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센터 Feel good 이용 후기 - 학교는 당신을 신경 쓴다.
한국으로부터 봄꽃 소식을 들었다. 여기 스웨덴에 꽃 소식은 아직이지만 해도 길어지고 날도 많이 풀리면서 점점 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처음 겪는 스웨덴의 겨울은 들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적은 일조량, 그 마저도 해는 지평선 저 어귀를 어슬렁거리다가 진다. 올해는 특히나 구름이 많이 껴 정말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적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면, 현재 내가 공부하는 분야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수학에 조금 더 가까운 학문으로 학부 전공인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과는 접점은 있으나 여전히 거리가 있다. 물론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버거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까지 더해져 극외향적 성격인 나는 조금 더 힘들었었다
유학 생활을 하며 우울증, 혹은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유학을 오기 위하여 투자한 돈과 시간, 또 포기하고 온 수많은 기회들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시기를 어떻게 해서든 헤쳐나가야 한다. 이 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생 상담 센터에 관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예테보리 대학교를 비롯한 스웨덴의 많은 학교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아래 링크는 대학별 student healthcare 링크이다.
Gothenburg(Student healthcare – Student Portal (gu.se))
KTH (Contact Stockholm Student Health Services | KTH)
Lund (Student Health Counselling | Lund University)
예테보리 대학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여러 번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Feel good이라는 상담 센터를 소개하였다. Feel good은 학업 스트레스 등 학업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상담과 치료를 제공해 주는 기관으로 다른 개인적인 문제나 병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제한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국제 학생들이 스웨덴 자국 학생들보다 의료 기관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서포트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서비스들 중 이번에는 내가 이용하였던 스트레스 상담 서비스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우선 경험을 나누기에 앞서 누군가가 본인이 가장 멍청하고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건 당신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않고 상담 센터나 병원 등 전문가에게 도움을 꼭 청하기를 바란다.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상담 센터를 찾았던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사실 결코 그만두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더 잘하고 싶어서, 이겨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나는 12월 중순에 처음 상담을 시작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고 있다. 상담은 주로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에게 있는 어떠한 문제에 대한 해결 전략을 제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가끔 그 전략은 누구나 아는 해결책일 때도 있고,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일 때도 있다. 이 상담의 가장 좋은 점은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 곳에서 누군가가 나의 힘든 이야기를 듣고 신경을 써 준다는 점. 이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그 사람이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첫 상담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으며, 대게 나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몇 가지 질문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한 것도 있었으며, 몇 가지 질문은 질문을 듣고 잠시 멍해질 정도로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혹시 본인은 어떤지 아래 질문 리스트에 대답하며 확인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질문 리스트
1. 식욕
2. Social connection (In Korea)
3. Social connection (In gothenburg)
3. 체중(감소 혹은 증가)
4.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이 처음인지. 그렇다면 수업을 따라가는 것에 어려움은 없는지
5. 혼자 사는지
6. Depression (어떠한 패턴이 있는지)
7.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을 때
8. 왜 혼자만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9. 어떨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10. 스웨덴이 마음에 드는지
11.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12. 잠은 잘 자는지
13. 운동
보통 한 가지의 습관이 만들어지는 데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를 감싸고 있던 우울과 불안, 그로 인한 생활 습관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네 번의 상담으로 나는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나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해결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상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조금 더 자세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담당자분은 Feel good 외에도 Student counsellers와 Teacher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본인의 상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상담할 것을 권했다. 덧붙여 현재 상황이 우리에게 고립감을 주며 많은 국제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학교는 우리의 건강을, 특히 정신 건강을 매우 신경 쓰고 있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꼭 꼭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
커버 이미지 출처 : Help a Friend Get Back in the Game | Dr. Phil Maffe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