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알려져 있는 체지방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탄수화물과 인슐린에 대한 내용입니다.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높아지고, 그러한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는 인슐린을 다량 분비하며, 간에서는 남는 당을 활용해 중성지방을 합성하므로 체지방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탄수화물 만으로는 인체에 축적될 정도로 많은 중성지방을 만들 수 없습니다.
탄수화물을 바탕으로 중성지방을 합성하는 기전은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아주 비효율적인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이론 상 완전히 순수하게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음식을 먹는다면 아주 많은 양이라도 체지방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쌀로 기름을 만드는 것이 그리 간단하게 이루어질 리 없지요.
그렇다면 왜 인체는 남는 장사가 아닌데도 당을 그토록 중성지방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것일까요?
답은 당을 처리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데 있습니다.
혈당이 높으면 혈액의 순환기능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고, 이는 생명의 위협을 의미하므로 인체는 어떻게든 혈당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제한될 경우 소변으로라도 배출해야 합니다.
바로 '당뇨'지요.
정리하자면 간에서 당을 중성지방으로 합성하는 기전은 남아도는 에너지를 차곡차곡 저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체 내 당분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대사과정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탄수화물은 체지방 증가의 직접적인 주범이 아닙니다.
하지만 탄수화물이 체지방의 축적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실제로 우리 몸에 체지방으로 저장되기 가장 적합한 영양소인 '식이지방'이 지방세포에 쉽게 동화될 수 있는 환경인 높은 인슐린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탄수화물이 직접적으로 지방이 되지는 않지만 탄수화물로 인해 먹은 지방이 체지방으로 축적된다는 뜻이지요.
지방은 쌀밥에도 함유되어 있을 정도로 흔한 것은 물론 정상적인 인체의 기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이기에 일반적인 식단에서 지방을 아예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서 인슐린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체지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인슐린의 수치가 높아진 것은 과식의 결과일 뿐 체지방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꼭 인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애초에 절대적인 열량 섭취를 조절하여 영양의 과잉상태를 방지했다면 탄수화물을 먹어도 체지방은 축적되지 않으며, 반대로 어떠한 영양소를 섭취하건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다면 체지방은 늘어나기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