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별, 상황별로 다양한 청중의 반응
박수는 참 매력 있는 인간의 행동이다.
박수는 두 손바닥을 부딪쳐 내는 소리로 인간만의 독특한 행위일 것 같으나 침팬지도 손뼉을 친다고 한다. 사람은 엄마 뱃속에서도 손뼉을 치고, 손뼉 치는 속도는 태아 때 형성된 생체 리듬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신기하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박수를 친다. 감사, 위로, 격려, 응원, 지지, 동의 같은 표현을 할 때도, 기쁨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도, 박자를 맞출 때도, 공연이나 발표의 시작과 끝에서도, 시장에서 손님을 끌 때도 손뼉을 친다.
우리가 박수를 치는 이유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감사와 인정
박수는 주로 감사와 인정의 표시다. 공연 예술이나 행사에서 아티스트, 배우, 연사가 수준 높은 공연이나 스피치를 할 때 관객과 청중은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인정을 표시한다.
2. 기쁨과 환호
박수는 기쁨이나 성취를 표현한다. 우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둘 때 박수로 기쁨과 승리를 표현한다.
3. 소통과 동의
박수는 대규모 행사나 공공장소에서 동의와 소통의 수단이다. 관객이나 청중 전체가 함께 치는 박수는 단체적인 표현으로, 사람들 간에 공감을 보여주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도구다.
4. 자발적인 표현
박수는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의 표출이다. 즐거운 경험, 웃긴 상황, 놀라운 순간에 우리는 박수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한다.
5. 사회적 예절
박수는 사회적 예절이기도 하다. 우리는 공연이나 콘퍼런스, 국가 행사 같은 상황에서 공연이나 스피치가 시작하고 끝날 때, 박수를 친다. 이때는 인사와 같은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박수는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에서 의미 있는 기능을 한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감정적인 상황에서 박수를 소통의 도구로 쓰고 있다.
박수라는 집단 반응이 연설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라는 기록이 있다. 기록을 요약해 보면:
고대 그리스 국가에서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전제 통치 기간에 몰수되었던 재산을 청구하는 소송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법정에서 더욱 논리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기 위해 '진실' 보다는 '진실같이' 말을 잘해야 했고 변론술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를 고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리스, 로마 시대에 민주주의 태동과 함께 연설이 중요해지기 시작하고 청중의 박수가 판사가 역할을 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스파르타에서는 선출직 관리인 장로 위원회를 뽑을 때, "후보자들이 돌아가면서 큰 집회장으로 걸어가면 사람들이 박수로 찬반 의사를 표시하고 다른 방에 있던 심사위원들이 소리의 양을 비교하여 승자를 선택"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공개 공연이 끝나면 손가락을 튕기며 딱딱 소리를 내거나,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거나, 토가의 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박수로 시작되었던 청중의 집단 반응이 현재는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연설 상황에 따라 반응 형태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정치연설에는 연사의 지지자들이 모인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연설은 연사-지지자 간의 소통이다. 청중은 박수, 환호, 연호와 같은 형태로 연사의 말에 동의하고 지지한다.
미국 청중 문화는 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미국 대선 유세 중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경합 주)에서 했던 연설을 보면, 청중 구성원이 연사-청중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스윙 스테이트는 어느 한 후보를 지지하는 진영의 색이 뚜렷하지 않은 곳으로,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주다. 청중은 연사를 지지하는 사람과 경쟁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섞여 있기도 하다. 경쟁 후보를 지지하는 청중은 연사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야유에는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야유가 있었다. 부정적 야유는 지지하지 않은 후보의 말에 나오는 야유였다. 긍정적 야유는 지지하는 후보가 경쟁 후보를 비난할 때 그 경쟁 후보를 비난하는 야유, 즉 연사의 말에 동의하는 야유였다.
한편,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두 후보자 간의 토론 상황에서 미국 청중은 또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 상황은 연사가 청중에게 하는 연설이 아니라 후보자 간에 주고받는 상호작용이기에 청중은 토론을 관전하는 제3자의 입장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연설 상황과는 다르게 청중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지지하는 후보의 말에는 박수나 환호로 반응하고, 경쟁 후보자에게는 ‘우우’하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야유가 나왔을 때 반대편 지지자들은 그 야유를 무마하기 위해 지지하는 후보에게 박수나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두 청중 그룹 간의 반응도 후보자들의 토론만큼 경쟁적이었다.
영국 의회에서는 의원들이 다른 의원의 발언이나 주장에 동의하거나 지지를 표현할 때,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hear, hear"라고 말하기도 한다. 영국 의회의 상호작용 특징이다. 이는 발언자에 대한 찬성과 연대감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를 들어라, 그를 들어라"의 줄임말로, 발언자의 말이 주목할 가치가 있고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표시한다.
시대적 문화적 상황별로 청중의 반응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