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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r 06. 2021

데브스

자유의지


높은 댐 위에 천재 물리학자 두 사람이 서 있다.


  


19살의  린든과 서른 살 후반의 케이트
앞으로 벌어질 일은 이미 모두 정해져 있다. 그들은 절벽 아래 강물을
깊이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잠시 후 린든이 잠깐의 망설임 뒤에  미소를 띠며 상기돤 얼굴로 다리 난간으로 건너간다.

다리에서 손을 떼고 선다.
케이트는 조용한 얼굴로 린든을 바라본다.
 린든이 중심을 잡고 서있다가.
뒤로 넘어진다. 린든은 다리 밑으로 떨어진다.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는 케이트.  린든은 다리 밑으로 추락하고
댐 아래 추락한 시체를 바라보던
케이트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뒤돌아서  다리 위를 걷는다.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작년 9월 왓챠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Davs). 8부작이다.
알렉스 발랜드가 연출을 맡았다.

Sf스릴러 드라마 장르를 띠고 있지만 음악적 신비로움 아름다운 미장 센 때문에 스릴러적인 요소는 감성적으로 변한다.

동양계 남녀 배우들이 나와서 친근하다. 심지어 남자 배우는 한국 배우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게 갑자기 불행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릴리가 그렇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릴리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It기업인 어마야라는 미스터리 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한다.
같은 사내 직원인 애인 세르게이와 사귄 지는 2년이 된다.
안정적이고 창의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는 행복 가득한 어느 날,
애인 세르게이가 데브스라는 프로젝트팀에 스카우트된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승진이나 다름없는  데브스라는 팀으로 옮긴 바로  첫날
실종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운명이라는 결정론처럼..... 릴리는 이틀 뒤  회사의 동상 앞에서 분신자살하는 세르게이 모습을  cctv를 통해 보게 된다.


하지만 릴리는 세르게이가 자살을 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이때부터 릴리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된다.  릴리는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여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슬픔과 두려움에도 용기를 내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해킹 전문 전 남자 친구를 찾아가서 세르게이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단서를 찾지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던 남자 친구 세르게이의 숨겨진  본모습은 러시아 스파이라는 실체였었다.
기막힌 반전이다 이쯤 되면 세르게이는 릴리를 속이고 첩보활동을 한셈이 된다.
하지만 릴리에게는 그저  사랑하던 한 사람일 뿐이다. 그가 어떤 죄를 지었든지 간에
죽음의 음모는 밝혀 내야 했다.
릴리는 남자 친구의 죽음 뒤에는 데브스라는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으며 그 배후는 회사에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세르게이를 살해하는 인물은 처음 시작부터 등장한다. 어마야 회사의 수장 포리스트의 참관 아래 보안팀장인 켄든이 세르게이를 질식사시킨 뒤 분신자살로 위장을 시킨 것이다.

세르게이는 데브스 출근 첫날부터  간도 크게. 시계를 통해서 정보를 빼돌리다 들키고. 만다.

모든 것이  비밀인 데브스 프로젝트의 운영진들은 살인으로 입막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데브스의 비밀을 지키려 한다.

과연 데브스는 무엇이길래 이들은  살인까지  불사하는 것일까?
데브스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선택된 천재들은 이 살인에 대한 인간적
고뇌는 있을지언정
이 살인에는 죄책감 따위는 없다. 원인과 결과에 따른 선택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우주의 법칙이 들이  존재한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세르게이의 죽음도 그 한분 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릴리에게 이 모든 일은 다른 일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사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 기막힌 일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 그녀의 피는 너무 뜨겁고 그녀의 삶은 역동적이다.
하지만 한 연약한 여자의 자유의지만으로 맞서기에
양자컴퓨터 뒤의 적은 적도 아니면서 너무나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마치 복수극처럼 흘러가는 듯한 드라마는 3편부터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다.

양자역학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철학적 언어로
플어나간다. 보는 내내 머리가 좀 아프지만 빠져들만한 대사들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를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계산이 가능하고 모든 것을 풀어헤칠 수도 다시 꽁꽁 싸맬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과론적으로 움직인다,
운명을 거스르는 힘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 그 힘이 미치는 것일까?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과연 있을까?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은 데브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엄청난 결과물을
창조해 낸다.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모습들을 본다.

메릴린 먼로가 섹스하면서 신음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한 양자 컴퓨터는  암호화된 키를 가지고. 모든 사물을 예측한다.

생명이 있는 것부터 무생명에 이르기까지. 원자들은 모두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영자 세계에서는 그 고유한 코드를 가지고 별. 행성. 먼지. 심지어 우리까지. 우리가 몇 초 뒤에 어떤 행동을 할지 까지
우리의 dna만 정보 값으로 제공하면 우리의 미래가 화면으로 그대로 재현된다.

모든 인과 관계를 재현하는 양자컴퓨터가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한 양자 컴퓨터는  암호화된 키를 가지고. 모든 사물을 예측한다.
생명이 있는 것부터 무생명에 이르기까지. 원자들은 모두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영자 세계에서는 그 고유한 코드를 가지고 별. 행성. 먼지. 심지어 우리까지. 우리가 몇 초 뒤에 어떤 행동을 할지 까지
우리의 dna만 정보 값으로 제공하면 우리의 미래가 화면으로 그대로 재현된다.

지난주 바쁜 와중에도 이 드라마를 보며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머릿속이 힐링되며 명확해졌다.  현실의 산재한 일더미를 이 드라마 때문에 조금 잊을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이 다 라면 난 이 세상을 살만한 이유가 없다는 몽상가이다. 거리를 걸을 때는 스쳐가는 나무에게도 얘기를 하고 하늘을 보며 먼 우주에게도 내 기분을 전하고
강아지 한 마리에게도 추파를 던지면서  혼자 별별 생각을 다해 보기도 하는 나의 일상은 사람들 속에서도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상상한다

살아있는 동안 내 생각은  이렇게 추상적이고 엉뚱하고 예측불가인 시간 속에 있고.
이 시간 속에 있을 때가 더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순간들을 시를 읽고 책을 보며 사유하고  드라마를 통해서 해소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은 불확실한 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나의 자유의지가 흐르는 방향으로 내
삶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하지만 만약 내 운명을 다 알 수 있는 컴퓨터가 존재하고
어느 누군가가 내 운명을 다 알고 있다면?

데브스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터에 현재의 정보 값을 입력하면 모든 분자의 운동을 계산하고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가 경험했다고 인식하는 물리 세계는 고전역학에 의해 기술될 수 있다.

즉 현재의 상태 분자 단위의 정보 값만 알 수 있다면 우리의 과거든 미래든 모두 볼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화면 안에서는 예수님도 볼 수 있고 음성도 들을 수 있다.

극 초반에 천재 연구원들은  예수님의 형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하지만 노이즈가 생겨 형태만 가능했다.
이후에 데브스의 천재소년 린던이 이 불확실성을 해결한다. 린던은 글 초반 댐에서 떨어져 죽는  장본인이다.

린던이 에버넷의 해석을 알고리즘에 포함시킨다.
린던이 이불 확실성을 해결하고 예수의 선명한 영상과 소리를 재현하는 데 성공하며 모두 자축하는데.
데브스의 수장 포레스트는 화를 내며 린던을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너는 우리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유는 이 한 마디뿐이었다.


아마야의 수장 포리스트는 사고로 딸을 잃은 비운의 아빠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지만 돈에도 명예에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데브스 프로젝트를 완성해서 딸을 되찾고자 하는 광기만 있을 뿐이다.
회사의 이름  어마야는 딸의 이름이다,
데브스는 딸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이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해서 어떤 식으로든 딸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되살린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앞서 린든은 에버릿 해석으로 과거의 존재들의 영상을 선명하게 가져온다. 여기서 에버릿 해석이란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다.
즉 이 해석은  다중우주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분자 단위는 분열되어  선택된 모든 단위가 각자 다른 우주를 가지고 있다.

슈레딩거 고양이가 그 한 예이다. 고양이는 각자의 다른 우주에서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있기도 하다.
포레스트가 린든을 해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즉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
다중우주 속 수많은 어마야 중 한명일뿐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단 한 명 자신의 딸을 원한다.

모든 사건의 하나하나에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다. 결괴론적인 우주는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원인과 결과가 공식처럼 귀결된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운명에 맞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릴리에게 닥친 고난은
릴리를 강하게 만든다.  세르게이를 살해한 전직 CIA 보안팀장 켄든은  릴리에게는 세르게이의 죽음을 파헤치는 일을  그만 멈추라고 경고하며 릴리를 정신병원에 감금한다.

제이미에게는 릴리를 도우는 일을 그만 멈추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제이미는 켄든의 경고에도 릴리를 정신병원에서 빼낸다.
켄든은 혼자만의 독단으로 데브스를 위해 일한다.

결국 제이미를 살해하고 릴리를 죽이려다 실패한다.
 전 남자 친구  제이미는 죽기 전  말한다.
 
"기술회사 경영진들의 문제가 뭔 줄 알아?
힘을 너무 많이 가졌다는 거야. 그래서 미쳐버리지.
결국 자기가 구세주라고 생각해."
 
릴리는 제이미를 잃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데브스의 진실 앞에까지 선다.
이 과정이 드라마틱하다거나 영웅적이 다거나 했다면 이 드라마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약자들은 모두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절제된 스토리로 전개되는 점이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릴리는 포레스트를 찾아와서 데브스가 보여주는 자신의 미래를 양자컴퓨터를 통해서  본다.
양자컴퓨터의 시물 레이 선은 이전까지는 완벽하게 작동하다가 릴리의 침입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즉 시뮬레이션 자체가 릴리의 등장으로 자유의지가 생겨난다.

연약하고 약하지만 투쟁적이며 독립적인  릴리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 보면 아담과 하와 이전의 존재했던 여인의 이름이다. 그녀는 불순종이란 명목으로 에덴공원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추방당한다.

지금의 나는 내가 맞을까?
몸이 느껴진다고 이곳이 현실일까?
고통이 느껴진다고 해서 살아있을까?
내가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매트리스 안의 가상세계는 빨간약과 파란 약이 존재한다.

우리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산다고 해서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니다.
자유의지란 운명을 받아들일 때 이미 내 의지 안에 포함된 것이다.

양자역학이라는 미시세계에서 우리의 삶은 무한대이다.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가 있다.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양자 약학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한다.

댐 위의  케이티와 린든을 대사로 다시 소환한다.
드라마와는 대사가 다르다.  상황에 맞게
다시 각색해 보았다.

린든:  나를 데브스로 다시 복직할 수 있게 사장에게 얘기해줘 케이티 넌 할 수 있잖아!

케이티 :  그건 불가능해, 규칙 알잖아.

린든 :  데브스에 내전부를 쏟아부었어

           데브스는      내 인생 그 자체야.

케이티:  넌 왜 너의 마래를 보지 않았어?
              볼 수 있었잖아?

린든:     난 미래는 알고 싶지 않아!   난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갖고 있어.
              포레스트가 틀린 거 너도 알고 있지?

              포레스트를 탓하지 않아.
              그런데 에버렛 (다중우주)이

               확실하다고   밝혀졌잖아? 다중

                 세계가 존재한다고......

   
케이티:  알아! 네가 맞아.,

린든:  그런데 왜 내편을 들지 않은 거야?

케이티:  넌 지금 그 말을 하려고 나에개 온 게      
             아니야. 넌 조금 있다가.
             다리 위에서 떨어질 거야,

린든:     미쳤어?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해.?

케이티:   신념 때문에. 아니면 믿음 때문일

                 수도.넌   다중 세계가 있다고 믿어.
              그러기 때문에 안 떨어지는 세계도      

               있다고 믿지.
               넌 떨어지면서도 네가 살아남은

                세계만   의식하게 되겠지.

린든:    내가 살아남은 세계에서는

                데브스에서  일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케이티 네 말은 다중세계는

                나 스스로 증명해야 된다는

                그 말인 거야?
             불타는 석탄을 걷는 신비주의자처럼.
              와우 !

             완전한 원이 군.   

              우아해.
             진짜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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