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꽃 Mar 01. 2023

제2의 친정, 나의 솔밭

만삭인 몸으로 딸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던 게 어느덧 8년 전이다.  

그때 뱃속에 있던 아들이 누나가 다니던 유치원을 졸업하고 내일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지난주 남편, 딸과 함께한 아들의 졸업식. 유치원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이 시큰거려 왔다.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의 학사모 사진과 졸업앨범을 찬찬히 살펴보며 혹시라도 원장님을 마주칠까 얼른 식이 진행되는 교실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아들이 주문한 노란 피카추 꽃다발을 보며 나도 한번 씩 따라 웃었다. 

피카추처럼 귀여운 병아리 친구들의 졸업을 뜨겁게 그리고 웃으며 축하해 주자 다짐했다. 





저마다 자신의 꿈을 담아낸 촛불을 들고 아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식장을 들어왔다. 

행여 촛불이 꺼질까 조심조심 내딛는 발걸음이 기특하고 참 대견하다. 원장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건네받은 18개의 초들을 사랑의 하트로 만들어 주신다.  

유치원에서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의 시간들 역시 그러했으리라. 아이들의 모든 순간들을 사랑으로 채워주셨음을 밝게 커가는 아들을 보며 늘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원장님의 말씀 시간이다. 애써 외면해 왔건만 올게 오고야 말았다. 이건 흡사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절대 친정엄마와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그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 결혼식에서도 엄마랑 눈을 마주치고야 말았던 것처럼 원장님의 눈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언제부터 우셨는지 이미 목소리가 잠기셨고 눈물은 말씀 내내 계속되었다.





떨리는 원장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만삭이었던 8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집과 가까운 유치원을 우선 생각해 두고 다른 곳도 알아보려고 방문했던 이곳 솔밭. 전화로 유치원 위치를 물어볼 때부터 설마 하는 마음이 가득했었다. 혹시 내가 다녔던 솔밭유치원일까, 같은 곳이라도 이미 원장님과 선생님은 바뀌었겠지 생각하고 방문했다. 

원장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솔밭유치원을 다니던 꼬마의 기억 속 한혜정 선생님이 분명하다. 그때 선생님도 나처럼 만삭이었던 것도 기억났다. 

성인이 되어버린 제자는 선생님을 한눈에 알아봤지만 선생님이 그 세월을 거슬러 나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으실 터. 꼼꼼하게 유치원 운영방향과 프로그램 설명을 해주시는데 “저 보미예요”라고 말할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설명이 다 끝나고서야 제대로 인사를 드렸더니 화들짝 놀라시며 손잡아 주시던 게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어릴 적 유치원 원장님은 이사장님(솔밭대장님)이 되시고 한혜정 선생님이 원장을 맡으셨다. 덧붙이자면 두 분은 부부시다. 그렇게 솔밭유치원과 나의 제2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를 나란히 유치원에 보내는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았었다. 그때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솔밭이 곁에 있었기에 그 시절을 견뎌냈다. 진짜 나의 친정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기꺼이 내 힘듦을 나누어 줬던 제2의 친정 솔밭유치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저의 친정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세요. 

솔밭의 꿈나무들이 자주 찾아갈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아이라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