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전두엽이 망가지고 있다.

by 토끼

사진 다음에서

"공모주는 앉아서 버는 돈이야 주식이랑 달라. "

"과거 큰손들에게 주던 혜택을 정부에서 개미들에게도 준 공평한 권리야! "

"신경 쓸 일도 없고 그냥 사놓기만 하면 돈 버는 거야!"

" 대학생인 내 딸도 2주를 배당받아서 따불로 팔아서 용돈 벌이 하고 있어.!"

매번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지인들은 주식 이야기가 빠지질 않았다.

지난 5년 전에 그들 중 아무도 주식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코로나 정국 이후로 그들은 모두 주식이라는 투자에 발을 담그고

수익이라는 이름으로 단맛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단톡방을 열어서 서로 돈이 되는 주식정보를 교환하고 있었지만


나는 단톡방을 드나들지 않았다.


" 지난번에 사라는 공모주 샀어?"


" 아니"


" 정말 답답하다. 왜 앉아서 주어 먹으라는데도.

못 먹는 건데. 왜 안 먹는 건데?"


그럴 때마다 나는


" 아 귀찮아! 신경 쓰기 싫어!"


라고만 대답했다.


" 요즘 정기예금에 돈 꼽아놓는 사람이 제일 바보야!" 미친짖이지...."


"주식은 투자야. 공부하고 원칙만 지키면 절대로 돈을 잃는 법은 없어"


그들은 이제는 서슴없이 날 향해 공격성 얘기들을 쏟아 놓는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낸다.


그들이 신나서 떠들어대는 주식 이야기는 이제는 아주 오래된

인생의 한 장면처럼 슬라이드 되어 지나간다.


나는 그냥 조용히 웃기만 했다.

지금 난 저주받은 투자에서 손을 씻은 셈이 된다.


13년 전

맨 처음 주식투자로 수익이 나서 처음 번 돈으로 40년 도시 살이를 접고

귀농한 친한 언니의 비닐하우스를 지어준 기억이 났다. 처음으로 만져 본 공짜라는 큰돈은 짜릿했다.

내가 주식으로 잃은 돈이 얼마였던가!

번 돈은 얼마였던가!

이제 기억 나지도 않는다.



7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얻은 교훈은 딱 하나이다.



"나라는 사람은 절대 주식투자 같은 걸 하면 안 되는 인간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장기투자를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익을 낼 때 나의 뇌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쾌감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돈을 잃었을 때에도 알 수 없는 강한 쾌감을 느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버라이어티 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을 먹고 9시 장이 개장하면 뭔가

새로운 인생이 시작하는 것 같았다. 내 삶을 뒤바꾸어 줄 뭔가 스릴 있는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건실한 우리나라의 한 기업이 내 인생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주식은 도박처럼

일종의 정신적 정열처럼 돈과는 무관하게 나를 매일매일 흥분시켰다.


처음은 그냥 용돈만으로 시작했다. 처음 샀던 주식은 첫 상장하는 주식이었다. 상장하자마자 샀던 주식이 3일 동안 상한가를 쳤다.

겨우 30만 원을 투자했는데.... 세배로 불어났다.


그 강열했던 쾌감은 오랫동안 뇌에 각인되었다.

자본주의의 꽃 주식은 합법화된 도박이다.


도박의 정의는 단순하다. 잃는 사람이 있어야 따는 사람이 있다.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 도박이다.

단순한 도박이냐! 복잡한 도박이냐! 하루아침에 승부가 나는 도박이냐!

좀 더 시간을 끄는 도박이냐! 그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주인공이 오늘은 내가 되고 내일은 또 다른 네가 된다.


경제동향을 공부하고 정보를 입수하고 그래프에 따라 올바른 투자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돈 놓고 돈 버는 일은 도박이다.

인생을 운에 맡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빠져드는 쾌감도 증가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족쇄도 커진다.



도박을 포함한 정신적 중독현상은 한번 크게 돈맛을 보면 이런 강렬한 쾌감이 기억이 뇌에 각인되면서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게 만든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독 단계의 도박은 뇌의 화학적 신경학적 작용과 관련이 되어 있다.

일단 돈을 벌어 그 쾌감이 가능성으로 번지고, 관심을 가지게 되고 돈을 잃으면 또 그 돈을 보상하려 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냥 몰락하는 전형적인 과정을 거친다.

나는 그 짓을 7년 동안 한 셈이었다.


7년 동안 나의 뇌 중 전두엽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서적으로는 적어도 한 부분은 아주 서서히 변하고 망가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사고는 겉으로는 멀쩡한 듯 보였지만 내면이 붕괴되고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인내력이 아주 조금씩 없어지고 있었고,

조급해지고 있었고 , 기다릴 줄 모르고, 사물을 깊게 들여보기를 꺼려하고 있으며,

직면하기보다 숨는 걸 택했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매달리게 되고, 아주 작은 불이익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경제공부를 하고 국제정세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 하나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사회문제 하나하나에도 민감해지면서 어쩌면 똑똑해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나의 뇌는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걸 깨닫기까지는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나서도 한참 후였다.



지금은 그런 시행착오를 다 겪고 뇌를 망치지 않고, 올바른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에서 주식을 쳐다보지 않는다.



관심이 주식으로 쏠리면 글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공모주 좋다. 앉아서 돈 번다는데 왜 안 하겠는가!

하지만 또다시 그 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내 뇌는 사유와는 바이 바이하고 다시 과거의 스릴을 경험하려고 발버둥 칠게 뻔하다.


내가 나를 잘 안다는 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는 무관하게 나의 무의식이 침범해 있는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되풀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푼돈은 과감히 포기한다. 차라리 그 돈은 조금 더 일해서 버는 쪽을 택한다.


나라는 정신세계에 대한 투자가치를 이제는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대신 그관심을 창작이라는 고귀한 정신영역에 베팅을 해 본다. 아무리 중독되어도 내 전두엽을 망가뜨리지 않고

오히려 더 활성화되어서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는 시간들에게 나의 땀방울에

투자해 본다.


그곳에는 쾌감보다는 아주 조금씩 눈에보이지 않지만 느리게 저축되는 마음의 여유와 인내 즐거움과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바퀴벌레와의 어이없는 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