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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찬 Apr 02. 2021

직업을 묻고 다니는 직업이 있다?

"무슨 일 하세요?" 질문 하나로 메가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

슈퍼카를 운전 중인 사람에게 다가가 직업을 묻는 사람이 있다. Daniel Macdonald란 이름의 주인공은 숏폼 소셜미디어인 틱톡(Tik Tok)에서 780만 명,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74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메가 인플루언서다.


그의 영상 콘텐츠들은 참 일관되다. 슈퍼카를 몰고 있는 사람이 보이면 다가가 딱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직업이 무엇인가요?)"


다니엘 맥도널드의 틱톡 계정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들


뉴미디어가 부상하며 사람들의 문화 소비 형태도 세분되었다. 각 문화 산업이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되는, 즉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받게 된 것이다. 낚시, 피규어, 힙합, 게임, 스포츠 등 서브 컬쳐로 취급받던 취향 문화들은 강력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 트랜드의 중심에는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지난 수년간 정말 다양한 콘텐츠의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다. 유튜버 'Madia Designer'는 구독자들의 웹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첨삭해주는 크리에이터다. 따뜻하면서도 칼같은 평가로 우리 마음을 후벼파는데, 그 진실한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근엔 온라인 교육 플랫폼 패스트 캠퍼스에서 UI/UX 강의를 론칭하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반려동물 포메라니안 '지프'는 팔로워만 1,000만 명이 넘는 초대형 펫플루언서다. 인형 같은 외모로 많은 랜선 견주들의 마음을 녹인다. 과거 미국 팝스타 케이티페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 한 장의 가치가 약 $45,000 (5,500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걸어 다니는 기업인 셈이다.


펫플루언서 지프 (인스타그램 @jiffpom)




그에 비해, 오늘의 주인공 Daniel Macdonald(TikTok/Instagram : @itsdanielmac)는 달라도 좀 뭔가 다르다. 특별히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지도, 뛰어난 영상미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던히 슈퍼카 오너의 직업이 무엇인지 묻고 다닌다.


"Hey, excuse me, I love your car!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와, 차가 정말 멋지네요! 무슨 일 하세요?)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에 대한 대답 (Tik Tok : @itsdanielmac)


가운데 사진 속 맥라렌 570S를 타고 다니는 사람의 직업은 척추지압사(Chiropractor)다. 첫 직업은 무엇이었냐는 꼬리 질문에, '맥도날드'라고 짧게 답한 뒤 유유히 사라진다. 포르쉐 911 터보 S를 끌고 다니는 남자는 성인용 장난감 사업을 하고 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를 타고 있는 남성은 건설 장비 임대업을 한다.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란 질문엔 "당신의 분야에서 사업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을 기르라"라고 답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맥라렌 675LT (4억 원 상당)을 타고 다니는 치위생사(Dental Hygienist)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1억 5천 만원 상당)를 타는 항공 우주방어 프로그래머(Aerospace Defense Program Manager)까지.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몇 몇 슈퍼카 오너들은 다니엘을 알아보는 듯, "Oh! It's you"라는 말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에 대한 대답 (Tik Tok : @itsdanielmac)



다니엘의 질문 세례는 지난 가을 텍사스주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 지역에 서 있던 한 슈퍼카의 오너를 만나며 시작됐다. 그는 D Magazine 과의 인터뷰에서 "즉흥적으로(on a whim) 옆에 있던 람보르기니 오너에게 다가가 직업을 물어봤어요. 그 영상을 틱톡에 올렸더니 하루 밤새에 유명해져 있더군요"라고 전했다. 그 전까지 10명에 불과했던 다니엘의 팔로워는 단기간에 2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은행을 털어 차를 샀다고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남성. 그의 진짜 직업은 물류 회사 직원이다 (출처 : 유튜브 채널 itsdanielmac)


그는 대부분의 슈퍼카 오너들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해준다고 전했다. 어떤 부자들은 고급 카메라나 구찌(Gucci) 백팩을 그 자리에서 선물로 주었다. 기업인들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거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기도 했다.


처음 영상을 촬영할 때만 해도 그는 차량의 제조사 정도만 유추할 수 있는 초보였다고 한다. 때문에 슈퍼카를 잘 알고있는 친구들을 항상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 그는 진정으로 자동차에 깊이 빠진 덕후가 되었다. 그가 밝힌 자신의 워너비 슈퍼카는 Ferrari 488이다(4억원 상당)


이제 Dallas 지역에서 다니엘을 모르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엘의 콘텐츠를 궁금해하고, 슈퍼카 오너들 또한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예상 밖의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세상에서 그의 Behind the Super Car 여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idtor) 권세찬





(생각)

다니엘의 영상은 묘한 매력이 있다. 심플한 콘텐츠인데도 계속해서 빠져든다. 그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열광하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한국과 미국에서 오랜 기간 행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서은국 박사는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행복이 필요하게끔 설계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철학적 사상과는 동떨어진, 진화론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최근 행복 심리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정설이다.


수컷 공작새의 꼬리를 떠올려보자. 화려한 꼬리는 기능적으로 쓸모가 없다. 오히려 야생에선 은폐에 방해가 되어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작새는 오랜 기간 꼬리를 더욱 화려하게 가꾸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찰스 다윈은 이것이 진화에 필요한 본능적 행위인 짝짓기과 관련이 깊다고 판단했다. 꼬리가 더욱 화려해야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암컷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도, 꼬리의 눈 갯수가 많을수록 암컷과의 교미 횟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부를 추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모든 동물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커리어를 개발하고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피카소가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남자들이 소개팅에서 위트있는 농담을 던지려 노력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슈퍼카와 같은 부의 상징이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수단이라면, 우리들이 다니엘의 영상에 열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슈퍼카 오너들의 직업을 묻는 영상에 너무 거창한 것을 대입하는 것일수도 있다. 타인의 삶, 특히 부자들의 삶을 궁금해하는 우리들의 욕구를 충족해준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다니엘의 성공은 뉴미디어 콘텐츠의 교감이 행복에 관한 깊은 뿌리에 기반해 있음을 떠오르게 한다. 이것이 일시적인 인기에 불과할지라도,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는 예상 밖의 콘텐츠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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