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 사십에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다.(我四十不動心)
- 《맹자》 〈공손추公孫丑 상〉
맹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용기보다, 내면의 기세보다, 반드시 의로움에 기반을 둔 용기를 가장 큰 용기이자 지킬 만한 용기라고 했다.
진정한 용기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두려워할 만한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단지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지켜야 할 의지나 신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맹자의 소신과 신념은 바로 의로움이다. 그럴 때 그 내면의 기세가 자연스럽게 겉으로 드러날 수 있고, 천만 명의 군대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설 힘이 생긴다.
맹자는 마흔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제자 공손추가 알아듣기 쉽게 용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그대는 용기를 좋아하는가? 내가 일찍이 스승인 공자로부터 큰 용기에 대해 들었던 적이 있다. 스스로 돌이켜보아 바르지 않으면 거칠고 더러운 옷을 입은 천한 사람도 두렵지만, 스스로 돌이켜보아 바르면 설사 천만 대군이 앞에 있다고 해도 나는 당당히 맞설 것이다.”
하지만 부동심은 단지 용기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부동심이란 세상의 명예와 권세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의로움(의義)이다. 마음이 의로움으로 굳게 서 있으면 어떤 무력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고, 유혹과 탐욕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마흔’의 의미다. 맹자는 왜 마흔에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다고 했을까? 많은 고전이 사람의 인생에서 마흔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공자는 “마흔이 되면 미혹되지 않는다(사십이부혹四十而不惑)”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했다. 《논어》 〈위정爲政〉에 실린 말인데, 마흔이 되면서 세상의 유혹과 자신의 욕심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굳게 지킬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예기禮記》 〈곡례曲禮 상〉에서도 “마흔이 되면 벼슬에 나아갈 수 있는 나이”라고 했다. 공직에 나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마흔까지는 공부와 경험, 그리고 수양을 쌓아 근본을 든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옛날부터 마흔은 인격이 여물어 세상의 풍파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책임 있는 일을 맡아서 당당히 사회적인 책무를 질 나이다.
하지만 오늘날 관점으로 보면 마흔은 가장 흔들리기 쉬운 때이자 급격한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하든 직장에서 독립해 자기 사업을 하든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는 승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고, 사업에서는 만약 실패한다면 재기를 기약할 수 없다. 가정에서는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끊이지 않고,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부부 사이도 서먹해진다. 이런 시기에 공자와 맹자와 같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현실에 당당히 맞설 용기와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반이 바로 ‘의로움(의義)’이다. 의롭게 살겠다는 의지와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비록 부동심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어른의 모습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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