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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ug 13. 2022

1. 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함께 버스에 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창 밖의 건물들은 점점 쌀쌀한 논밭과 산으로 대체됐다. 그럼에도 내가 아직은 사람 사는 곳을 지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건, 띄엄띄엄 스쳐가는 단층짜리 낡은 건물과 좁은 도로 옆으로 이어진 검은색 전깃줄 덕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 상체 만한 짙은 녹색 가방을 안은 채 버스 가장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버스 안도 바깥도, 내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전경은 그렇게 점점 건조해졌다. 나는 물끄러미 이 과정을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좁은 시골 도랑 위에 지어진 다리를 건너는 순간, 어느새 썰렁해진 버스는 속도를 줄인 채 좌측으로 길을 틀었다. 우중충한 철제 바이케이드를 지나고 흙길 위로 먼지를 잔뜩 날리고서야 드디어 버스는 멈췄다. 나는 직감했다. 이제는 내가 내릴 차례라는 걸.



  그렇다. 나는 신병이었다. 이제 막 자대에 배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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