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신발을 벗어준 맨발의 가이드

무이네 사막에서 인생샷을 얻고 신발을 잃다

by 스페셜 게스트

무이네에 도착한 첫날 지프투어를 예약했다.

지프투어는 선라이즈 투어와 선셋 투어로 나뉘어 있는데 아침형 인간인 나는 선라이즈 투어를 골랐다.

아직은 깜깜한 밤이 더 가까운 이른 새벽.

숙소 앞으로 지프차 한 대가 나를 데리러 왔다. 차를 타고 사막으로 일출을 보러 이동하는 중간에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

지프차는 속도를 더 내며 서둘러 사막으로 들어갔고 모래사막 한가운데서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양털 같은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해의 동그란 형상은 볼 수 없었지만 사막에서 보는 구름과 해와 하늘은 정말 멋있었다.

같이 온 투어 사람들과 서로 인생샷을 찍어주겠다며 신고 간 슬리퍼도 벗어두고 신나게 모래 언덕 위에서 연신 점프를 했다.

신발과 바꾼 인생샷

가히 인생샷이라 칭해도 될 만한 사진을 건지고 흡족해하며 사막을 떠나려는 찰나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 벗어둔 슬리퍼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새 모래에 파묻혔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착각하고 바꿔 신고 갔나 땅을 파보고 이리저리 둘러봐도 내 슬리퍼는 보이지 않았다.

투어 이동 시간이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이 신발 찾기를 포기하고 맨발로 차에 올랐다.

꼼꼼한 성격이라서 평소에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어쩌다 잃어버릴 때는 거기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하는 나지만 왜인지 이 때는 아끼던 슬리퍼를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맨발로 걸어 다니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게 여행의 힘인가?' 여행은 무한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마법을 부린다.

사막에 이은 다음 코스는 생선을 잡아 판매하는 바닷가 마을 '피싱빌리지'.

그곳은 평온해 보이는 풍경과는 달리 생선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바닥은 생선과 바닷물로 질척거렸다.

아무리 긍정 에너지가 샘솟아서 맨발로 잘 걸어 다닌다고 해도 그 바닥을 맨발로 딛기는 망설여졌는데 그런 내 망설임을 알아채고는 투어 가이드 J가 선뜻 자신의 슬리퍼를 벗어주었다.

나는 한사코 사양했지만 J는 정말 괜찮다며 보란 듯이 맨발로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 버렸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해서 J의 슬리퍼에 넣은 발이 그리 편하지 않았지만 J가 자신은 정말 괜찮으니 투어가 끝날 때까지 그 슬리퍼를 신고 다니라며 편하게 배려해 줘서 나는 J의 슬리퍼를 신고 J는 맨발로 마지막 요정의 샘 코스까지 마쳤다.

투어가 끝나고 숙소 앞에 도착한 지프차에서 내리면서 J에게 다시 슬리퍼를 벗어주었다. 팁으로 고마움을 전하려는데 한사코 괜찮다고 거절하며 끝내 팁을 받아가지 않은 J.

여행지에는 수많은 투어 가이드가 존재하지만 그중에 신발을 잃어버린 여행자를 위해 선뜻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고 자기는 맨발로 다니는 가이드는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J의 따뜻한 배려와 친절로 인해 내 마음도 발바닥도 더 부드러워진 무이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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