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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어 Oct 13. 2020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부자로 가는 여정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고 핀잔을 줄지 모르지만 정말 그랬다.

어릴 적부터 부자는 머리에 뿔 달린 괴물, 힘들게 겨우 살고 있는 우리네 부모들의 등골을 빼먹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자가 아니라 평범한 서민이 되기로 했다. 괴물은 되기 싫었기 때문에.

우리네 부모처럼 좋은 대학 가고 대우 좋은 회사에 취직해 자식 낳고 성실하게 일하다 60세에 퇴직해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는 삶을 선택했다.


결국, 나는 꿈을 이루었다.


나는 부자가 안되었다. 애초부터 원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부자가 못 된 것이 아니라 안된 것이다.

꿈을 이룬 자신을 기특해하며 기뻐야 되는데 왜 이리 가슴 깊숙이 슬픔, 허탈함, 무기력 같은 안 좋은 감정들이 느껴지는 걸까.


우연히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친척 결혼식에 가려고 옷장을 열었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보이지 않았고 온통 버리지도 입지도 못할 옷들로 가득 채워진 옷장을 보며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결혼 10년 차인 지금까지도 대학생 때 입었던 티셔츠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의 찌질함. 한참을 멍하니 옷장 앞에 서있었다.


이것이 내가 원한 삶이었나.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나는 어디로 향해 가는가. 내가 진짜 원하는 인생이 무엇이었나. 어릴 적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직장인이라는 꿈을 가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과학자, 의사, 선생님 등 세상에 등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어린아이가 떠오를 뿐.


불현듯 가성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목숨과도 같은. 모든 상품, 서비스, 주택마저 가성비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그러다 내 삶마저 가성비를 기준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니 차라리 속 편한 서민으로 살자는, 그렇게 풍요롭지는 않지만 나름 만족하는, 매우 행복하진 않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결국, 나는 가성비가 최고인 삶을 살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문해보았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냐고. 

내 안에서 갑자기 분노가 일어났다.

내가 왜 종이 쪼가리밖에 안 되는 돈에 맞춰서, 왜 우리 아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 가성비 좋은 옷을 골라야 하는가. 내가 왜 우리 가족을 가장 안전하게 태울 수 있는 좋은 자동차가 아니라 가성비 좋은 적당한 차를 골라야 하는가. 내가 왜 부모님께 효도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은데 가장 안전하고 여유있는 여행코스가 아니라 경비를 기준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왜 본래 목적이 아니라 돈이 기준이 되어야 되는가. 

그나마 괜찮은 것들을 골라 적당히 만족하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깊은 절망에 한참을 울었다.


깊은 고민 끝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 부자들도 가성비가 삶의 기준일까 라는. 부자들은 가성비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에 충실할 수 있는 선택을 할 거라는. 돈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할 수 있는 최선의 상품, 서비스를 선택할 거라는. 부자들이 명품을 사는 이유는 비싸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명품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일 거라는.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부자가 되기로. 


가성비가 내 삶의 기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누구보다 나 자신과 가족, 누구보다 내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기로.


나는 마음이 부자다,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 아웅다웅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싶다,

나는 돈을 너무 밝히는 사람은 속물처럼 보인다 등

수많은 선입관이 내 속에서 소리치지만


사실, 나는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오고 있었다.


사실 내 깊은 마음속에서는

나는 너무 부자가 되고 싶어,

나는 돈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나는 돈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에게 마음껏 도움을 주고 싶어,

나는 돈때문에 직장을 나가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나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

라고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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