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월트디즈니, 그리고 하이브
처음 하이브가 상장을 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네이버나 카카오라고요.
방탄소년단 믿고 꿈이 너무 큰 거 아니야? 그래봤자 엔터사지! 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계실 텐데요.
2020년 기준 하이브 영업이익은 1460억 원.
한 분기에 3000억 버는 네이버나 1000억 넘게 버는 카카오에 비하면 아직 애송이지만
국내 엔터사와는 확실히 격차를 벌여놨습니다.
시가총액도 이미 다른 세 공룡 엔터사들을 다 더한 것의 3배는 되죠.
‘라떼는 말이야. SM이 최고였는데’ 라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거고
하이브 다시 봐야겠는데? 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 과거에 젖어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하이브가 가는 행보를 보면 이미 엔터사는 일찌감치 따돌리고
네이버, 카카오의 향기를 느끼게 하고 있거든요.
엔터에서 플랫폼으로 DNA를 바꾼다?!
하이브는 최근 간판을 바꿔달았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에 한계를 느껴서래요.
그렇게 바꾼 이름이 벌집을 뜻하는 하이브. 이름에서 감이 오시죠. 이것저것 다 하겠다는 겁니다.
플랫폼이 되겠다는 소리죠.
더 큰 결심이 또 나왔습니다. 방 선생님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시겠대요.
전문경영인한테 일 맡기면서 빅히트를 키운 그 역량,
프로듀싱에 더 집중하며 큰 그림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 결정인 듯싶습니다.
조직 구조도 개편했어요.
하이브 레이블에서 음반을 제작하고,
솔루션 쪽에서 이걸 웹툰, 게임, 캐릭터 등으로 재가공하면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분업을 제대로 한다는 거죠.
이타카홀딩스 인수로 글로벌 플랫폼 시동걸다
이름 바꾸고 대표이사 내려놓고 조직 개편하고 이건 돈은 크게 안 드는 결정이라 그렇다 치고
또 하나 있었던 엄청난 결정이 바로 미국 이타카 홀딩스 인수건이었죠.
무려 1조를 들이고 빚내고 유상증자까지 해서 인수를 했는데요.
저스틴 비버 구독자 수 6400만 명. BTS보다 많고요. 아리아나 그란데도 4880만 명이에요.
이미 오래전부터 월드클래스였던 가수들 소속사를 사들이는거니
한편으론 하이브의 클래스를 짐작케 합니다.
사실 1조 들이면 국내 엔터들 더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미 빌보드 탑 찍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지라 국내보다 해외에서 발걸음이 더 빨라지는 듯 싶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전략, 핵심은 위버스
하이브와 방탄소년단의 성장 배경을 보면 이런 결정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처음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얻게 된 계기가 유튜브였다는 거 다 아시죠.
작은 기획사 소속 가수라 활동 영역이 제한되니 이 한계를
유튜브에 스스로 콘텐츠를 올리며 깨버린 것이죠.
BTS 검색하면 이것저것 워낙 많이 나오니 팬들이 리액션 영상 만들고
안무 커버 만들고 오리지널 영상 편집해서 편집본 만들고 그러면서 해외에서 먼저 떴죠!
이런 성장 DNA를 갖고 있다 보니 코로나도 오히려 기회였던 듯 싶습니다.
2020년 4분기 공연 매출 0원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그 전 해 비해서 100% 넘게 늘었고요.
7월에 한 첫 온라인 콘서트 때는 전세계에서 75만 명이 봤다고 합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려면 장소를 찾지도 못하겠죠.
티켓 매출만 200억이다 이런 뉴스 보셨을거에요.
여기서 차별화되는 빅히트만의 무기가 등장합니다. 바로 위버스죠.
위버스는 지난 번에도 한 번 설명해드렸듯 하이브 소속 가수, 예를 들면 방탄소년단 굿즈 팔고 온오프라인 공연 티켓 사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남긴 글도 보고 그런 온라인 팬 플랫폼입니다.
우리가 아미다 그러면 적어도 무조건 깔아야 하는 앱인거죠.
콘서트 티켓도 여기서 사고 굿즈도 사고 심지어 한국어도 배울 수 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방방 콘서트 때 여기서 콘서트 상품도 60만 개를 팔았다더라고요.
최근엔 구독도 도입했더라고요.
멤버십에 가입하면 이런 혜택에 이런 상품도 보내 준다니 저는 아미가 아닌데도 이거 혹하더라고요.
오프라인은 막히고 위버스로 전세계 팬들이 몰리다 보니
위버스는 코로나 속에 규모를 더 키우게 됐습니다.
네이버와 손잡고 위버스 확 키운다
상황 정리는 이쯤 했으면 된 것 같고 이제 앞으로 남은 이슈들을 정리해볼 차례인데요.
하이브가 국내에서 손잡기를 택한 곳은 엔터사가 아닌 빅테크 네이버였죠.
네이버가 위버스컴퍼니에 4000억 쏘면서 지분을 49%나 인수했어요.
위버스컴퍼니는 다시 네이버한테 브이라이브를 1900억 주고 사왔고요.
브이라이브가 별거냐 싶으시겠지만
굵직한 아이돌 콘서트들 다 무리없이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라이브 동영상에 잔뼈가 굵습니다.
자체 콘텐츠 욕심 있는 네이버가 웹툰에 투자하고
CJ랑도 티빙이라도 동맹 맺고 투자하고 이것저것 노력 무지하고 있는데요.
콘텐츠 야욕이 큰 네이버 입장에선 방탄소년단이 와주면 바로 글로벌로 갈 수 있겠죠.
제가 RM이 브이라이브로 라이브 방송 한 거 봤는데 댓글이 다 영어에요.
스페인어에 아랍어로 추정되는 것도 있더라고요.ㅎㅎ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미 데리고 있는 아티스트들에
YG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인수하면서 블랙핑크도 위버스로 곧 데려올 생각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글로벌 스타들도 있잖아요.
네이버랑 손잡아서 IT 역량을 더 확 키워서 영상까지 잡아보자는 면에선 나쁜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블록체인, 인공지능에도 투자한다
자 최근의 트렌드! 제가 수 차례 말씀드렸지만 바로 이종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플랫폼 전쟁입니다.
예전의 엔터사 수익은 음반과 콘서트에서 났지만
이제는 영화, 책, 굿즈 같은 소비재에서 부가가치가 나오죠.
빅히트가 여기까지는 잘 해왔는데요.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그냥 플랫폼만 넓히는 게 아니라
이종산업과의 협업이나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건 하이브 박지원 대표가 직접 든 사례인데,
최근에 스포티파이가 차량용 컨트롤러 ‘car thing’이라는 걸 출시했거든요.
차에 연결해서 딱 스포티파이만 듣는 용도라고 하더라고요.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도 만들고 여기에 음성 인식도 입히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자동차에서 무조건 스포티파이를 듣게 하겠다,
여기서 나오는 사람들의 음성 데이터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게 바로 이 car thing이라는 것이죠.
앞서 에픽게임즈의 게임인 포트 나이트 안에서
미국 유명 래퍼가 버츄얼 콘서트를 열면서 2700만 명이 몰렸다는 소식도 혹시 들으셨나 모르겠는데요.
하이브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에 관심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상 환경으로 콘텐츠가 옮겨가는 흐름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 바로 게임 시장인 걸 잘 알다 보니
넷마블이랑 협업도 했지만
수퍼브를 인수해서 독자로 만든 게임 리듬하이브도 위버스 구독이랑 연계해둔 상태에요.
저 이거 뭔지 보려고 게임 깔았다가 중독되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ㅎㅎㅎㅎ
약점도 물론 있어요!
이렇게 하이브만 바라보면 사실 하이브가 독주할 것 같고,
주가도 혼자만 오를 것 같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시장은 늘 경쟁과 승자독식의 세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하이브가 약점이 없는 회사는 아니거든요.
#방탄소년단 군대문제
사실 방탄소년단으로 큰 하이브라 방탄소년단으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하이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죠.
이걸 모를 리 없는 하이브가 새로 키우고 있는 아티스트 중에 TXT가 뜨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2020년 4분기 이후에 위버스 트래픽도 정체 상태거든요.
신규로 다른 아티스트들이 들어오면 해결될 문제라고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채우고 있는 파이를 다른 아티스트들이 좀 나눠줘야
무거운 짐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경쟁사 움직임
다른 국내 3사 엔터사들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최근에 카카오가 SM 이수만 선생님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 이런 뉴스 나온 거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우리가 잘 모르는 물밑작업 중인 거 같고요.
찾아보니 SM은 자회사 디어유가 버블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랑 1:1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더라고요.
근데 한 명당 4500원 내야 됩니다.
유료 가입자 수가 5월 기준으로 100만 명이었으니 지금은 더 늘었겠죠?
매출과 영업이익도 빠르게 느는 중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JYP가 여기에 약 200억 투자하면서 지분 20% 정도를 가져갔다고도 합니다.
JYP 수장인 박진영씨도 최근에 카카오 자회사 두나무에 JYP 지분을 넘기면서
같이 신규 법인 만들어서 요즘 핫한 K팝 기반 NFT 발행 사업한다고 하네요.
네이버와 하이브가 손잡은 거랑 비슷하게
JYP와 SM이 카카오 손을 잡은 묘한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보니
빅히트도 중심을 잘 잡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개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만한 점이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노래들은 늘 변화해왔죠.
지금이 방탄소년단의 타이밍인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제가 좋아했던 HOT, 동방신기, 빅뱅만 해도 전성기 때는 정말 대단했거든요....
트렌드가 늘 바뀌고, 그걸 대체하기 위한 아티스트들이 여기저기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인기를 지켜나가는 것도 하이브의 과제입니다.
음반 판매는 변동성도 심한 편이라 결국 이런 속성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의 싸움은 독주하는 한 명의 아티스트들보다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을 아우르는 거대 콘텐츠 싸움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데요.
이걸 잘 아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을 딛고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서 여러 회사를 인수하고 덩치를 키워가는 과정중인데, 여기서 오는 경영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지도 꼭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터사?플랫폼?
마지막으로 디즈니의 마블 인수 사례를 가져와 봤습니다.
어느 증권사 리포트에서 본 것인데..(미래에셋대우네요!)
자체 킬러 콘텐츠로 힘을 키운 월트디즈니도 창립 15년차부터는
플랫폼과 콘텐츠 회사들을 사들이기 시작했고요.
5조의 웃돈 주고 인수한 만화사 마블 인수 후에 10년 간 21조를 벌었습니다.
마블을 영화로 만들었거든요.
어쩌면 하이브도 이제 막 이런 행보를 시작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국내 뿐 아니라 이미 해외에 많은 사용자를 거느린 하이브가 네이버와 카카오보다 잠재력이 더 크다,
하이브에게서 2019년의 카카오와 네이버의 향기가 난다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엔터사로 남느냐 새로운 도약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느냐의 기로에 선 하이브가
약점들을 잘 극복하고 엔터 산업의 지형을 크게 바꾼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방탄소년단 노래들 가사들이 너무 착하고 막 희망주고 이래서
딴 나라 부모님들도 방탄소년단 팬이라면 반응이 나쁘지 않다 하더라고요.
하이브의 목표대로 음악으로 시작한 선한 영향력으로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