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13
매주 목요일에는 오전에 피아노, 오후에 운동을 배웁니다. 일주일 중 가장 일정이 많은 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주에는 피아노와 운동 모두 일정을 취소하고 친구들을 만났어요. 바로 전날 수요일에 만났던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만나면 또 좋으니까요. 목요일에 친구를 만나러 다녀온 곳은 강동구입니다. 최근에 이사를 한 친구가 새 집으로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역시나 새 아파트는 정말 좋았어요. 낭비되는 공간 없이 효율적으로 집안 곳곳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주방이나 수납장 등 가구도 깔끔하고, 무엇이든 깔끔하고 예쁘게 꾸미는 친구의 솜씨가 살림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친구는 아들 둘, 딸 하나를 키우는 애 셋 엄마입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기 전인데, 벌써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었지요. 이전 직장에서는 직업 특성 상 대부분 일찍 결혼을 했습니다. 나는 일을 그만두고 나중에 결혼을 했으니 조금 늦게 결혼한 편입니다. 어쨌든 일찍 엄마가 된 친구는 일도 살림도, 육아도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이사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애 셋을 돌보며 집 정리를 다 해놓고 우리를 초대해 멋진 식사까지 대접하다니요. 친구가 만들어준 명란 솥밥과, 달래 된장국은 맛있을 뿐 아니라 담겨있는 그릇, 솥까지 모두 아름다웠답니다.
아직 입주 이사가 다 끝나지 않은 아파트라 단지 내 어린이집이 아직 개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 간 첫째를 빼고 둘째와 셋째는 집에 있었어요. 7살 둘째는 태블릿을 보거나, 종이접기를 하며 혼자서 잘 놀고 3살 셋째는 내내 울면서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잠깐 화장실에 간 엄마를 찾으며 우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쁜 이모들은 우는 애 앞에서 웃기만 했어요. 하하! 엄마를 찾는 두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안아주면서도 친구는 우리와 앉아 한참 이야기를 합니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대단합니다.
친구 중 한 명이 재미있는 초콜릿을 가져왔어요. 궁금하거나 고민이 되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하나를 고르면 안에 답이 쓰여있는 초콜릿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하나씩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셋째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친구, 둘째는 언제쯤 가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친구, 육아휴직 중인데 언제 복직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는 친구가 차례대로 초콜릿을 뽑았습니다. 어떤 문제를 이야기해도 그럴듯하게 연결할 수 있는 답이 적혀있더라고요. 맞네, 맞네! 하며 한바탕 깔깔깔 잘 웃고 즐겼습니다. 아참, 나는 초콜릿 두 개를 뽑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리고 하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역시 비슷한 내용의 답이 나왔습니다.
수요일에도 만났던 친구 중 한 명에게는 사과를 했습니다. 전 날 괜한 이야기를 했다 싶어서 집에 가서 후회를 했거든요.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꼭 사과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제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 집에 가서 내내 마음이 쓰였다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는 뭐 그런 걸 사과하냐고,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꼭 미안하다고 해야합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30년 쯤 살아보니 이런 말은 때를 놓치면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덕분에 이 날은 좀 더 산뜻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 하원시간에 맞춰 오후 일찍 또 헤어졌습니다. 일찍 헤어지니 아쉽지만, 아쉬워야 또 다음이 있는거 아니겠어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