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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티포럼 Jun 16. 2017

길 잃은 FC서울은 재미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4R - FC서울 vs 수원 슈퍼매치 프리뷰

이번 시즌 FC서울의 축구가 별로 재미없나 보다.  


주위 서울 팬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하나 같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생각해보니 이번 시즌 서울의 경기를 대여섯 번 정도 관전했는데 별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없다.


리그 13경기를 치른 현재 리그 7위, ACL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일찍 탈락했고 FA컵에서는 부산에게 16강에서 패했다. 이제 6월에 불과한데 이번 시즌 서울에게 남은 대회는 K리그뿐이다.

   

항상 가을 무렵까지 타이트한 경기 일정 속에서 여러 대회를 병행하며 로테이션을 어떻게 돌려야 하나 고민하던 팀이 시즌 중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덜렁 리그만 남으니 얼마나 어색할까?


나는 중계를 하면서 선수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표정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자신의 감정이 표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축구 경기 도중에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시즌 경기 중에 관찰한 서울 선수들의 표정이 썩 좋진 않았다. 경기를 뛰는, 축구를 하는 즐거움이 표정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선수가 축구를 재미없어하는데 함께하는 코칭스텝이 재밌어 할 수 있나? 자연스럽게 그 감정은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에게도 전달된다.


3주 간의 K리그 휴식기가 끝났다.

이번 일요일(18일) 저녁 6시, 서울은 수원을 상대로 81번째 ‘슈퍼매치’를 치른다.


많은 사람들이 ‘슈퍼매치’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의 유행과 흐름이 바뀌어도 ‘클래식’은 언제나 영원하다. 재미를 찾기 위한 최고의 판이 준비됐다. 팬들도 선수들도 3주 동안 경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을 것이다. 서울은 수원을 상대로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칫하다간 가을까지 재미없을 수도 있다.


# 회복과 분위기

 

지난달 27일 울산 전 이후 3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휴식기 전 치른 마지막 네 경기에서 서울은 3무 1패를 기록했다. 서울에게는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3주간 선수단은 구리 챔피언스파크에게 훈련을 진행했다. 주로 대학팀을 상대로 여러 차례 연습 경기를 치렀고 황선홍 감독은 연습 경기를 관찰하며 여러 가지를 구상했을 것이다.


선수단 역시 리그 휴식 기간 동안 자체 회식을 통해 결속력을 다졌다. 타이트한 시즌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다. 물론 과거에 비해 회복에 대한 개념이 많이 공유되었지만 여전히 정신적 회복에 대해서는 다소 인색한 분위기다. 쉴 때는 몸과 마음을 같이 쉬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회복이다.

   

누군가 프로팀에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료이자 경쟁자이기에 그 의견도 이해한다. 하지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좋은 선배는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팀 내에 전파한다. 팀 내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면 외부에서 팀을 흔들어도 오히려 팀 내 결속력은 더욱 강해진다. 불화설이나 루머가 터져도 선수단의 응집력이 강하면 시원하게 한 번 웃고 넘겨버린다. 서울 스쿼드에는 후배들에게 ‘좋은 형, 멋진 형’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서울 선수들이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스트레스


2017년 6월 현재, FC서울의 현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대상은 '선수단'이어야 한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황선홍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과거 부산, 포항 시절 팀의 상황이 나빴을 때 경험한 느낌과는 색다른 어려움 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계 훈련 때부터 준비 과정에서 약간의 착오가 발생한 것 같다. 서울은 ACL 조별리그 일정 때문에 다른 팀들보다 시즌을 일찍 준비했다. 괌 전지훈련에서 강도 높게 훈련했고 1월 말 홍콩 구정컵에서 공과 경기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상태로 친선 경기를 소화했다. 2월에 치른 ACL 두 경기에서 선수들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지금도 대다수 한국 선수들은 동계 훈련을 한 해 농사라고 생각한다. 동계 훈련 때 강한 훈련을 반복해야 시즌을 잘 준비한 것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트레이닝 주기화의 방법론 차이지만 한국 선수들은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이 익숙하다. 어찌 됐든 시즌 초반 서울 선수들의 몸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대성, 신광훈은 부상 명단에 올랐고 크고 작은 부상들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팀이 전술적인 혼란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황선홍 감독은 포항 시절 전술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좋은 축구를 선보였고 성과도 냈다. 지난 시즌 도중 서울에 부임한 황선홍 감독은 FC서울이라는 팀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며 한두 가지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달랐을 것이다. 서울에서의 첫 번째 동계훈련을 진행했고 시즌 준비 단계부터 함께 시작했다. 당연히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이 좋지 않다 보니 선수들의 자신감이 저하됐고 전술적 수정의 잦아지면서 오히려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지난 4월 다섯 경기 무패(3승 2 무)의 좋은 흐름 때도 경기 내용은 사실 썩 훌륭하지 않았다. 한 팀이 시즌을 치르면서 2~3 가지의 포메이션을 능숙하게 사용하면 커다란 장점이 된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완성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축구에서 훈련은 정직하다. 코칭스텝으로부터 잘 준비된 훈련은 그만큼 선수들에게 잘 전달된다. 선수가 훈련을 통해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경기장에서 표현된다. 그래서 훈련은 하나의 정직한 연출이 되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FC서울은 몇 가지 불안 요소를 갖고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1. 다카하기, 아드리아노는 해외로 윤주태, 유상훈은 군복무로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2. 반면 하대성, 마우링요, 신광훈, 이상호 같이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부상과 경기 영향력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3. 그러다 보니 황선홍 감독은 전술적 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했지만 오히려 약간의 혼란이 발생한 느낌이다.  


4. 데얀은 여전히 훌륭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지만 추가적인 공격 옵션에 대한 부족함은 여전히 느껴진다.


5. 수비에서 발생하는 속도의 문제는 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고, 골키퍼 포지션에서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 즐거움을 찾아서


ACL도 없고 FA컵도 없다. 이번 시즌 남은 것은 K리그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재 상황은 분명 연초 황선홍 감독이 구상했던 계획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리그 밖에 없지만 반대로 그만큼 리그에 집중할 수 있다.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닐까?


황선홍 감독은 이미 검증된 지도자지만 부산과 포항과 서울은 모두 다른 팀이다. 감독의 불안해하면 선수들이 가장 빨리 감지한다. 쉽진 않겠지만 황선홍 감독이 웃으면 FC서울 구성원 모두 함께 웃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팀에 문제는 몇 가지 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여부다.

 

그 시작은 일요일,

슈퍼매치가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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