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서 못 참고 인터뷰]-금민수

Goodie #1, 제목 깎는 장인 금민수

by 조서형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터뷰는 에디터의 업무 중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디터 지망생 시절부터 에디터로 활동한 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를 모아보려 한다. 거창하게 제목도 지었다. 'Project Goodie'. 굳이 이렇게까지 인터뷰 연습을 해야 하냐는 사람들의 반응에서 '굳이'를 따왔는데 영어 단어 구디는 “Goodie” refers to “something attractive or delectable.” 사람들의 마음을 끌거나 매력이 넘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정말 그렇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를 매우 매력적이게 보일 수 있는 인터뷰어가 되고 싶어 이름으로 정했다.




제목 깎는 장인
날카롭게 깎아낸다. 이내 핵심만 뾰족하게 남는다. 금민수의 글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건, 그의 시덥잖은 농담섞인 제목에서부터였다. 그의 문장에서는 단어를 일일히 만져나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블로그에 방문했다. 섬세하게 골라진 노래, 문장, 책, 영화가 있었다. 그의 확고한 취향과 갈고 닦아진 남다른 관점이 궁금했다.

똥 글이 동글동글해 질 때까지
금민수의 글은 좋다. 놀이터의 정글짐을 타고 노는 아이들처럼 장난스럽고 또 자유롭다. 그는 책 읽기와 일기 쓰기가 자연스러운 가정에서 자랐다. 글을 써 본 것도 교육원이 처음은 아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글을 써 왔다. “똥 글은 동글동글하게 정리될 때까지 비공개로” 라는 말장난으로 어쨌든 지금 그의 습작들은 볼 수 없었다.
금민수는 잡지 Paper의 황경신 편집장의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게 가장 좋다.] 는 말에 공감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그 자신. 싫어하는 글은 현학적인 글, 굳이 어려운 용어와 영어를 섞어 힘들게 하는 글. 힘든 책 중에선 예외적으로 씨네 21 영화평론가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추천했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가치를 매기는 직업인 평론가가 그에게 절대적인 사람인 부인의 얘기가 언급된 점이 독특했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추천하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고 했지만, 피천득의 <인연>과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세 번째 살인>를 이어 언급했다.
제목 장인 금민수가 꼽는 무릎을 탁 치는 좋았던 제목은 그의 블로그 '80일간의 습작일지'의 일곱 번째 글 ‘9와 4분의 3번 확률’.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로 가는 승강장 번호에서 힌트를 얻었다. 흔히 마주칠 수 없는 특별한 인연, 찰떡같은 만남에 대한 내용이다. 해리포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는 이야기 속 최애 캐릭터로 ‘엠마 왓슨’을 선택했다. 극 중 이름 ‘헤르미온느’가 아닌 ‘엠마 왓슨’인 이유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말하는 것이리라. 가장 좋아하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7편, 그 중에서도 마지막의 볼드모트와의 전투 장면을 얘기한다. “영화에서 그 전투씬을 찍을 때, 십 년 넘게 사용하던 세트장을 실제로 무너뜨렸대. 주인공 다니엘 레드클리프도 그 장면에서 진짜 울었대." 14년만에 막을 내리게 된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진짜 이야기꾼이다.

기획력이 보다 끼획력
그의 블로그 속 '80일 간의 습작일지' 열 두 번째 글 <떠난다 고로 존재한다>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에 대한 애정을 얘기한다. 금민수가 말하는 김태호 피디는 잔잔한 프로젝트도 큼직한 프로젝트도 범접할 수 없도록 멋있게 해 버리는 사람. 기획력이 아닌 끼획력을 발휘하는 천재같은 사람이다. 롤모델, 또는 가장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묻는 식상한 질문에 금민수는 이렇게 끼가 넘치는 답변을 내 놓았다.
금민수는 법학 전공자다. 정의롭게 살고 싶어 법을 공부했고, 조형래 변호사처럼 약자를 위해 살고자 했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그만두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고 시나리오도 써봤다. 그의 인생 역시 갈 지(之)자 걸음을 하고 있지만, 맥락은 같다. 그는 여전히 정의감을 가진 채, 36.5도의 온기를 품은 글이 쓰고 싶다. 마치 그의 착붙템 조끼와 같이. 금민수에게, 조끼란?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한 것. 그가 지향하는 인생 같은 것.

제목은 장난을 걸어오는 듯, 재치를 부리다가도 묵직하다. 오랜 생각 끝에 나온 문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이다.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생각에 잠길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거의 교실의 공식 BGM이 된 수다쟁이 금민수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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