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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Jul 29. 2024

칼 블로흐/ (덴마크 화가)

북유럽 화가로부터 행복 기억 찾기 

창밖 풍경이 위로가 된 날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창문 밖 소녀에 집중되기보다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내 사랑>이라는 캐나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캐나다 민속 화가로 불리는  모드 루이스의 자전적 삶을 담은 영화이다. 절름발이 화가 모드와 무식한 생선 장수 에버렛을 주인공으로 한 조금은 슬픈 영화다. 모드가 자신이 살던 집을 나오며 일자리를 구한 곳이 에버렛 집이다. 그녀가 처음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창문을 통해 집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생각이 난다. 

    

대낮에 불 꺼진 실내를 보려면 얼굴을 창문에 갖다 대고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다 집주인이라도 갑자기 나타나면 화들짝 놀래기도 한다. 문을 통하지 않고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메타포라는 형식으로 영화에 많이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 메타포란 A라는 어떤 것을 보여 줌으로써 B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장치라고 한다. 

     

영화 속 창문은 그녀가 밖에 서 있을 때와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시선이 대비된다. 그녀에게 창문 밖은 용기이기도 하고 작품의 액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말처럼 "내 삶의 전부는, 이미 액자 안에 있어요. 바로 저기 " 창문 너머로 보는 풍경을 응시하며 내뱉은 대사가 아직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걸 보니 아마도 그 시간으로 잠시 나를 데려간 듯하다. 한적한 독일 마을에 살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된다.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그런 곳에서의 삶이 계속되던 때이다. 작은 나의 작업실 한편에 기대어 창문 밖 풍경들이 위로가 되었던 어느 날 말이다. 그래도 어떤 날은 내가 용기를 내어 옆집 할머니 집에 쿠키를 구워 가는 날도 있었으니 내게도 창은 용기와 위로가 공존하는 양면의 거울 같다.   

   

빛으로 만든 드라마

소녀는 누구의 집을 방문한 것일까? 창문을 두드려서 자신을 알렸을까? 아니면 한참을 망설였을까? 커튼이 드리워지지 않은 집 내부의 물건들로부터 내 호기심은 증폭된다. 마치 내가 탐정이 된듯하다. 손질하다만 생선들의 무더기 어질러진 그물들 정리되지 않은 실내는 빛보다 어둠이 짙다. 그림 속 야외 풍경과 대조되어 여자 주인공 표정의 미묘한 감정은 읽을 수 없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어 드라마틱한 요소를 만들어 낸다. 인기척이 없는 듯 보이고 험상궂은 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문을 열어 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창가에 놓인 화병을 보니 안심이 된다. 창가에 꽃을 장식할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보아 빛의 대조를 잘 이용해서 표현한 듯하다. 연극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어둠과 빛의 대비는 영화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나 관객들에게 집중과 몰입하기에 꼭 필요한 요소인 것 같다.  

    

어쩌다 마주한 행복 

척박한 북유럽 환경에서 화가들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요소는 빛이었을 것이다. 파리의 칙칙한 날씨를 피해 프랑스 남부로 떠난 화가들도 많았으니 이해가 될 만도 하다. 어느 해 여름 노르웨이 여행이 생각이 난다. 끝없는 평야를 달리던 차는 반가운 산장을 발견했다. 산장 내부에는 어떤 손님도 없었다. 조용한 그곳은 동화 속 집들에서 볼 수 있는 예쁜 티포트들이 장식장에 가득했다. 앤틱한 난로 위 구리로 만들어진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장이 인기척을 듣고 작은 문을 통해 우리 가족을 맞이 하기 전에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주인은 간단한 인사 후 초콜릿 향 가득한 코코아와 커피, 앙증맞은 케이크를 내어 주었다. 그날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 행복함으로 저장되어 있다. 루이스 모드 화가의 간절한 용기가 담긴 컷 장면 그리고 예쁜 분홍 드레스를 입고 생선 심부름을 온 듯한 소녀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했던 북유럽 여행에서의 따뜻한 장면도 마음에 남았다. 어느 북유럽 화가의 그림 한 장으로부터 마음의 창을 열어 보는 순간이었다.      

영화<내 사랑> 장면 
북유럽 가족 여행 
북유럽 가족 여행 중 만난 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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