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해답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할머니의 언니, 그러니까 '이모할머니'의 중학교 졸업 과정을 통해 열정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모할머니는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당시 시대 배경과 경제 환경으로 인해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만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이모할머니의 한으로 남았는데, 막내로 태어난 할머니께서는 고등교육까지 받은 터라 이모할머니의 공부에 대한 한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곪아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이 예측 불가성이 때론 인생에 큰 변환점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느 날 이모할머니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할머니가 수학 공부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엇을 공부하시는 거냐'고 물어보셨다. 그 날 이모할머니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어른들을 위한 중학교 교육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그 과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셨다. 평생 짊어져온 교육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후로 이모할머니의 생활은 변했다. 아침이면 책을 챙겨 학교에 가고, 밤이면 전등 불빛 아래 책을 펼쳐 공부하기 시작하셨다. 중학교 과정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이한 이모할머니께서는 보충 공부를 하시며 방학을 공부로 빼곡히 채워가고 계셨다. “아휴, 여름 방학에 빠-아짝 공부 해놔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 하며 탄식하시면서도 입가엔 늘 미소가 머무는 것을 보며, 한 평생 얼마나 이런 불평을 하고 싶으셨을지 짐작해본다.곧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졸업 소감문 쓰는 것을 도와 달라며 전화를 주신 이모할머니가 존경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폭발적이고 눈에 띄는 열정도 있다. 그러나 이모할머니의 열정은 오히려, 너무 작아서 누군가에겐 보이지 않을, 아주 작은 불씨와 같아서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볼 수 있었다. 한 구석에서 조그맣게 일렁이는 그 빛을 이모할머니는 꺼트리지 않고 오랫동안 품어 오셨다.
이모할머니께서 노인을 위한 중학교 과정을 알게 된 순간은 바로 그 작은 불씨가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어느새 이모할머니는 중학교 졸업과 함께 고등학교 과정을 앞두고 계신다. “고등학교 과정은 더 어려울텐데 큰일이다” 하시면서 웃는 모습에서 불씨가 꽃이 되어 활짝 핀 것을 본다.
이모할머니의 삶을 통해 배운 것은 열정이 꼭 불처럼 타오르는 형태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작은 불씨가 꾸준히 지속되는 것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열정의 본질이지 않을까? 열정이란 멀리 있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너무 멀리서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단지 마음 속에 있는 작은 일렁임에 귀 기울이고, 소중한 것들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면, 그곳에서 나의 열정도 피어 오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설렘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