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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은 Feb 17. 2021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윤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클로바부터 파파고까지. 네이버의 인공지능 중에는 일상 생활 속에 쓸만한 게 꽤 많다. 몇 년 전 파파고가 처음 나왔을 때 얼핏 봐도 말이 잘 안되는 번역을 내놓는 것을 보고 '기계가 그럼 그렇지....' 했던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파파고의 번역 실력은 수준급이 됐다. 


카카오도 비슷하다. 귀여운 외모의 카카오 미니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시작해서 카카오워크의 모든 대화방에는 '캐스퍼'라 불리는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됐다. 


사실 우리가 쓰는 인공지능의 거의 대부분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한국 빅테크들의 작품이다. 해외로까지 더 범위를 넓히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물론 얼마전 인공지능 윤리에 뜨겁게 불을 지핀 스캐터랩 같은 소소한 인공지능 기업들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인공지능 개발은 거의 '빅테크'들의 몫이다. 빅테크도 모자라 이젠 현대차나 LG,삼성 같은 기업들은 물론 SK같은 모빌리티 기업들, 두산 같은 중공업 하던 회사들도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빠르게 상용화시키고 있으니. 물론 일론 머스크가 '모두를 위한 AI'를 표방하며 OpenAI라는 비영리 연구재단을 만들기는 했지만 당장 최근에 출시된 GPT-3 모델만 해도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니 결국 이러나 저러나 인공지능은 수천억 들여 데이터 센터 짓고 개발 인력 흡수하는 빅테크들의 손에서 자라날 수 밖에 없다. 




출처=카카오



 

인공지능 윤리 내세우는 빅테크들


네이버가 2021년 2월 17일 ‘네이버 인공지능(AI) 윤리 준칙’을 공개했다. 지난 2018년부터 서울대 AI 정책 이니셔티브(SNU AI Policy Initiative, SAPI)와 협업해 AI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네이버 기업철학을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사람을 위한 AI를 개발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것, 프라이버시와 정보를 지킬 것 등 5개 조항을 담았다. 같은 날 카카오는 전직원에게 인공지능 알고리즘 윤리 교육을 했다. 사실 네이버보다 앞서 카카오는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었다. 이번엔 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교육까지 시킨 것이다. 구글도 AI에 대한 원칙을 정해놨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하다.아마존은 국립과학재단의 도움을 받아 '인공지능 공정성' 연구를 후원한다. 페이스북은 독일에 AI 윤리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AI 윤리는 그들만의 리그? 


문제는 이 윤리라는 것이 결국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몇 년 전 구글에서 퇴사했던 전 구글 직원 잭 폴슨은 구글의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에 반발해 퇴사했다.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는 구글이 비밀리에 개발하던 중국 전용 검색엔진을 개발 프로젝트였다. 중국 정부의 검열이 인권을 침해한다며 중국 시장에 철수한 후에 속으로는 중국 정부에 동조하는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검색 엔진은 사용자 검색 기록이 개인 전화번호와 연동되고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블랙리스트' 단어를 추가할 수 있는 점, 파트너사가 사용자 검색 기록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중국 정부의 완전한 감시가 가능하게 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었다. 구글 직원 1400명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공개 서명을 하기도 했었다. 잭 폴슨은 구글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따를 수 없다며 회사를 퇴사했고 말이다. 사실 이런 사례는 또 있었다. 구글이 국방부에 AI를 활용해서 은밀한 곳까지 고화질 영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메이븐(Maven)도 구글 직원들에 의해 백지화됐었기 때문이다. 결국 '투명성'을 스스로 담보하기란 이렇게나 힘이 드는 법이다. 스스로 만든 AI 윤리 헌장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빅테크를 규제하는 정치 영역은?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힘은 물론 있다. 문제는 기술에 대한 친숙함의 부족이다. 작년 마크 주커버그의 의회 청문회에서 증명됐듯 빅테크들에 대한 통제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종종 기술 자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액센추어의 AI 담당 차우드리는 "그들은 자신들의 집 밖에 있는 어떤 것과 씨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의 힘의 원천인 지적 지식은 그들이 규제하는 바로 그 빅테크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독일 델프 공과대학교 벤 와그너 박사는 "AI를 규제하기 위한 어떤 조치가 취해지든 그 생각은 미국 중심적이 아니라 글로벌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아마존 등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전 세계에 보급될 것이다. 미국에서 내려진 결정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그 이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은 전세계인들이 매일 같이 사용하는 '일상' 그 자체가 됐다. 결국 AI 윤리라는 것은 '세계적인 도전'인 셈이다. 결국 구속력이 없는 AI 윤리는 무기력한 외침일 뿐이다. 


모두를 위한 AI


얼마 전 미국 부통령이 된 카밀라 해리스는 최초의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부통령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부통령 당선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성의 투표권이 없던 시절부터의 투쟁, 권리를 찾기 위한 수많은 여성들의 투쟁이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했다고. 그리고 비록 본인이 '최초'의 타이틀을 달았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치란 어찌보면 정치인들의 몫인 것처럼 보인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 부통령, 정치인들이 뭘 하는지관심도 갖지 않은 채 "그저 나만 잘살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우리의 매일을 결정하는 게 결국 그들이고, 그들은 우리가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 뽑은 우리의 대표자들이다. 정치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의 삶도 힘들어진다.


인공지능도 정치의 영역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우리는 인공지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윤리는 그저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우리 모두의 문제다. 수많은 여성들이 참정권을 갖기 위해, 나아가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평등한 인간으로 대우받기 위해 노력했듯이 인공지능도 그래야 한다. 우리가 이 점을 알아야 참여할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그리고 수많은 빅테크들이 '윤리'를 지키는 데 모든 사람들을 참여시켜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네이버는 스타트업들을 돕는다 했다. 아니다. 서로 도와야 한다. 인공지능이야말로 '집단지성'이 가장 큰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싶다. 인류가 인공지능에 지배되지 않고 인공지능 위해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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