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 May 24. 2024

원고 투고는 약간 미친 나를 발견하는 일

실은 정성을 들이는 일!


작년 브런치북을 만들며 썼던 글을 다듬고 덧붙여서 투고를 하고 있다. "여자의 삶은 이어진다"라는 주제로 쓴 육아/출산 에세이다. 주로 (육아) 에세이를 펴내는 작은 출판사 위주로 투고 메일을 보내고 있다.


샘플원고와 함께 보낼 출간기획서를 만들고, 출판사로 보낼 메일을 작성하는 것.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지라 꼼꼼하게 하려고 애썼다. 브런치스토리에 자주 접속해 "출간기획서" "투고 메일" 등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읽고 참조했다. 많이 헤맸지만 천천히 정성을 들이는 시간이 좋았다.


출간기획서 + 샘플원고 + 투고용 메일. 이렇게 3종 세트가 마련되고 나면 바로 투고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출판사를 알아보는 것 또한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어떤 분은 출판사 리스트를 뽑아서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면 된다고 하던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의 글을 진심으로 읽어줄 사람에게 보내고 싶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모든 일의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출산과 육아를 하며 완성한 나의 에세이가 좋은 출판사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로 했다.



원고 투고는 정성을 들이는 일

나의 에세이가 출판사를 만나러 가는 길 : 내가 재밌게 읽은 육아 에세이를 떠올려보고 그 책을 검색해서 출판사를 알아낸다. 출판사의 블로그/인스타를 들락날락하며 그간의 출간 저서를 탐색해 보고 나와 결이 맞는지 생각해 보았다. "여기다!"싶은 출판사라는 마음이 들면 투고용 이메일 주소를 찾아(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작업) 한 편 한 편 나름의 정성을 들여서 메일을 보냈다. 그렇다. 나에게 원고투고는 정성을 들이는 일. 성미가 급한 사람이 본다면 아마도 이해되지 않을 일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다.



이렇게 느릿느릿하게 글을 쓰는 나에게 첫 투고 메일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일 것이다. 메일을 발송하고 나면 후련하게 끝나는 건 줄 알았다. 인스타에 업로드한 사진에 누가 좋아요를 했을까 몇 분에 한 번씩 확인하는 것처럼 자꾸만 "수신확인"을 하게 되더라. 일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도대체 몇 번의 수신확인을 한 건지 모르겠다. "읽지 않음"이라는 글자가 "읽음"이 되었을 때 약간의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러분! 저만 그런가요?) 원고 투고가 약간 미친 상태의 나를 발견하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로 출판사를 검색하고 투고하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메일을 보내고 나면 "어서 빨리 읽어줬으면 좋겠다, 어떤 답장이든 얼른 회신을 줬으면 좋겠다"의 마음과 "나의 이 허접한 글을 읽었으면 어쩌지?" 사이를 무한히 반복하는, 그런 이상하고도 또 재밌는 일을 한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는데 아직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고 있다. 초보 작가는 돈을 들이지 않으면 책을 낼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글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함보다는 자신의 스펙이 될 저서 한 권쯤을 만들기 위한 세계가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나 보다. 나도 몇 날 며칠 끌어가고 있는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돈을 들여서라도 책으로 묶어주는 곳을 찾아보곤 했지만 그마저도 선뜻 진행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심으로 이곳저곳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출판사를 꼭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초고를 다듬고 수정하는 일을 꾸준히 계속하자. 그러니까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자. 약간 미친 상태를 최대한으로 즐기며 언젠가 진짜로 책이 되었을 때는 얼마나 미친 상태가 되는 걸까 궁금하기도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