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다. 그대다

by 내 곁

코 끝을 시리게 만들던 추위가 한 풀 꺽이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다.

해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볼 수 있는 퇴근길의 해질녘은, 오늘의 힘든 하루에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 같다.

햇님이 구름에 기대어 쉬어가는 시간.

하루를 열심히 달려온 햇님이 구름에 온 몸을 부벼가며, 나는 이제 쉬어야겠다고 어리광을 부리는 시간.

부끄러운 구름의 달아오른 얼굴 같은 이 시간의 연분홍빛 하늘이 난 참 좋다.


기댄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 많은 지옥철 안에서, 버티고 버티다가 에라 모르겠다 흔들리는 몸을 버티려는 의지를 버리고 그저 흔들리는 대로 누군가에게 기대버리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의지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맹물로 배를 채울지언정 혼밥은 절대 못하는 사람. 내가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러 가도 꼭 누군가와 함께여야 하는 사람. 친구와 함께가 아니면 화장실도 못 가던 사람, 그게 나다. 혼자라는 것은 누군가 에게 나의 빈틈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는 소외된 인간이고 외로운 인간이라는 것을 남들에게 공표하는, 발가 벗겨진 기분.

그래서 나와 동행하는 자를 나는, 그 사람과 나의 인간적인 존중과 친분이 아니라, 단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척도 정도로 내 옆에 두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참의 시간이 지나 연륜이라는 것은 나에게 혼자가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를 깨닫게 해주고, 그 효용에 대하여 깊이 빠져 버리게 만들었지만 이는 또한 내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한다. 기대고 의지하는 나에게 익숙해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의 이러한 변덕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일까.


혼자가 편하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나는 의지하고 싶은 작은 어깨를 찾게 될 것임을 안다.

떨어지는 내 눈물이 나의 발치가 아닌, 누군가의 옷깃을 적시기를 절실하게 바라게 될 것임을.


오늘 저녁, 구름에 기대어 하루를 마감하는 햇님을 바라보며 [함께]와 [혼자]의 적절한 조화에 관하여 고심해봐야겠다.


저기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나의 그대가 보인다.

기대다...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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