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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ug 13. 2022

2. 그들은 긴장한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를 데리러 왔다. 누가 되었든 어쨌든 나보다 계급이 높을 게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온 몸의 근육에 작은 긴장을 주고 모든 감각을 열었다. 그는 나를 이끌고 옛날 군대 드라마에서 볼 법한 건물로 들어갔다. 몇몇 내용을 확인하고 물어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누군가 나를 이끌고 다른 건물로 데려갔다.



  '아. 설마. 진짜?'



  사실 아까 버스를 타고 들어오면서, 여기가 내 근무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주위를 관찰했다. 그때 다른 건물들과 결이 다른 이상한 창고 같은 게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 내가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설마설마하면 보통 현실이 되지 않나. 예외가 있길 바랐으나 그 예외가 지금은 아니었다. 연탄 창고를 개조한 생활관. 군대 이미지를 위해 옛날 군대 드라마에서조차 보여주지 않을 법한 이 건물이 앞으로 내가 근무할 곳이었다.



  앞서 방문한 건물은 아무리 낡았어도 최소한 한 건물 안에서 기본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내가 들어온 여기는 뭔가 만화 속 해적 집단의 임시 거주지 같았다. 개조한 연탄 창고 만으로는 기본 기능을 해결할 수 없어 이를 마주한 곳에 자그마한 컨테이너 행정실을 놓아두었다. 옆에는 시멘트로 급조한 듯한 외부 샤워실이 있었고, 그 뒤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1인용 이동식 간이 화장실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알고 보니 같은 부대 안에서도 일부만 이 구조물 무리에서 살고 있었고, 나는 또 기가 막히게 여기에 배치된 것이다.



  행정병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에 대해 몇 가지 내용들을 확인했다. 이제 막 하루 일과가 끝났는지 몇몇 병사들과 간부들이 들어오며 나를 힐끗 쳐다봤다. 점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그 사이를 뚫고 웬 햇빛에 잔뜩 그을린 덩치 좋은 사람이 다가오더니 걸걸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축구 잘하냐?”



  입대하기 전에 수차례 들었다. 군대 가서는 함부로 나서거나 잘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그렇다고 해보기도 전에 못한다며 발 빼는 것도 A급 신병의 자세는 아니지 않나. 입대하기 전에 수차례 들었다. 너무 나대도 안되지만 뒤쳐져서도 안된다고.



  나는 답했다.



  “잘하진 못해도 좋아합니다!”



  그러자 그 뒤를 이어 들어온 누군가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군대에서 좋아하는 게 어딨어? 잘해야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여기, 이 사람들에게서 도망갈 수 없었다. 그렇게 내 본격적인 자대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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