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에서 시상자-청중 상호작용
청중의 박수가 나오는 기본 기술
지난 포스팅에서 연사-청중 상호작용(speaker-audience interaction)을 소개했다.
먼저 연사-청중 상호작용에서 청중의 박수가 나오는 기본 기술을 알아보자. 호명하기다. 사람 이름, 작품 이름, 단체 이름, 국가 이름 등, 이름을 부르며 감사를 표하거나 수상을 발표하는 방법이다.
영화제, 음악제, 방송국 연말 연기대상 같은 시상식은 우리에게 친숙한 무대다. 시상식을 보면 시상자가 수상자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박수와 환호가 나온다. 이런 무대를 분석해 보면 청중의 반응을 일시에 폭발적으로 나오게 하는 기본 기술을 알 수 있다.
다음은 2020년 영국·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 수상 발표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 구조에 공통점이 있다. 보통 5단계로 짜여있다. 연말에 국내 방송국에서 하는 연기·연예대상 발표와 같은 구조다.
1 단계 시상자(들): 등장, 인사
청중: 박수와 환호
2 단계 시상자(들): 후보작·후보자 소개
청중: 박수와 환호
3 단계 시상자(들): 수상작·수상자 발표 예고
청중: (궁금증과 기대감)
4 단계 시상자(들): 발표하기 전에 한 호흡 쉼
청중: (궁금증과 기대감 고조)
5 단계 시상자(들): 수상작·수상자 발표
청중: 박수와 환호
전체 구조 중, 5단계가 핵심이다. 5단계를 향해 전체 구조가 짜여있다. 각 영상의 시작은 5단계에 맞추었다. 영상 아래에는 대화분석(Conversation Analysis)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전사하고 설명했다. 괄호 안의 숫자는 초단위 포즈(pause, 휴지, 멈춤, 띄어 읽기)다.
1. 4:24
https://youtu.be/YEx3wf7AZyk?si=vBgyBBFKD7_H9Kbk&t=265
시상자: and the Oscar goes to:
오스카 상은
(3.0)
Parasite
기생충
청중: 환호 + 박수
2. 1:35
https://youtu.be/TPziXaswmMI?si=-k3uqjcdW9yhMdr-&t=96
시상자: and the bafta goes to:
BAFTA 상은
(2.0)
hhh Parasite
ㅎㅎㅎ 기생충
청중: 환호 + 박수
3. 12:09
https://youtu.be/oF8gZ_AvYN0?si=Xz80lxjX2Wvy6vOJ&t=729
남자 시상자: The award goes to
수상작은
(1.0)
남녀 시상자: Parasite
기생충
청중: 환호 + 박수
이 5단계에서 연사가 수상작을 발표할 때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시상자가 상 이름을 말하고 수상자를 발표하기 전에 1~3초 정도 한 박자 쉬며 청중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 짧은 순간에 청중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최고로 높아진다. 청중은 이미 박수 칠 준비를 하고 발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폭발적인 환호와 박수가 나온다. 바로 이것이 5단계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국내 연기대상 발표도 이 단계에서 같은 패턴을 보인다. 시상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상자들보다 더 긴장감 있게 발표한다.
4. 0:30
https://youtu.be/FCBsWH0WKEs?si=Y0ijbhzR_Wc7Q-br&t=31
시상자: 2023, MBC 연기대상 (1.0) 대상
(4.0) 후~ (3.0)
연인의 남궁민 씨, 축하드립니다
청중: 환호 + 박수
먼저 '2023, MBC 연기 대상'하고 1초 쉬고, '대상' 하고 무려 4초를 쉰다.
이제 발표 하나 싶더니, '후~'하고 떨리는 한숨을 내쉬며 귀여운 긴장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3초 있다가 '연인의 남궁민 씨'라고 발표한다.
호명되자마자 폭발적인 환호와 박수가 나오고 시상자의 '축하드립니다'와 박수가 겹친다.
이렇게 시상식의 연사-청중 상호작용은 전체 구조가 핵심 단계인 5단계를 향해 잘 설계되어 있다. 5단계에서 시상자가 상 이름과 수상작·수상자 발표 사이에 각자의 스타일 대로 한 템포 쉬는 패턴. 이것이 청중에게 긴장감을 주며, 호명하자마자 폭발적인 박수갈채가 나오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