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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찬 Jun 21. 2021

AI가 여행 추천을? 우린 사람이 합니다

당신만의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보세요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철이 찾아왔다. 그간 사람들을 구속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도 백신 접종과 함께 그 영향력이 약해졌다. 지난 시간 동안의 억눌린 소비 욕구가 여름을 만나 폭발하는 듯하다. *실제  5월 보름간 미국 전역에서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사람들의 숫자는 2,4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300만 명보다 8배나 증가했다.

* Scott McCartney, "The U.S. Travel Surge Isn’t Coming—It’s Here", The Wall Street Journal(2021.05.19)


하늘을 나는 여행뿐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에 사이에 폭발하고 있는 로드 트립(Road Trip) 욕구가 렌터카 품귀 현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 2021년 5월 첫 주, 온라인 종합 여행 부킹&검색 플랫폼 카약(Kayak)의 자동차 렌탈 검색량은 2019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고, 렌탈비용은 약 92% 폭등했다. 미국 최대 렌터카 기업 허츠(Hertz)를 소유한 '허츠 글로벌 홀딩스(Hertz Global Holdings)'의 주가는 4월 초 $1.39 에서 6월 20일 현재 $8.09를 기록하며 약 5배나 뛰었다. 허츠가 펜데믹 사태로 인해 파산 보호 신청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 Amanda Maile, "Summer travel expected to surge as Americans take 1st trips since pandemic's start", ABC News(2021.05.12)


Hertz Global Holdings., Inc (Google Finanace)


여행객을 잡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온라인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지난 2월과 3월 여름 휴가 검색량이 60% 폭등한 것에 착안해 새로운 'Flexible Search' 기능을 준비 중이다. 6월 30일 론칭될 새로운 검색 기능은 정확한 여행 날짜를 입력해야 했던 기존 UX에서 벗어나, '주말', '일주일', '월(月)' 등 원하는 여행 기간을 선택함으로써 유연한 여행 플랜을 짤 수 있도록 돕는다.



Airbnb New Flexible Search Function (https://news.airbnb.com/new-flexible-search/)



글로벌 최대 여행사 엑스피디아(Expedia) 또한 지난 4월 <All By Myself : App>이란 제목의 캠페인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지도 한 장을 손에 쥔 영상 속 주인공은 호텔로 향하는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엑스피디아 어플이 의인화된 배우 라시다 존스(Rashida Jones)가 나타나 그녀에게 도움을 건넨다. 라시다는 주인공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여행지를 찾을 수 있도록 옆을 지키며 따라다닌다. 배경음악은 에릭 카먼(Eric Carmen)의 "All By myself"를 사용했는데, 혼자서도 최고의 여행을 경험하게 돕겠다는 엑스페디아의 메시지를 반영한다.


https://youtu.be/1xRTdQMiHuA

All By Myself | :60 | Expedia


경쟁사들이 여행객을 위한 최신 기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사이,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인터노바 트레블 그룹(Internova Tavel Group)이 운영하는 'BookHuman.Travel'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이 제공하는 개성 없는 여행 큐레이션을 반박하며, '진짜 사람의 입장에서 당신의 여행을 고민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다.


https://bookhuman.travel/



"사람에게 예약하세요"

인터노바 트래블 그룹은 6월 17일 <Book Human>이란 제목의 새로운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로봇은 휴가지를 찾는 당신에게 꼭 맞는 여행지를 설명한다.


"Isn't this place Perfect?" - 정말 완벽한 곳이지 않나요?

"Data analysis indicates that you fit the profile of travelers who have been here.." - 당신의 프로필은 이곳에 방문했던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일치하는 군요.


Book Human | Internova Travel Group


일관된 톤으로 얘기하는 무표정의 로봇을 보고 있노라면 섬뜩한 감정이 든다. 로봇은 "We Watch and Here Everything - 우린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있습니다", "We know everything about you and thousands of lists that exactly same like you - 우리는 당신과 당신과 비슷한 수천 명의 사람들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이어가며 섬뜩함을 고조시킨다. 영상은 "Don't Let a Machine Choose Your Vacation - 기계에게 당신의 여행을 맡기지 마세요"라고 마무리하며 사람에게 예약하는 여행 서비스의 필요성을 어필한다.


https://youtu.be/us_XeBfrrfE

Book Human | BookHuman.Travel - Internova Travel Group


이같은 광고 영상을 만든 BookHuman.Travel의 핵심 서비스는 당연하게도, '사람이 제공하는 여행지 추천'이다. 기업은 '진짜 사람'을 여행 에이전트로 고용한다. 에이전트들은 24시간 상시 대기하며 웹사이트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에이전트의 프로필에는 컨설팅 가능한 여행 지역과 경력, 스페셜티가 명시되어 있다. 고객은 여행지와 자기소개서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에이전트를 골라 상담받을 수 있다.


https://bookhuman.travel/



<Book Human> 캠페인은 미국 온라인 리서치 기업 서베이 몽키(Survey Monkey)가 미국 성인 1,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감을 받아 계획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중요한 여행 계획 시 챗봇보다는 여행사 직원과의 상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수많은 절차가 간편해졌지만, 쏟아지는 편리함 속에서 인간적인 교류를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Global Travel Collection, "Internova Travel Group Reminds Us Why Humans Are Better at Servicing Travel Than Machines", GTC (2021.06.16)


인터노바 그룹 CMO Brent Rivard은 "오래된 방식이 새로운 것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오늘날 사람들의 휴가 계획은 여행사이트의 부킹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집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특별하거나 개인화된 경험을 만들어 주지 못하며, 당신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관심이 없죠. 로봇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고객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옛 사람다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Book Human> 광고 영상은 3개월간 라이브될 예정이며, 뉴욕과 LA 지역을 중심으로 OOH(out-of-home, 옥외광고)도 함께 진행된다.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뜻밖의 경험에서 나온다"

올해 여름은 코로나 폐쇄 이후 맞이하는 첫 휴가철로써, 사회적 격리로 고통받았던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보상 심리가 전 세계적인 휴가 러쉬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람들은 항공권 가격과 숙박비, 렌터카, 추천 여행지 등 실시간 공유 및 비교 서비스를 통해 최적의 여행 경로를 추천받고, 이를 통해 가장 큰 효용의 가성비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확률적으로 계산되는 데이터의 세계에서는 여행만이 줄 수 있는 '뜻밖의', '예상치 못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의 프로필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 곳을 간다고 상상해보자. 모두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같은 경험을 하며 같은 내용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여행지 선정 실패 확률을 줄일 수도 있지만,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데이터가 추론하는 범위로 한정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행은 말 그대로 여행이기에 '누구와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조금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주저 없이 Book Human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에이전트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여행지가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말고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색다른 두근거림과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Book Human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Editor) 권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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