었다.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절차는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또한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은 역시 워크비자를 발급 받아 정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미국 비자는 내가 캐나다 시민권자라면 NAFTA 협정에 의하여 타 국가보다 어렵지 않게 워크비자를 이른 시간에 받을 수 있지만 나의 현재 신분상태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캐나다 영주권자이다. 따라서, 모든 절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미국 워크비자를 신청하여 비자를 발급 받고 입국하는 길 밖에는 없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미국과 한국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무비자로 입국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물을 수 있지만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 많은 남미,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을 넘어 대책없이 미국에 도착하지만 무비자 상태의 불법 입국은 제대로 된 삶을 살 수가 없다.



미국 워크비자는 H1B Visa 인데, 미국으로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이다. 이 비자는 받기 쉽냐고? 아니다... 이 비자는 학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뽑힐 확율이 지원자 중 10% 정도이어서 상당한 경쟁율이다. 석사나 박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2번의 추첨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학사 학위 소지자 보다는 1차에 약 3만명 정도 뽑는데, 이때 낙방 시 한번 더 제비뽑기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므로 뽑힐 확율은 높다. 그렇지만 해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이 비자를 지원하지만 1/3 정도의 숫자만 패스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러면 일정 상 어떻게 되는 것인가? H1B VISA를 도전할 수 있는 시기는 매년 4월 1일 이전까지 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한 후, 1차 학사+석박사 지원자 추첨 후, 2차 석박사 추첨이 끝나면 4월 말에 추첨자 발표가 있고 이후 서류 제출 후 서류 검토 후 문제가 없으면 합격 통지를 6-7월 정도 알려주며,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날짜는 그 해 10월 1일부터 였다. 그렇다면, 미국회사에 일을 하기에는 아직 11개월이란 시간이 남았고, 그것도 학사 학위 소지자로서는 10%라는 관문을 뚫어야 할 상황이었다. 가장 빨리 일할 수 있는 날짜는 내년 11월이었기에, 나는 또다시 내 앞 길에 먹구름이 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카를로스와 전화로 이러한 내용을 전달 받고, 당장 해결 방법이 없어서인지 이민 변호사와 얘기해 본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여러 방면으로 미국에서 일할 방법을 인터넷, 아는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 해 보았지만 결국엔 H1B VISA 지원 후 일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며칠 후 카를로스에게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카를로스 왈, "어차피 워크비자를 받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1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캐나다에 회사를 하나 설립하여 우리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하자!" 였다.


내가 보기에도 이 방법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정식으로 워크비자가 나올 때까지 캐나다에 머무르면서 캐나다 현지에서 일을 하면서 가끔 미국을 방문하여 출장 형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행히 카를로스 회사는 캐나다에 전기차 충전기를 2019년 중반기부터 납품을 시작하고 있었고, 캐나다 고객 대응 및 필드 지원 등 할 일도 산재해 있었기에 카를로스 역시 이 일을 먼저 시작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나 역시 그 제안이 나의 처지에 가장 맞는 업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난재는 해당 업무를 신속히 익히고 제품에 대하여 자세히 트레이닝 및 자료 공부를 해야 했는데 잠시간의 미국 출장으로는 방대한 양의 내용을 숙지하고 고객 대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런 걱정은 무조건 부딛혀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지금까지 고생했던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우리 둘은 전화로 모든 것에 동의를 하였고, 곧 첫번째 미션이 Field Maintenance Head인 Dave로부터 주어질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날짜가 크리스마스 이틀 전날이었고 이브날 Dave로부터 장문의 미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도착하였다. 아, 이제 드디어 나에게 첫 업무가 주어졌다.



캘거리로부터 밴쿠버까지 설치되어 있는 회사 충전기마다 방문하면서 소프트웨어와 테스트를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12월 26일 렌트카를 빌려 우선 캘거리 주위와 Medicine Hat이라는 도시까지 점검을 마치고 캘거리로 돌아왔다. 캐나다의 12월 말은 정말 추워지는 시점이었다. 가능한 차 안에 오래 머물고 정비, 테스트 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여야 하였다. 더군다나 나의 발가락 끝은 쉽게 동상을 잘 입는 피부여서 더더욱 조심을 하여야 하였다.

다음 일정은 밴쿠버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방문해야 했던 지점은 약 14군데 였지만 캘거리에서 밴쿠버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1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중간 중간 도시에 설치된 충전기를 점검하고 가야했기에 밴쿠버까지 가는 시간만 3일 정도 잡았고, 빅토리아 아일랜드까지 배를 타고 들어가서 점검 후 다시 캘거리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치면 일주일은 최소한 걸리는 일정이다. 그런데, 밴쿠버로 가기 전 캘거리 근처 위치한 4개 지점부터 정비를 시작하란다. 내 이전 직업이 전산 프로그래머이다 보니 첫번째 미션 내용을 접하였을 때 내 정도의 지식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만한 미션이었지만 전기를 다루는 일이라 조심 또 조심하라는 Dave의 신신 당부였다.


1월2일 렌트카를 예약하여 드디어 캘거리를 출발하여 밴쿠버로 항하였다.

카를로스와 미리 얘기했던 일정은 1월 7일까지 모든 작업을 완료 후 1월 8일 비행기로 한국으로 들어가 이사 준비 및 가족들과 캐나다로 향할 준비를 마치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도 모두 발권을 마쳐놓은 상태였기에 일정을 하루라도 늦출 수가 없었다. 사실 1월 2일 출발하여 7일까지 돌아오는 일정은 정말 빡빡하였지만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어느 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익숙치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한 두번 해 보다보면 숙달이 되어 일의 진행속도는 무척 빨라진다. 첫날 캘거리를 출발하여 캔모어, 골든, 레벨스톡, 살몬암까지는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다. 결국 저녁 8시께 도착한 곳이 켈로나 였다. 일정보다 반나절은 빠른 속도였다.


다음 날, 3일 메릿을 거쳐 에보츠포드, 써리, 노스 밴쿠버까지 점검을 마쳤더니 밤 10시가 되었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렌트카를 배에 태우고 건너갔다가 다시 나오는 일정인데 아침 첫 배는 6시 45분이었다. 오랜 운전으로 인한 피곤함도 잊는 채 아침 4시에 기상하여 호텔을 체크 아웃하고 배 시간에 맞춰 나나이모로 이동을 하였다.


아침 첫끼는 나나이모의 맥도날드에서 breakfast로 떼우고 바로 점검에 들어갔다. 약 1시간 가량 점검을 마치고 빅토리아로 이동하는데 섬이 워낙 커서 북쪽에서 남쪽까지 차로 약 3시간이 걸렸다. 빅토리아 아일랜드는 휴향지로 유명하고 국제 공항까지 있는 섬이다. 많은 캐나다 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태평양과 맞닿아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곳이다. 따라서, 전기차 또한 적지 않은 곳이다.


빅토리아에서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밴쿠버로 돌아오는 저녁 7시 45분 배에 차와 내 몸을 실었다. 이렇게 4일 하루는 후딱 지나갔다. 다음 날은 랭리에서 점검을 마치고 다시 캘거리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5일 아침에 출발하였는데,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이틀이나 빨리 진행이 되었다. 전화로 상황을 Dave에게 보고를 하자,


"Are you a Superman?" 이냐고 질문이 되돌아 왔다.

속으로 내가 일 처리 속도가 빠르긴 하나 보다 생각했고 나름 인정을 받으니 흐뭇했다. 차를 11시간 넘게 몰았지만 너무 피곤하여 BC주 끝자락의 골든에 있는 호텔에 투숙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조금 늦게 일어나, 오전 11시에 출발하여 드디이 캘거리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 정도였다. 이렇게 나의 첫 미션이 끝났고 그동안 수행했던 일을 정리하여 리포트하여 보냈고, 리포트를 본 Dave와 Carlos, Staff 들이 모두 꼼꼼한 정리와 테스트 결과에 만족해 했다. 이런 리포트 역시 대기업에 다니면서 수없이 보고서 올렸던 시절부터 몸에 배여온 것이었고, 새로 잘해야 겠다는 각오가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내지 않았나 싶다.


참, 12월31일자로 새로 입주한 타운하우스 얘기와 그 동안 짧았지만 같이했던 엘리자베스 백인 할머니와 그 남편과의 이별 얘기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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