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가 헤아린다. (他人有心 予忖度之)
- 《맹자》〈양혜왕 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의 말에 설득되기 마련이다. 법가의 학문과 이론을 집대성한 책 《한비자韓非子》에는 “설득이 어려운 까닭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어 거기에 맞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범세지난 재지소세지심 가이오세당지凡說之難 在知所說之心 可以吾說當之)”라고 실려 있다. 이처럼 설득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그에 맞출 수 있다면 어떤 사람과도 좋은 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맹자와 제선왕의 대화는 오늘날에도 통하는 설득의 방법을 보여준다.
왕이 이렇게 물었다.
“덕이 어떠해야 왕 노릇을 잘할 수 있습니까?”
“백성을 보호하며 왕 노릇을 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과인과 같은 사람도 백성을 보호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어떤 근거로 제가 그럴 수 있다고 하십니까?”
왕의 질문이 이에 이르자 맹자는 예전에 호흘胡齕이라는 신하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종에 동물의 피를 칠하는 의식의 제물로 쓰기 위해 끌려가는 소를 보고 왕이 불쌍히 여겨 양으로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근거로 들었다. 바로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을 하지 않는 마음’이 왕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측은지심, 즉 사람의 선한 본성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마음이다. 하지만 백성들은 ‘왕이 소를 양으로 바꾼 것은 인색하기 때문이다’라고 비난했고, 왕은 자기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맹자에게 말했다.
“참으로 과인이 인색하다고 말하던 백성들이 있는데, 제나라가 작지만 제가 어찌 소 한 마리를 아끼겠습니까? 그 소가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양으로 대체하라고 한 것입니다.”
맹자는 명쾌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것이 바로 인을 행하는 방법입니다. 군자는 살아 있는 금수를 보았다면 그것이 죽는 것은 차마 보지 못합니다. 또한 그것이 죽어가며 내는 소리를 들었다면 그 고기를 차마 먹지 못합니다.”
맹자의 이 말에 제선왕은 내심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시경詩經》을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가 헤아린다’라고 했는데, 바로 선생을 두고 한 말입니다. 내가 행하고도 왜 그렇게 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는데, 선생의 말씀을 들으니 내 마음을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왕도에 부합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가 자기도 모르던 마음을 깨닫게 해주자 왕은 크게 기뻐하며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원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설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득을 잘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승승장구하지만, 설득을 못 하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말솜씨로 상대를 설득하려고 해도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일을 성사시키기는 힘들다. 서로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듣기에 거북한 말로 다짜고짜 본론에 들어가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설득하기는커녕 마음만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설득하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하고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장점, 혹은 좋아하는 것으로 마음을 열게 한 다음 본론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말의 기법과 기교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자는 “바탕이 겉모습을 넘어서면 거칠어지고, 겉모습이 바탕을 넘어서면 겉치레가 된다. 겉모습과 바탕이 잘 어울린 후에야 군자답다(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 연후군자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라고 말했다. 내면이 꽉 차 있다고 해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겉으로 잘 표현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마음이 중요하지 그것을 꼭 말해야 아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표현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의 변명일 뿐이다. 마음을 멋지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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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양혜왕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