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는 고마운 존재
나는 책을 좋아한다.
취미가 독서가 된 건 대학교 3학년 때쯤부터. 엄마가 읽으라고 종용하던 청소년기 땐 쳐다도 안 봤는데, 내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책 읽기부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게 된 건, 석사 두 번째 학기. 프로젝트 시작 전, 빠르고 깊게 그 도메인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이템이 책이라고 중식쌤이 가르쳐주신 다음부터는 더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책 읽기는 나의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기쁘거나 궁금하거나 우울하거나 힘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아이템은 책이다.
나는 왜 책을 읽었을까.
웃긴 일이지만 처음엔 음대 콤플렉스 극복이 이유였다. '예체능은 공부 못해'라는 알게 모르게 서울대 내에서 존재하던 시선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고, 필요할 때 꺼내 쓰려고 머리에 꽉꽉 채워 넣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것도 그저 쓸데없는 보여주기식 자존심이었네.
회사에 간 이후에는 나를 채워 넣는 휘발유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하루 종일 일을 하다가 집에 오면 텅 비는 그 느낌에 불안했었다. 그래서 또 채워 넣어야지 하고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듯이 읽어댔다.
카페를 할 때는 편하게 책을 고르고 읽었다. 안 읽던 소설이나 에세이도 읽게 되었고, 힘든 일이 있었던 그때는 심리학, 철학 책도 붙잡고 살았었다. 마지막에는 (알수 없는 존재에) 뒤쳐지는 게 싫어서 최신 기술이나 트렌드 책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정리해 보니 조금은 알겠다.
나는 나를 채워 넣는 것에 늘 관심이 많았고, 그 방법으로 책을 택했다. 지적 허영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그냥 진짜 지식을 내 뇌에 욱여넣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었다.
요즘은 책 읽는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I형 인간인 내가 언제 이렇게 국내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나. 게다가 사람들 기에 압도당할 일 없이 혼자 조용히 생각하면서 듣는 이야기라니. 정말이지 너무 매력적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기까지 한다. 어떤 종류의 책이든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마음먹게 해 준다. 물론 실행은 나의 몫이지만.
아들에게도 책 읽으라 하고 싶은데 강요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의 딜레마, 사실 매 순간 고민한다. 나는 수지도서관이 정말 좋은데, ‘엄마, 여기 노잼이야. 나가자’는 다섯 살 아들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엄마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봤으니 언젠간 따라라도 하겠지. 이것이 인생.
감사하게도 노루가 나에게 책 선물을 해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책 선물이나 추천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데 난 책 선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내 주위에 나의 책 추천을 마다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 나랑 책장을 공유하고 함께 책 읽는 남편도 감사할 일. 돌아서면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다.
오늘의 결론은
나는 책이 좋고, 책 읽기도 좋고, 책을 끼고 사는 나도 좋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