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2주에 1번 올라올까 말까 했던 제 글이 더 뜸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네요. 적당히 뜸 들이면 맛있어지는 밥처럼 글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내 글이 점점 희미해져 가며 묻히는 느낌입니다.
브런치 입장에선 건방져 보이기도 합니다. 기껏 작가로 선정해 줬더니 나태함에 취해 거만한 향을 폴폴 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베짱이가 따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게 '안미안한'건 '안 비밀'입니다. 브런치 세계관에 작가는 과연 몇 명일까요? 알아보진 않았지만 꽤 많을 텐데, 브런치 운영자가 저 같은 사람을 궁금하려나요? 관심도 없을 듯합니다.
진짜 안미안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에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저는 언젠가 글을 계속 낼 것입니다. 고요한 바다 위에 정처 없이 떠다니는 배 같지만, 언젠가 원피스를 향해 도달할 것입니다. 저는 초심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작가로 선정되기 위해 제출했던 활동 계획대로 틈틈이 저만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글이 뜸하냐? 변명을 줄줄이 늘어놓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본업이 매우 바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특수교사로서 충실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3년도는 신설학교에 발령받아 근무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것들로만 채워진 교실은 빈 장바구니처럼 넣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자리 잡히지 않은 시스템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으며 기반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자연스레 야근이 잦아지며 본업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습니다. 초보 작가에게 필요한 '각 잡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야 말았습니다. 이것이 변명 첫 번째.
두 번째는 새로운 활동 계획이 떠올라서입니다. 저의 첫 번째 매거진 '진짜 특수교사 이야기'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국의 특수교사의 대표가 아니기에, 제 이야기가 자칫 일반화로 이어질까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라는 키워드로 풀어가야 하는 제 스토리는 대중들에게 있어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진실하고 공감하며 모두가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1개의 글을 낼 때마다 퇴고를 반복하며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발행한 글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이불킥 하고 싶을 정도로 볼품없음에 현타가 옵니다.)
그런데 제가 멍청한 건지, 한 가지 주제로만 너무 몰입하니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풀어봐' 라며 뇌에서 자꾸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파고드니 오히려 글이 안 써지는 효과를 맛보고 있습니다. 매거진이 늘어나면 안 그래도 느린 발행 속도, 더 느려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갈 수 있는 길을 여러 개 만듦으로써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샘 작가의 다른 주제와 다른 색깔의 글도 써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욕심이네요.
세 번째는 빌어먹을 인스타그램 운영 때문입니다. 브런치 활동 전에 저는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겨울에 시작했던 계정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SNS를 혐오했던 내가 편견을 깨고 시작했던 것이기에, 더욱 재미를 느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반응이 좋으니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서 올려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나의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는 팔로우들을 위해 공장처럼 작업을 돌리고 있는 그림입니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말이죠. 반면 브런치가 우선순위에 밀린 것 같아 면목이 없습니다. '너의 글, 제법 볼만하니 챙겨보겠어' 하고 구독을 눌러준 분들께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지막은 조금 기쁜 변명입니다. 어느 한 출판사에 투고한 원고가 선정이 되어 공동저자로 출판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주제'에 대하여 글로 토해내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고 운도 좋았습니다. 엄청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혼자 이름으로 출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됐던 저의 공식 첫 출판은 아주 의미 있는 기념작이 될 것 같습니다.(진행 상황은 인스타그램으로 소식 전할게요)
설렘은 잠시, 출판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의 미팅과 그에 따른 피드백, 반복된 고민과 수정 작업. 내가 가진 역량 대비 출판이라는 벽은 아주 높았습니다. 그 벽을 넘어보려고 발악하며 뛰어보려 지금도 애쓰고 있습니다. 한동안 브런치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은 뒷전이 돼버리고, 이것에 집중을 해야만 했습니다. 고된 과정이지만, 이 출판 작업이 끝나면 키가 조금은 커져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의 프로젝트여서 지원했지만, 새삼스레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변명이 특기라 주절주절 길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혹~시나 저의 글을 기다리고 있는 구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저의 얘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인연의 상징인 구독은 끊지 마시되, 목 내밀고 기다리지는 말아 주세요.(너무 욕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