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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Feb 08. 2016

뉴욕사용설명서

세 가지 색, 뉴욕-트렌드(미디어) 편

#디지털 미디어의 최강자, 버즈피드(BuzzFeed)를 가다. 

*오늘의 키워드

네트워킹의 힘


버즈피드. cute를 시작으로 wtf, geeky 같은 단어들이 독특한 구호로 쓰이는 회사입니다. 여전히 정체성(?)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미디어 회사로 분류가 되곤 하죠. 그러면서도 자체 광고 제작도 하기 때문에 미디어/광고 회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올라있는 버즈피드  동영상보다 보면 한 두 시간이 훌쩍이라며 '중독성' 부르는 사이트라 칭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그런 회사가 저희 집에서 기껏해야 지하철로는 20분? 도 채 안 되는 거리라 꼭 한번 비집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그들의 하루는 어떻게 될까, 어떤 이들이 버즈피드를 만들어갈까... 그런 것들이요.


우연히 기회는 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회는 만들어가는 거라고, 시기도 운도 좋아서 버즈피드 본사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얘기를 하자면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는데요. 저도 그런 용기가 어디서 오는지, 참 뻔뻔(!) 한 걸로 따지면 스스로를 돌아봐도 언제나 예상 불가 같아요ㅎㅎ 평소 극소심 소문자 a형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또 어떤 날은 마음이 결정되기 전에 몸이 먼저 나가 있기도 하더라고요. 이날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마침 버즈피드 그렉 콜먼 사장이 강연회를 갖는다는 정보를 접수한 뒤였습니다. 


뉴욕이 좋은 게,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만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강연도 하루가 멀다고 진행됩니다. 물론 우리 돈으로 수십 수백만 원짜리 입장료가 필요한 대대적인 콘퍼런스가 열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10달러에서 많게는 30달러 선에서 유명인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습니다. 공짜 강연도 수시로 열리고요.  제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는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였는데  여기저기 등록해놔서 그런지 최근엔 이벤치(eventsy)에서 여러 행사 관련 메일이 많이 오고, 제가 한번 강연회에 가봤거나 신청했던 각종 사이트 등지에서 새로운 이벤트 관련 메일이 수시로 오곤 합니다. 


강연회 장에서 만난 그렉 콜먼 사장입니다. 보통 강연회는 주로 저녁 6시 이후에 열리는데, 이날은 이분 스케줄 때문인지 일종의 '조찬 강연회' 같은 형식으로 열렸어요. 행사에서 오간 내용 자체는 오프 더 레코드(근데 기존 언론 등지에 나온 회사 소개나 회사 전략 등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더라고요..)이긴 한데, 사진 찍는 건  금지된 게 아니라... 이렇게... ㅎ(근데 화질이 안 좋네요. 아침부터 당떨어졌나... 수전증도 아니고..ㅎㅎ)


이날은 미디어 관련 각종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 광고 업계 사람들, 언론 관련 교수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자체 초상권 보호가 돼버렸네요... ㅎㅎ 이날 참가비가 20달러선이었던 거 같은데, 이런 아침이 제공되더군요. 호텔 케이터링 같던데. 여긴 안 나왔지만 과일 세트도 있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참 준비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강연회에 가면 이런 간단한 다과는 기본이고, 저녁때는 와인 등 주류가 무제한 제공되는 곳도 적지 않고, 또 중요한 건 '준비된' 모더레이터(진행자)들이 진행을 한다는 겁니다. 몇몇은 실제 언론사 종사 기자들이나 앵커가 나와 모더레이터 하는 거 보고 참, 강연회라는 산업 자체도 발달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진짜 가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온 손님 때문에 못 간 강연회가 있었는데, 반즈 앤 노블스 서점에서 연 '저자 초청 토크'였거든요. 이 곳 레스토랑 경영의 신인 대니 마이어가 모더레이터로 나온 겁니다! 요리 관련 서적을 낸 그레머시 테이번(대니 마이어 소유죠)의 마이클 앤소니 셰프를 위해 그가 직접 모더레이터로 나선 겁니다.. 끝나고 대니 마이어에게 꼭 인사하려고 했었는데.... 이날 게다가 제가 너무나도 평소 즐겨보던(존경하던!) 미국 건축 비평가 폴 골드버거가 건축가 프랑크 게리에 관한 논담을 펼치는 강연회도 겹쳐있어서 일단 둘 다 신청해놓고 진심 고민하면서 엄청 설렜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ㅠㅠ 한국서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아깝지만 둘 다  마음속에서 지워버려야 했던.... 너무나 아쉬웠지만 인생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또 얼마나 예상 가능하고 재미없겠어요...(라면서 위로... ㅠ) 이렇게 훌훌 놓아버리는 것도 있어야 새롭게 들어갈 자리도 생기고 그러는 거겠죠.. 그냥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또 만들 수 있는 게 인연이니까... ㅎㅎ)


얼마 전 방문한 버즈피드 본사 내부입니다! 


아, 위에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강연회가 끝난 뒤 콜먼 사장에게 다가갔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명함도 내밀고, 추가 질문도 하고 그랬던 터라 저도 그 줄에 슬쩍 끼었죠. 

한국에서 왔다... 이런 제 소개를 하는데 오히려 그의 귀가 쫑긋이더라고요. 미소를 잔뜩 머금더니"한국? 한국서 왔다고? 그럼 우리가 올 연말 버즈피드 코리아 론칭하는 거 아니?"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 몰랐어!(미국은 존댓말이 없잖아요. ㅎ) 그거 주변에 알려도 되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아니. 아직 계획 중이라. 100% 확신이라 말할 순 없어. 그리고 여긴 오프 더 레코드 자리잖아"라고 답합니다. 그래서 저도 한마디 했죠. 일종의 딜이라고 할까요... ㅎ 어쨌든 그의 이름에서 slip이 됐으니 그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고려해볼게"라면서  종종걸음을 재촉하더군요. 

그랬더니,,, 

하루가 채 지났을까. 버즈피드 본사 담당자와 저를 함께 수신자로 묶어 "오늘 본 사람인데, 가능한지 최대한 검토해서 되도록 약속 좀 잡아줘"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당도했습니다. 그 바쁜 사람이, 저처럼 요청하는 게 한둘이 아닐 텐데, 그냥 무시하고 지나도 됐을 수도 있는데, 한 줄짜리였지만 그런 메일을 받아보니 괜히 뭔가 다 된 거 같고 기분이 좋더라고요..(물론 그 이후 최종 결정이 되는데 꽤나 인내심이 필요하긴 했습니다. ㅠㅠ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드디어 당도한 버즈피드 본사!!  유명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그’ 5번가에선 조금 내려와 있지만 티파니 본사 빌딩으로 알려진 200 fifth avenue 건물, 바로 그 건물 8층 전체를 쓰더군요. 여기 1층은 맛있는 식료품으로 가득한 이탤리(Eataly)가 자리했습니다. 그 옆엔 어마 무시하게 큰 레고 상점이 있었고요. 건물 입구에서 신원확인을 거쳐 건물 안으로 입성하고 나니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LOL’ ‘CUTE’ 같은 글자들이 눈에 띕니다. 샛노란 색의 기호들과 버즈피드를 상징하는  빨간색의 조합이 무척이나 자유로운 모습이었죠. 2230㎡(약 675평) 규모에 식당, 휴게실 등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요건 사무실 밖 테이블에 있던 스티커. 방문자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날도 느꼈지만, 여긴 정말 정말  따먹을 과실은 많은데, 직접 자기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 누가 밥술을 떠먹여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멍하니 방관자 같은 수준에 머물고 마는 거죠. 물론 그것도, 그래도 뉴욕이기에, 그런 순간들 조차도 행복할 수 있긴 합니다. 저도 갤러리나 박물관만 두고 봤을 때 어지간하덴 다 간다고  마음먹었는데 아직 그 좋다는 모마 PS1(퀸즈에 세워진 모마 분관)에도 못 갔거든요. 그냥 그렇게 돌아다니고 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 문화적 수혜는 입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뉴욕의 전부는 또 아니니까요...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를 꼽자면 네트워킹인데요. 자기 '몸값'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 아니 거의 가장 중요한 '무기' 중 하나인데요. 여기에서 만난 팀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넌 여기 어떻게 합류했어?"라고 물으니 "네트워킹이지"라고 답이 옵니다. 여기 있는 상당수가 네트워킹을 통한 추천, 추천으로 이 곳에 들어온다고요. 물론 버즈피드 잡(job) 코너를 통해 수시 지원 방식도 있습니다. 가끔은 특별 채용 같은 게 있기도 더라고요. 여기 샌프란시스코에 '오픈 랩'을 만들면서 지난해 중순쯤 VR이나 드론 등 신기술에 관심 있는 이들의 지원서를 따로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네트워킹을 통한 추천제 입사..라고... ㅎ "원래 다른 회사 있었는데, 거기 있던 친구의 친구가 버즈피드로 막 회사를 옮겼다는 거지. 그 친구들과 어울리다 마침 버즈피드에 적합한 자리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고, 재빨리 지원해 여기로 옮길 수 있었어. 너도 혹시 회사 옮기고 싶거나 회사 들어가고 싶으면 부지런히 친구 사귀어. 네트워킹 속에 정보가 다 나오거든."  


쓰다 보니 또 길어졌네요^^;; 버즈피드 회의 진행 방식 등에 대해선  다음번 포스팅으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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