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와 튜브, 그리고 무이네의 세 남자

저혈압 여행자를 구해 준 베이지색 구원투수들

by 스페셜 게스트

호이안에서 냐짱까지 벌써 여행의 중반부에 접어든 시기에 도착한 무이네. 이곳에서는 온전히 휴식하고 싶어 관광객이 없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에 머물렀다.

아침에 일어나면 숙소에 놓인 쪼리를 신고 나가 길가에서 파는 반미와 망고주스를 사 먹고 숙소 앞마당에 있는 해먹에 누워 책을 보는 한량의 일과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평소 수영은커녕 물에 뜨지도 못하는 내가 이번 여행에서는 꼭 물놀이에 도전해 보고자 냐짱 시장 골목을 샅샅이 뒤져 어렵게 튜브까지 구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머무는 숙소에는 수영장이 없어서 맞은편에 있는 호텔 프런트에 외부인도 수영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한국돈으로 5,000원을 내면 가능하단다.

'럭키!'

바로 다시 숙소로 돌아가 한국인의 징표인 래시가드와 튜브를 챙기고 호텔 수영장에 들어갔더니 맙소사, 그곳은 바로 앞에 있는 무이네 바다와 연결되어 프라이빗 비치까지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의 고급 수영장이었다.

'어서 튜브를 끼고 물에 둥둥 떠서 이 행복한 기분을 더 크게 느껴야지~' 생각하며 튜브를 불기 시작했는데

두 볼이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얼굴과 목이 시뻘게지도록 바람을 불어도 튜브의 호스가 꽉 틀어 막혀 바람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

본래 저혈압인 나는 급기야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이대로 물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하던 찰나

수영장을 지키던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은 세 명의 남자 직원들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그들은 내 튜브를 집어 올리더니 "내가 도와줄게!" 하며 좀 전까지 내가 불던 튜브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입으로 가져가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장정 3명이 불어도 꽉 틀어막힌 튜브 호스에는 바람이 통하지 않고.. 그러던 중 한 명이 어디선가 이쑤시개를 가져와서 호스에 구멍을 뚫었다.

이쑤시개로 낸 좁은 구멍도 통과시키는 세 청년의 힘 센 날숨으로 튜브에는 금세 빵빵하게 공기가 차올랐다.

덕분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환상적인 기분을 만끽했다.

그날 신나는 물놀이를 마치고 초록색 튜브를 챙겨 수영장을 떠나며 나는 멀리 서 있는 세 명의 베이지색 청년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내 손에 들린 튜브에는 여전히 뜨거운 무이네의 숨결이 빵빵하게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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