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안하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책을 쓴 저자로서 세 가지 감정을 느낍니다
대표적인 도서 구독 서비스죠. 밀리의 서재에서 지난 한 해 회원들의 독서 데이터를 분석해 리포트를 냈습니다. 그게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이에요.
제 책 <본능 독서> 하단에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에 소개된 책"이란 문구가 있습니다.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내용으로 소개됐을지. 가입하고 내용을 봤습니다.
이럴 수가. '사람들이 얼마나 끝까지 읽나'를 완독 지수로 표현하는데, <본능 독서>가 1위에요. 독서 분야 책 중에서 말이죠.
세 가지 감정이 들더라고요. 첫째, 고마움입니다. 독자분들께서 끝까지 책을 잘 읽어주셨다는 게 저자에겐 참 기쁜 일이거든요. 둘째, 뿌듯함과 안도감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그래도 잘 읽히는 책을 쓰고 싶어 고민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은 뭘까요. 미안함입니다. 이 책 아직 1쇄가 다 안 나갔거든요. 지난 한 해, 밀리의 서재 독서 분야 완독 지수 1위지만, 아직 2쇄로 넘어가지 못한 게 <본능 독서>입니다.
저에겐 소중한 책들입니다. 한 권 한 권 쓸 때마다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정성과 판매량은 비례하지 않아요. 점점 더 출판 시장에선 저자의 마케팅 파워를 중요시 여깁니다. 유명하면 많이 팔리고 많이 팔리면 더 많이 팔리니까요. 그런 점에서 책들에 미안한 거죠. 분명 더 많은 곳에서 빛을 발할 만한 책들인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 미안함을 길게 안고 가진 않으려고 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과 감정을 인지했으면, 이제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해야죠.
살면서 느끼는 건, 내 노력과 정성이 꼭 당장의 결실로 돌아오진 않는다는 겁니다. 복잡하고 거대한 세상 속에서 명확한 인과 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 다 놔버리고 살 것인가. 아니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출판 시장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또 끄적입니다. 한 권 한 권, 이 책을 다시 또 쓰라고 하면 쓰지 못할 만큼 마음을 담아 책을 만듭니다. 당장 원하는 결실이 돌아오진 않더라도, 그 정성은 알게 모르게 차곡차곡 쌓여 다른 어디에선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더불어 이미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수많은 책 속에서 제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본능 독서>, <꿈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 <블로그 마케팅의 모든 것>, <퍼스널 브랜드 블로그 마케팅>을 선택해 주시고 잘 읽어주신 독자분들 말이죠.
비록 많이 팔린 책이라는 타이틀은 아직 달아보지 못했어도, 대신 독자분들의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책이었길 바랍니다. 한 분 한 분의 영감과 울림이 저에겐 일종의 포인트입니다. 차근차근 잘 쌓아가겠습니다.
그런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 복 잔뜩 받으세요. 넘쳐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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