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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은 Jul 22. 2021

야놀자가 광고에서 '테크놀로지' 반복하는 이유

손정의 회장이 영업이익 161억 원 기업에 2조를 투자했다고?!



하나투어 같은 전통 여행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업이익이 90% 급감했고 공유 숙박 에어비앤비도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1위 OTA 부킹홀딩스도 영업이익 급감을 기록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실적이 좋아진 곳이 있었으니 바로 ‘야놀자’였습니다.  2020년 기준 매출이 1920억 원, 2019년 대비해서 43.8%나 성장했고 2019년 62억 영업 손실을 딛고 무려 161억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까지 했답니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워렌버핏이라 불리는 손정의 선생님이 ‘같이 놉시다’며 2조를 쏘셨다는데 사람도 국경도 안 가리고 경제를 마비시키는 코로나도 이긴 데다 161억의 영업이익을 갖고 어떻게 손 선생님의 2조 투자를 유치했는지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호텔 대신 모텔로 블루오션 진입했다

야놀자 대표님이요. 돈 많이 준다는 말에2001년 신도림의 한 모텔에서 처음 청소하는 일을 시작했다는 거 이미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죠. 그 당시에도 아고다나 익스피디아 같은 호텔 예약 앱은 있었거든요. 근데 모텔은 뭔가 음성적인 느낌에 전문적으로 예약하는 사이트도 없었죠. 굉장히 아날로그 적이었어요. 이 대표는 다음에 모텔이야기라는 모텔 종사자들 모임 만들고 나중에 모텔투어라는 모텔 후기 공유카페 인수해서 회원 30만 명을 만듭니다. ‘아 이거다’ 틈새시장을 찾은 것이죠. 우여곡절 끝에 이 여가 관련된 건 다 모으겠다는 큰 꿈을 안고 ‘야~놀자’를 시작합니다. 호텔 예약 컨셉이 모텔에 적용됐어요. 내부 사진 볼 수 있구요. 이용 후기도 달 수 있습니다. 모든 건 타이밍! 웹사이트로 시작했지만 그즈음 우리의 스티브 잡스 선생님께서 아이폰이란 걸 들고 나오셨을 때 모바일 앱이라는 조류에도 빠르게 편승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야놀자의 20대 사용률은 지금까지도 압도적입니다.

 

야놀자 성장의 핵심 행보 2가지 

그렇게 발전을 거듭한 야놀자. 저도 최근에 국내 여행이나 가볼까 싶어서 한 번 깔아봤는데 모텔 앱이 왠 말. 호텔에 전망대 티켓에 항공권, KTX 예매까지 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여행, 여가 산업의 올인원 슈퍼앱이 돼버렸습니다. 요즘 코로나라 여행들 안 간다지만 찾아보니 뭐 여름에 왠만한 호텔은 벌써 꽉꽉 찼던데… 근데 단지 숙박 앱이라고 보기에는 야놀자의 성장 행보에 좀 차별화 된 두 가지 특징이 있더라고요.

 

1. 남다른 인수합병 전략 

어느 정도 규모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야놀자는 여기저기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호텔나우나 우리펜션, 데일리호텔 같은 동종의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죠. 빅테크들이야 워낙 쩐이 많으니 여기저기 투자 하지만 사실 야놀자 같이 오래되지 않은 로켓 스타트업이 한편으로는 본인도 어디선가 투자를 받으면서 이 받은 돈으로 이렇게 과감하게 투자하는 거 자체가 눈 앞의 돈보다 더 큰 미래 가치를 따라가고 있구나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당장 경쟁사로 여겼던 여기어때는 망고 플레이트 정도 인수하는 데 그쳤으니까요. 

 

그러다 야놀자는 2021년 3월에는 동종업계가 아닌 산하정보기술도 인수하는데요. 호텔, 리조트, 골프장, 레스토랑 같은 여가시설 IT로 관리하는 회사죠. 그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기다리는 대신 번호표 주는 웨이팅 앱, 가끔 명품관 같은 매장 가면 볼 수 있는데 그거 서비스하는 나우버스킹에도 투자했습니다. 단순히 플랫폼 안에 들어오는 숙박업체 같은 상품 고민에 그친 게 아니라 다양한 O2O 비즈니스 영역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뜻이죠. 

출처:DART


실제로 야놀자의 자회사들을 보면 호텔을 대상으로 여러 서비스를 하는 야놀자 에프엔지나 숙박비품 공급회사 야놀자유통 등 B2B 쪽 영역도 비중있게 자리하고 있답니다. 


2. 해외 투자 

더 주목할만한 점은 인수합병이 바다도 건넜다는 것입니다. 2018년에는 젠룸스라는 필리핀 기반 여행 플랫폼에 인수조건부로 투자를 했고요. 최근에는 아프리카 가서 호텔온라인이라는 호텔 마케팅 회사도 인수했어요. 어떤  회사인가 봤더니 공항 근처에 5개 룸 빌려서 운영 시작한 첫 날부터 풀부킹이었던 회사에요. 잘 되니까 이 노하우를 아프리카 지역 호텔들에 제공하기 시작한거고요. 인도의 호텔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이지 테크노시스도 인수합니다. 최근에 인수한 비네트웍스는 말레이시아 회사인데요. 여기는 밖에서 집안에 있는 가전 끄고 켜고 하는 그런 IoT 서비스 개발하는 회사라고 하더라고요. 뭐 이 정도면 국내 해외 안 가리고 여가 기반 기술 기업들을 다 물색하고 투자, 인수한 것 같아요.

 

숙박 앱에 클라우드가 등장한 이유는?

듣자 하니 손 회장님이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야놀자에 투자하라셨다던데…도대체 뭘까 궁금하던 찰나에 위에 말씀드린 모든 걸 종합해주는 뉴스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바로 ‘야놀자 클라우드’. 아니 숙박 앱에 왜 갑자기 클라우드? 싶으시죠. 야놀자의 큰 그림은 단순히 호텔이나 모텔, 비행기 예약하고 여기서 수수료 받는 수익모델의 보통의 온라인 여행 앱에 있었던 게 아니었던 거죠.

 

생각해보면 지금의 여행 예약 앱들에는 한 가지 고민해봐야 할 점이 있어요. 바로 빅테크 같은 플랫폼들과의 경쟁입니다. 구글만 해도 당장 ‘트립’ 탭을 만들어서 여기서 바로 가격 비교하고 예약하고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물론 구글은 이거 광고 매출 때문에 하는 것이고 OTA들과 제대로 맞붙을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그 잘나간다는 부킹닷컴 조차도 구글에 엄청나게 의존합니다. 아무리 야놀자가 많이 사용자를 확보한 들 비슷비슷한 걸로는 승부를 볼 수 없는 상황. 결국은 OTA가 꿈인가 싶던 찰나에 반대쪽 영역 ‘서비스 솔루션’ 시장을 찾은 것이죠. 숙박, 여가, 주거 영역에 도입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 솔루션 시장을 먹어버리는 데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기술에 집착하는 이유

최근에 야놀자 이런 광고 보셨나요. 사실 야놀자가 워낙 약간은 병맛같은 반복되는 광고로 사람들에게 이름 각인시키는 데 탁월한데 뜬금없이 광고에 계속 테크놀로지가 등장합니다.ㅎㅎ 야놀자는 기술회사에요!라고 정말 외치고 싶었나봐요. ㅎㅎ 근데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앞에서 기술 회사들을 사들인 거 말고도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숨기고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어요. 바로 ‘와이플럭스’라는 겁니다. 우리가 호텔에 간다고 생각해 볼까요. 프론트 가서 신분증 내고 카드 키 받고 예약화면 캡쳐해서 보여주고 차량 번호 말하고 뭐 이런 살짝 귀찮은 과정들을 거치잖아요. 만일 비대면으로 체크인 하고 열쇠 없이 문 열고 미리 방 에어컨 틀어 놓고 사람 손을 하나도 안 거치고도 사람이 서비스해 주는 것만큼이나 정교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이거 안 쓸 이유가 없겠죠. 실제로 야놀자에서 일부 숙박시설들에서는 5초 셀프체크인되는 그런 서비스가 모텔을 중심으로 먼저 활용되고 있더라고요. 

 

단순 숙박시설에서 머무는 것만 아니라 우리 집 문 앞까지 진출할 기세입니다. KT랑 손잡고 법인을 만들었는데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매물 정보나 방문 예약, 임차계약, 관리비 결제 이런 임대주택 거래 전 과정을 서비스하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계약해서 들어간 집에서 관리비도, 세탁, 청소, 배달도 해결해 주는 주거시장에도 이미 진출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결제에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붙였죠. 

 

손 회장님 투자 받고 이 돈으로 뭐 할 거냐 했더니 테크에 올인하고 임직원 70%를 개발자로 채우겠다고 했다네요. 이제 그림이 좀 그려지시죠. 이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서 ‘트래블 테크’ 하겠다는 겁니다. 미국 증시 상장 의사를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결국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건 기존의 시스템이 주지 못하는 사용자 가치를 줄 때라는 걸 잘 아는 듯싶고 소프트뱅크도 숙박앱으로서의 야놀자의 가치가 아닌 ‘트래블 테크’ 플러스 프롭테크로서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듯 싶어요. 


야놀자의 약점 1. 아직은 장미빛 꿈에 불과한 클라우드 

플랫폼이 빛을 발하는 건 결국 중개수수료 이외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때입니다. 꿈은 크지만 2019년 사업보고서를 보니 아직 광고, 판매수수료, 객실판매 수입이 상위에 있어요. 아직까지는 상위에 노출시켜서 받는 수수료 등의 수수료 매출이 많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에 해외로 못 간 여행객들이 국내로 몰리면서 늘어난 매출 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죠. 물론 해외 진출 실적이 바로바로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요. 이제 막 발을 뗀 상황이라 중개수수료 이외의 다양한 매출처를 확실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야놀자의 약점 2. 이종 경쟁사들 

앞서 먼저 소프트뱅크 투자 받은 쿠팡이 엄청나게 물류센터 짓고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걸 본 후배의 입장에서 야놀자도 역시나 투자 받기 전부터 ‘플랫폼은 유저 싸움이고 손실이 나도 굳이 흑자전환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손실 쳐다볼 때가 아니라 규모를 키워야 된다’라고 했다는데요. 





결국 야놀자가 원하는대로 플랫폼을 키워 글로벌을 장악하려고 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가야하는 문제거든요. 야놀자가 원하는 영역 각각에 경쟁자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형제회사가 된 에어비앤비는 이미 ’호스트’들을 대상으로 여러 솔루션들을 제공해주면서 사세를 확 키웠는데요. 호스트들이 단순 호텔들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점에서 코로나에 좀 주춤하긴 했지만 공유 경제 시대에 성장 가능성은 어쩌면 더 클 수 있습니다. 전통 강자인 부킹홀딩스도 그 업력을 무시할 순 없고 솔루션 쪽에서는 오라클이 세계 1위죠. 전통의 호텔 체인들, 그리고 여행사들, 에어비앤비, 구글과 네이버 같은 빅테크 플랫폼들, 심지어 쿠팡도 떠나요닷컴으로 여행업에 진출한 상황. IT회사들이 모빌리티, 쇼핑에 이어 여행까지 진출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데요. 다양한 이종 산업의 각기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고요. 결국 인수합병으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하는 문제인데 이게 쿠팡의 물류센터 투자만큼 그렇게 규모로만 해결될 지도 약간은 미지수에요. 



야놀자의 약점 3. 독과점 이슈

그리고 자영업자들과의 상생 이슈 역시 갖고 있습니다. 얘기 들어보니까 여기 광고비를 내야 상위에 노출되다 보니 하루에 몇 만 원씩 광고 비 내고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데 그 돈 받아 직영 체인 만들어서 경쟁 업체 만드니 억울하다, 경쟁만 부추기니 오히려 숙박 예약 앱이 없을 때가 더 좋았다 뭐 이런 업계의 불만도 있더라고요. 독과점 얘기도 나오다 보니 덩치가 커질수록 규제 쪽 이슈도 챙겨야 합니다. 특히 요즘은 이 규제의 영역이 워낙 글로벌로 오기 때문에 미국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야놀자로서는 디디추싱 같은 사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듯 싶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타격도 받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 이 부분에 있어서 빠른 시장 변화를 지금처럼 잘 해나갈 지도 살펴봐야겠고요. 

 

춘추전국시대인 여행업에서 솔루션 클라우드로 역발상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는 야놀자가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기점으로 신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핵심키워드일 것 같아요. 어쩌면 쿠팡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집 문열고 들어올 날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여행플랫폼을 주로 사용하시나요? 우리의 사용 패턴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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