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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Feb 06. 2021

나의 아저씨

사랑


"나의 아저씨 드디어 봤다"
그렇게 보라고 해도 안 보던  절친이  정주행 한 드라마의 감동을 짧은 톡으로 보냈다.


나의 아저씨 끝~~

그 3형제 넘 시끄러워  

조기 축구회 아재들도 시끄럽고..
동네도 시끄럽고..ㅎㅎ

참치에 헤어나지 못하는게 아니라
환상에 헤어나지 몬하는 인생들..

결국은 사랑은 뭐지?
의리인가?

간격을 두는것...

그 동네 살아도 넘 시끄러워서..ㅋㅋ)
 
기억 속에서 이제는 한참이 지난 드라마인데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을 감정의 결 그 어느 부분에서  공통된 감정들을 끌어내어 보고 싶어 이제야 리뷰를 쓴다.

동훈을 둘러싼 가족들과. 친구.회사. 그리고 이지안.
 나의 아저씨는 허구라는 현실 안에 많은 감정들을 풀어 넣고  불륜 , 경쟁 , 사랑 ,
소외 , 상실, 이런 감정들을  극한까지 끌고 가지만 감상적이지도 외설적이지도 말초적이지도 않게 애잔함을 담아 절제되고 담백한 연출력으로 인물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도청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일상 속에 엮어 이타적 삶을 살아가는
박동훈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세상 밖에서 차갑게 살아가는 이지안이 세상 안으로 돌아와
따듯한 마음을 찾아가는  스토리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모두 나일 수도 너일 수 있도록  일상의 소재들을 가까이 가져다가
극적 요소들을 잘 엮어서 만든 작품이다.

나의 아저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을 통한 인간애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이라는 걸 받아 보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 이지안은 독특한 케렉터이다. 살아남기 위해 발톱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대기업 부장인 동훈이 아무런 스펙도 없는 지안을 사무보조원으로 채용한 이유는
특기가 달리기라서 였다.

"건물이든 사람이든 내력이 중요해 단순하고 강단이 있어 보이잖아."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세상에 남겨진 이지안.
침묵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의 약점을 간파해서 자신의 방어기제로 삼는다.

사람을 믿지 않으며  동물적 본능만이 남아 얼음처럼 차갑게 자신을 보호한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혈육인 청각장애인 할머니에 대한 사랑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고 표현하는  따뜻한 통로이다. 하지만 타인들 앞에서는 면도날처럼 날 선 언어들로 자신을 무장한다.

사채빚으로 자신과 할머니를 괴롭히는 사채업자를 죽인 청소년기 정당방위로 무죄를 선고받지만  그녀를 향한 세상의 냉대는 그녀를 힘든 세상으로 내몬다.

사채업자의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하루에 알바를 서너 개씩 하며 하루 번 돈을 사채빚으로 빠았긴다. 비탈진 어두운 냉골인 집으로 들어오면 불도 켜지 않은 채 봉지커피를 타고  식당에서 몰레 가져온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지안의 하루가 끝난다.

지안은 매일 밤 지쳐 쓰러져 잠든다.
지안은 일상 속에서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어떻게 피곤하지 않은데 잠이 들 수가 있지?
나보다 백배는 많이 가진 사람이 어떻게 매일 그런 얼굴로 살아가는지
이지안은 사람들을 향해 무심하게 외친다.

처음으로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준 아저씨 박동훈을 만나면서
이지안은 눈물을 배우고 웃는 법을 알게 된다.
지안이 동훈에게
"안아주세요."라고 말한다.

동훈은 외면한다.

아내의 불륜으로 비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탱하지만
자신은  이지안에게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쓴다.

"안아주세요"  둘에게 이 단어는  너무나 슬픈 단어이다.
이지안의  안아주세요라는 단어에는 애틋함이 없다.  기대도 없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압니다.
당신이 안아주던 말던 나는 당신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당신은 어른으로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도  당신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는 남녀의 사랑이라는  단어가 끼어들지 못할 만큼  서로에 대한  인간적 사랑의 깊이를 알아버렸다.  그 어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속살 같은 소중한 것들.  표현하면 더 빛이 바래져갈 것만 같은 소중한 것들 들키지 않아서 더 소중한 것들   침묵하고 있어도 마음으로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들.
이런 것들은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사랑을 마음에 품으면 그렇게 때로는 아름다움이 된다.

이지안은 동훈의 부하직원이 무기력한 동훈을 뒷담 화하자 그의 빰을 때린다.
동훈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그를 도청해서 속속들이 일고 있기 때문에
지안은 동훈을 향한 그 어떤 비판도 용납할 수가 없다.

지안은 동훈의 모든 소리를 사랑한다.

말 , 생각, 발소리. 차가운 세상 속에서만 살아온 지안은 동훈을 도청하면서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된 후 말한다.

"사람이 뭔지 처음 본거 같았어요."

동훈이 때린 이유를 채근하자. 아저씨가 무능하다고 욕해서 때렸어요.라고 말한다.

묵묵히 그 말은 들은 동훈은 편들어 줘서 고맙다 한 뒤 한마디 한다.

"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 척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 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른 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 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이지안은 자신의 살아온 날들이 두렵다.

 살인자라는 낙인으로 살아온 시간들.

:그러면 누가 알 때까지 무서울 텐데. 누가 알까? 또 누가 알까?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람은 또 언제 알게 될까? 혹시 벌써 알고 있나? 어쩔 땐 이렇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던데. "

동훈은  이지안에게 약속한다.

"모른 척해줄게.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들어도 모른 척해줄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주라. 모른 척해주겠다고. "

동훈의 핸드폰을 도청해서 자신의 모든 일상을 다 알고 있는 지안이
동훈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동훈은
지안을 용서한다.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인간은 서로를 통해 위로받는다.

"고마워 거지 같은 내 꼴을 다 알고도 이해해준 네가 고맙다.
너처럼 어린애가 나 같은 어른이 뿔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살겠다."

동훈의 이야기처럼 둘의 사랑은 사 차원적인 언어가 돼버렸다.

상처 받은 영혼들 망가져버린 영혼들 그래서 입 앙다 물고 살아가는 사람들.



3형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시끄럽다.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은
축구를 입으로 찬다.

동훈의 동생은 기훈은  한때 잘 나가던 영화감독이었다.

영화가 하나둘 망하고 나서 청소부가 되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계단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예전의  신인 여배우 권나라를  만난다.
해필  가장 잘 나가던 시절  연기가 안된다고  냉정하게 잘라낸 여배우를 만난다.
권나라는  여전히 지금의  배우 생활도  바닥을 치고 있다.

빛나던 천재의 몰락에 행복해하는 권나라는
감독님이 망해서 속이 시원하다고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여자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남자를 보면서 여자는   청소부가 된 남자가 불행해 보이지 않다는 걸 느낀다.



권나라는 말한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 중 이대 사는 위로와 치유의 화법으로 주고받는 대사이다.

 정희네라는   술집에는 나의 아저씨들이 매일 밤 술판을 벌인다.

고학력 청소부, 지금은 백수가 된 은행 지점장. 저마다 고개 숙인 남자들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졸지 않는 사람들이다. 인정받고 싶은 아버지들이고 사랑받고 싶은 아기들이고 순수함을 간직하고픈 소년들이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살아간다.

내가 상상했던 10년 후의 모습 20년 후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는데....
어떤 인생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살고 있지만. 행복해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알게 되기도 한다.
망가져봐야 아는 게 인생이구나!
망가질까 봐 전전 긍긍하는 인생만큼  불행한 것도 없구나!
망가져서 사람들로부터 왕따도 당해보고. 외면도 당해보고.
그렇게 바닥을 치고 있었던 그때도 추억으로 기억되고 그 기억들로 인해 지금을 성찰하면서  사는  인생이 꼭 불행하지는 않는구나!
망가짐 안에서도 빛줄기가 있고 그 줄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행복할 수 있구나.

지금 남들보다 윤택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망가진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소외당하고 모자란 사람들의 인간애를  통해서 우리는
삶의 끈을 놓지 않는 희망을 얻는다.

그리고 드라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닮은 그들을 통해 나를 위로해 준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나한테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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