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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방앗간 Jan 08. 2023

갑질은 약속을 깨뜨리는 것

광고주와 대행사의 약속이 깨져버렸다


올해 1월 초 비딩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으레 비딩에서 떨어질 수 있는 게 광고업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필자가 황당했던 건 아무 대행사도 선정하지 않았다는 연락이었다. 차라리 다른 대행사가 선정되었다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 심정이다.


프로젝트가 무산된 것도 아니었으며,

공식적인 정식 비딩이었으며,

연매출 1,000억 원을 하는 유명한 회사가 이런 결정한다고?


2022년에는 연간 150억 규모의 광고비를 사용했고, 연간 50~70억 퍼포먼스 규모로 도전해 볼만한 프로젝트로 탐나는 부분도 있었다. 원래 필자의 회사에서는 비딩을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전문 퍼포먼스대행사보다는 네임밸류나 래퍼런스 면에서 힘들 것 같다.

2. 연말 비딩이 겹쳤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반대의견도 있었음

3. 배너제작비를 받지 않는 이력과 매체수수료 조건이 안 좋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비딩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다음과 같았다.


[브랜드사 대표가 전달한 메시지]

1. 회사의 네임밸류를 보지 않겠다.

2. 회사소개와 래퍼런스도 제안서에서 제외

3. 단가와 매체수수료도 제안서에서 제외

4. 오로지 크리에이티브만 보겠다.


크리에이티브와 전략, 인사이트하나만큼은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생존형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정말 다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에 자신이 있었다. 제안서 제출 전 임원의 피드백도 좋다고 평가를 받았고, 나름 자신이 있었다. 또한 하반기 대행을 맡은 SNS파트에서도 모든 부문에 운영 성과를 확실히 내었기 때문에 더욱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배너 약 20여 종, 모션 영상배너 준비, 숏 영상까지 크리에이티브 수자체만 봐서도 타 대행사보다 압도적으로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PT현장에서 마케터들의 반응도 좋았고 다양한 방향과 영상까지 준비해온 회사는 필자의 회사뿐이었다고 추후에 전달받아서 더욱 기대감을 얻었다. 그리고 결과 발표도 PT 2일 뒤에 빠르게 발표한다고 하였다. 금요일에 발표가 지연되고, 차주 월요일 발표지연을 안내받은 후 2일 뒤에 아예 선정이 안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화나는 것 같다.


- 브랜드사의 대표는 광고대행사 대표를 경험했던 대표

- 성과를 내었던, 수상까지도 했던 대행사를 버리고, 구두상 SNS 연장계약하기로 하여 촬영 및 콘텐츠 준비 바로 2일 뒤에 진행하기로 모두 잡아 놓음, 심지어 SNS 연간운영플랜도 제안.

- 비딩에 참여하지 않은 회사를 선정

- 발표가 미뤄지고 결국 SNS와 퍼포먼스 모두 미진행

- 기존 브랜드 마케터들의 보직이동


성과가 좋았던 SNS를 다시 전 대행사가 수행한다는 것이다. 전 대행사는 브랜드와 오랫동안 해왔던 업체라고 한다. 전 대행사를 비난,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다. 성과를 내 대행사를, 운영제안도 하였고 구두상 계약도 하기로 해서 1월 촬영과 콘텐츠준비까지 마친 상황에서 계약 불가통보를 한다고?

퍼포먼스 비딩은 참여한 대행사 중에 선정한 것도 아니었으며, 그 대행사는 비딩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10년간 대행업을 해온 필자도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하물며 스타트업이 아닌 그런 큰 브랜드사가?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다고?', '이걸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협력사들과 협상을 했으며, 짧은 기간 많은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높은 제작물을 내기 위해 내부 디자인팀과 영상팀의 수고, 그리고 기획자들이 함께 달렸던 대행사의 수고는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필자도 거기에 압박을 더한 것도 마찬가지다. 왜냐고? 정말 수주하고 싶었으니까! 거기에 비딩을 수주하기 위해 재직 중인 회사 대표님의 허락하에 회사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큰 메리트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FACT만 놓고 보자면, 비딩에 참여한 회사들을 모두 선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단순히 크리에이티브만 보겠다고 한 약속은 말뿐인 공수표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참여한 대행사들의 아이디어들만 가져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연 그 아이디어를 사용할지는 모르겠다. 다들 지켜보고는 있겠지.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는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그 라운드에서 싸우지 않고 승자가 결정되는 이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선택권이 없는 대행사는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전 한 대행사가 아이디어 빼앗긴 것에 대해 거기서 보았던 커뮤니티 댓글이 이었다. '돈 받는 대행사가 받아들여야지 입장 난처하게 생각 안 하고 그런 말을 내뱉은 게 잘못이다'


일요일 저녁에 글을 작성하며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한다. 광고를 한다는, 크리에이티브를 한다느, 전략을 세운다는, 우리가 하는 이 일은 휴지조각보다 못하는 건가?


브랜드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들도 정말 많이 힘이 빠졌을 것이다. 평가가 아닌 이런 결정이 나온다는 것은 결국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광고주의 하나의 갑질의 유형으로 생각한다. 이번 브랜드와 대행사간의 약속은 서로 경쟁하여 결과에 납득하는 그런 지극히 공정한 약속이었다.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브랜드의 마케터들은 퇴사를 한다고 한다.
광고업계의 어두운 면을 다시 보게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대행사'라는 드라마가 방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드라마 속 대행사들과 현실의 대행사들은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약속은 가벼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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