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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어 Jun 12. 2021

자식을 가난하게 키우는 방법

자식을 가난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뜻에 상관없이, 본인도 모르게

자식을 가난하게 키우게 된다.


내가 그렇게 컸고,

나도 그렇게 키웠다.


부모의 DNA, 육체만 물려지는게 아니라,

부모의 관념도 자식에게 물려진다.


특히, 부모의 경제적 관념은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어릴 때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를 가난하게 키우려면,

아이에게 옷을 사줄 때

좋은 옷을 어떻게 고르는지 알려주기보다

옷을 어떻게 하면 싸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면 된다.


아이가 다닐 학원을 선택할 때

아이의 재능과 관심이 무엇인지 얘기하기보다

어떤 학원이 학업 성적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면 된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고민하기보다

가격 대비 먹을만한 음식을 고르면 된다.


자녀가 진학할 대학을 선택할 때

자녀의 꿈이 무엇인지 알기보다

어떤 과가 직업적으로 전망 있는지 알려주면 된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고 오히려 되물을 수도 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우리가 무슨 떼부자도 아니고..


필자 또한 그랬으니까.

사실 이 글은 나의 반성문과도 같다.

나는 부모님처럼 옷 하나, 신발 하나도 싸구려는 안 사줘야지,

프로 스팍스, 나이스가 아니라 프로스펙스, 나이키 사줘야지 이렇게 결심했었다.


하지만, 결국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프로스펙스, 나이키 매장에 가서

아이가 사고 싶다는 '좋은' 신발의 가격표를 보고는 굳이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결국 가격 대비 그나마 '괜찮은' 신발을 사서 오곤 했다.

집에 와서 나도 아이도 행복하지 않았다.

돈은 몇 푼 아꼈을지 모르지만, 아이는 사고 싶은 신발을 못 사서

나는 미안함, 자책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잠을 뒤척였다.


아이가 원하는 신발을 사주면 뭐가 문제일까.

돈을 헤프게 쓰면 안 된다거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버릇이 없어진다든가,

이렇게 돈을 쓰다가 저축도 못하면 애들 학비는 어떻게 할 건가 등

많은 변명거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얘기해보자.

정말 그 이유 때문인가? 그런 변명들로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나이키 신발을 못 사주는 건 잘못이 아니다.

자녀에게 집안 형편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오히려 자녀는 성숙된 인격으로 성장할 것이다.


나이키를 사달라는 자녀에게 철이 없다고 혼내고,

엄마 아빠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안 보이냐고 비난한다면

부모의 뜻과는 반대로 아이는 매우 가난하게 클 것이다.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무조건 해주라는 뜻이 아니라는 걸 잘 알 것이다.

아이가 돈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도 투자를 굳이 시작하게 된 것도

나에게 물려진 가난한 습관을 버리고

부자의 습관을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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