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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펜서 Jan 31. 2023

"팀 프로젝트하는데 성장하는 느낌이 안 들어요"

부트캠프 이야기 : 교육 매니저 스펜서의 편지

'스펜서의 편지' 시리즈는 개발자 부트캠프를 운영하면서

친구들의 생각과 고민을 듣게 되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써 내려갔던 편지들을 옮겨 다루고자 합니다.


운영을 하다 보면 시작은 대체로 한 명의 고민으로서 접하게 되지만, 분명 누군가는 말은 안 해도 똑같은 고민을 품고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혹시나 다른 누군가도 겪고 있을 고민일 것 같거나 필요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으면, 가능한 오픈 채널에 이렇게 편지글로 전달하는 편입니다.


부트캠프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취준생과 교육 매니저 모두를 응원하며

'편지' 시리즈가 각자의 생각과 조금의 위로 그리고 서로에게 응원을 주고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옮길 편지는 지난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운영 중인 부트캠프에는 총 3번의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1. 개인 프로젝트

2. BE 협업 팀 프로젝트

3. BE+FE 협업 최종프로젝트

현재 2번을 진행 중인데 낮부터 새벽까지 친구들이 소통하며 프로젝트에 집중합니다. 

어린 친구들이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대단하고 자연스레 응원하고 싶어 집니다. 


그날도 백둥이/멘토님들과 게더타운에서 늦은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여러 담소를 나누던 중, 프로젝트 후반에 들어서니 "팀 프로젝트로 성장하는 것 같지가 않고, 정체된 것 같다"라고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새벽까지 달리곤 침대에서 누워, "이게 맞나?"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잠에 들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서, 바로 글을 적기 시작했었습니다.


아래 편지 내용에 '백둥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백둥이는 현재 운영 중인 친구들을 부르는 애칭입니다.

>>> '백둥이' = 'Back' + 'end'(한/영으로 '둥') + '이'


(+) 편지에서 쓰인 이모티콘을 기본 이모티콘으로 변경하여 옮겼는데, 발행해보니 아쉽게도 브런치는 기본 이모티콘을 넣어도 깨져서 나와서 삭제했습니다.




오랜만에 스펜서 편지

팀 프로젝트 기간에 다들 고생하죠?

다만 프로젝트를 하면서 간혹 "내가 성장하고 있나?" "성장하는 것 같지가 않다.(정체기 같다)"라고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서 몇 가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1. 교육 중독이 의심되는군요! (=이유식 중독자)

자세하게는 '외부에서 주입하는 교육/지식습득에 너무 익숙'해진 상태이진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가 깨달음을 정제하여 공유함으로써, 이 좋은 정보를 전달받음으로써 나도 빠르게 성장한 것이죠.


안타깝게도 이런 좋은 지식공유자가 늘어나며 생태계에 양면이 발생합니다. 

남의 깨달음을 나의 깨달음으로 착각하는 거짓 성장이 많아집니다.


개발 유튜버 분이 쉽게 설명해 준 개념, 말씀해 주시는 개발자로서의 멋진 목표를 접하곤, 내 생각으로 착각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고,

어떤 교수/박사님이 몇 년을 거쳐 얻은 깨달음을 쓴 책을 몇 권 읽곤, 그와 동등한 지위와 인사이트를 가지게 되었다고 착각하는 CEO들도 많이 봤습니다.


정제된 지식은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그 지식을 접한 순간에 100% 여러분 것이 절대 되지 않으며, 자신의 깨달음으로 보완과 보강이 덧붙여져야 비로소 겨우 내 것이 됩니다.


몸이 안 좋을 때 흡수력이 좋은 죽을 먹고 괜찮아지거나, 스테로이드를 맞고 몸이 쉽게 좋아지는 것. 모두 default인 상태에서는 '역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소화 능력이 부족해 이유식을 먹는 아이에서 변화를 해야 하는데, 혹시 아직도 내 뱃속은 이유식만 원하는 건 아닌지, 또한 여기서 말하는 '소화 능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2. 혹시 학습을 편식하는 건 아닐까요? (=상체 운동 좋아! 하체 하는 날 싫어...)

개발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요? 많은 지식만 있으면 되나요?

이건 헬스로 비유하면 '내가 좋아하는 운동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여기서 '좋아하는 운동'이 되는 주된 이유는

1. 운동하는 느낌이 나고 

2. 효과가 느껴지는 부위니까! 

일 경우가 대부분이죠? 내가 잘 못하거나 성장이 잘 안 되는 부분은 하기 싫고 안 하게 됩니다.

'상체'는 매일 해서 울끈불끈 한데, '하체'는 안 해서 비실한.. 불균형 몸매를 가진 '상체충'이 되곤 합니다.


'저는 취업 준비가 부족합니다.' 말하는 가장 많은 케이스는 '프로젝트가 없어요.' '포트폴리오가 없어요'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걸 할 기회가 없던 친구는 몇이나 될까요?


장기간 개발 공부를 했어도 프로젝트 없는 경우는 흔합니다. 뒤늦게 깨닫고 준비하거나 "왜 난 안 했을까?"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지식이 쌓이는 성장만 하는 공부. 자극이 느껴지는 공부만 따라가진 않았나요?

그런데 어쩌죠? 안타깝게도 현재 나에게 정말 필요한 학습과 성장은 내가 하기 싫거나 자극이 덜한 분야일 경우가 높습니다.



3. 성장을 판단하는 축이 1차원적이진 않나요? 체감이 아닌 지표로 성장 판단하기

개인적으로 코테는 저녁에 공부하라고 합니다. (자세한 이유는 여기에서)

코테 공부를 하면서 자주 빠지는 나쁜 상황은, 성장을 나의 피로도로 판단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팀 프로젝트는 피로가 다른 활동보다 엄청 듭니다. 

그럼에도 '성장에 대한 자극'이 실시간으로 느껴지진 않으면서 '성장하고 있나?' 싶습니다.


왜 그럴까요? 당시에는 그걸 느낄 여유가 없거든요. 

그리고 이 구간의 성장은 실시간으로 느낄 만큼 조밀하거나 Linear 하지 않습니다.

역치가 큰 계단과 같은 형태이죠. (=존버)


평소의 우리라면 아래 2가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1. 지식 습득만이 우리에게 필요한 성장이 아니란 것을.

2. 프로그램을 구현하여 가치를 만드는 것까지가 개발자로서 필요한 성장의 증명이자 완성이라는 것을.


다만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당연히 알던 것을, 특히 머리로만 알던 것은 보이지 않고 쉽게 놓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는 끝 회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회고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그동안 나 뭐 한 거지?' 하게 되는 벼락치기로 대학 과제 제출한 것과 같은 마무리가 됩니다.



마무리를 해보자면..

이번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평소 알던 성장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진짜 여러분에게 필요했던 영양분. 반드시 알아야 할 성장의 형태일 경우일 겁니다.

반드시 마주쳐야 했던 나의 부족함과 만난 것이죠.

그런데 평소 각오는 했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낯설고 맘에 들지 않죠?


그럼에도 성장이 의심이 된다면, 이미 같은 길을 밟아본 선배 개발자, 또는 관련 경험이 많은 동기에게 조언을 받아봅시다.

다행히 혼자 외로이 공부할 때완 다르게, 쉽게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눠 줄 리더, 멘토, 백둥이들이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뒤돌아봅시다. 분명 삐뚤삐뚤할 거예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 삐뚤어진 이동 경로에도 성장이 존재합니다.

또한 먼저 나아간 선배들이 봤을 땐 반드시 했어야 할 경험과 성장이고, 

여러분이 해당 경험이 없다면 벽을 만날 그때 또 같은 후회를 할 거예요.


여러분의 성장을 기대하고 확신합니다. 남은 한 주도 열심히 달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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