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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by 스피어

첫째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oooo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

유명한 대회는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법한 정도의 콩쿠르이었다.

한국에서 본부 1, 2차 대회를 거쳐 참가자격을 부여받아서

베를린에서 각 나라에서 모인 학생들끼리 Round 2, 3을 다시 거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국제콩쿠르 1등 소식이 작게나마 동아일보까지 나면서

집안에서는 호들갑 아닌 호들갑을 떨기도 하였다.


주변에서는 아이가 영재라고 하면서 칭찬을 하지만,

사실 매일 아이를 지켜보았던 나로서는 그 말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나는 공대를 졸업한, 피아노 건반의 음계 정도 간단하게 알 정도로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래서 당연히(?) 아이도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보이지는 않았다.

노래를 듣자마자 음계를 외워서 바로 피아노로 친다던지,

그 자리에서 편곡을 해서 다르게 한다던지

TV에서 주로 나오는 그런 영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지, 아이 정서를 위해 6살에 의례히 동네 작은 피아노 학원에 보냈고,

피아노 치는 것을 즐거워해서 꾸준히 학원을 보내주는 정도였다.


첫째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능보다는 90%의 성실함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놀고 싶고, 유튜브 보면서 뒹굴고 싶고,

재밌는 곳도 많이 가고 싶고,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자기의 욕구를 조절하고 실제 행동하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초등학생이..

국제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그 조그만 손으로 작은 피아노 방음박스 안에 들어가

매일 5시간 넘는 시간을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쓰럽기도 하면서 대견하기도 하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실 재능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능의 한계 때문에 언젠가는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영재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재능을 가져서 작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

자만심에 빠지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했겠지만,

큰 노력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아빠로서 아이에게 격려의 박수를 마음껏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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