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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티포럼 Jun 19. 2017

서울, 슈퍼매치 승리로 힌트를 얻다.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4R '슈퍼매치' 수원 삼성 v FC서울 리뷰

사진 제공 : FC서울 (김검수 명예기자)
가장 K리그 다운 경기였다.

 

선수들은 격렬한 경합 상황에서 결코 먼저 발을 빼지 않았다. 눈빛은 매서웠고 태클 상황에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매 순간마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주로 유럽 축구 해설을 하지만 사실은 K리그 해설을 더 좋아한다. K리그와는 직접적인 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번 시즌 직접 해설하거나 직관한 K리그 경기의 재미는 작년만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아쉬움도 있었고 갈증 또한 컸다.     


FC서울과 수원 삼성, 3주 만에 재개된 K리그에서 슈퍼매치로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팀 모두 그 부담을 경기력으로 승화시켰다. 특별한 경기가 뭐 별건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내고 있다는 게 보는 이에게 전달되면 그게 바로 특별한 경기가 된다.    


이번 라운드 두 팀의 경기는 내가 본 것 중 이번 시즌 가장 박진감 넘치는 리그 경기였다. 휴식기를 마치고 치른 라이벌 전에서 FC서울은 재미와 결과를 모두 잡았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슈퍼매치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기는 쪽이 모든 것을 갖고 가기 때문에...”  

이번 라운드에서 FC서울이 얻은 것은 단순한 승점 3점이 아닐 것이다.


# 경기 초반    


‘재밌는 축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선수들이 서로 이 악물고 경합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축구 경기를 ‘재미없다’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무승 탈출을 위해, 수원은 선두권 진입을 위해 승리가 필요했고 ‘슈퍼매치’라는 타이틀 만으로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초반 시작은 수원이 나았다. 이종성, 김종우 두 명의 미드필더가 중원에서 균형을 잘 잡았고 덕분에 산토스와 조나탄은 서울의 미드필더와 디펜더 사이 공간에서, 그리고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서 공을 만졌다. 이들이 서울의 수비 범위를 벗어나 첫 터치를 공격적으로 잡아놓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공격 전개와 전진 패스 부분에서 수원에게 더 좋은 장면이 나왔다.


# 서울의 스트레스    


우선 수비 상황에서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다. 경기 초반 수원의 중원 장악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수원의 윙백 장호익과 고승범은 최대한 넓게 형태를 잡고 높게 전진했다. 그러다 보니 서울의 풀백 김치우와 이규로의 수비 형태 역시 넓어졌는데 그 공간을 수원의 공격진이 잘 활용했다.     


측면 경쟁력을 얻으려면 적어도 중원에서 상대와 대등한 싸움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오스마르를 축으로 주세종과 하대성이 조합을 이룬 서울의 중원은 전환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공수 모든 상황에서 서로 간의 거리와 각도가 이상적이지 않다 보니 사소한 패스 미스가 자주 발생했다.   

  

경기가 열린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기온은 27도로 쾌적한 편이었지만 낮의 뜨거운 열기는 아직 필드에 남아 있었다. 앞으로 날씨는 계속 더워질 텐데, 더운 날일수록 선수들은 쉬운 패스, 쉬운 볼 컨트롤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날이 더울수록 수비하는 쪽이 더 빨리 지친다. 그렇기 때문에 공을 상대보다 오래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여름철에는 눈에 보이는 동료에게 연결되는 쉬운 패스 몇 차례 만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 오히려 여러 번의 ‘쉬운 패스’가 한 번의 ‘킬러 패스’ 보다 낫다.  


하지만 전반 중반까지 서울 중원에서는 다소 무리한 시도에 의한 패스 미스가 몇 차례 나왔다.

무엇보다 수비로 전환될 때, 전방에서 수비가 잘 안되다 보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오스마르에게 전달됐다. 


사진 제공 : FC서울 (김검수 명예기자)

# 돌아온 하대성   


‘상암의 왕’이 돌아왔다.

선발 명단에 적힌 “16. 하대성” 만으로 많은 서울 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렸을 것이다. 3주 간의 휴식기, 그 기간 동안 황선홍 감독이 준비한 비밀 무기는 하대성이었다. 분명 경기 초반 서울의 중원에는 문제가 있었다. 내 경험상 미드필드 조합이라는 것은 대단히 예민한 문제다. 누구와 누구를 짝 지어주느냐 또는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주느냐에 따라 팀의 경기 스타일이 바뀌기 때문이다. 오스마르-하대성-주세종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진 제공 : FC서울 (김검수 명예기자)

다행히 33분 터진 하대성의 선제골 이후 흐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골이 필요한 수원은 조금 더 직선적이고 저돌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2분 만에 조나탄이 동점골을 기록했다. 수원은 기세를 몰아 계속해서 무게 중심을 앞에 두고 달려들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전반 중반까지 이어진 수원 중원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고 여유마저 사라졌다. 자리를 잘 잡고 있던 수원이 기세가 올라 덤벼들기 시작하니 오히려 공을 잘 만지는 서울의 중원에게는 호재였다. 수원 수비가 강하게 덤벼들면 반대로 치고 나갔고, 경합 상황에서는 빠르고 다부지게 부딪혔다.    


하대성의 복귀는 분명 FC서울에게 희소식이다. 여기에 슈퍼매치에서의 골은 베테랑 하대성에게 특별한 자신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드필드 조합의 완성도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좋은 상황과 나쁜 상황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후반 19분, 황선홍 감독이 이석현을 투입하고 오스마르를 수비로 내리며 중원 조합에 변화를 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째됐든 황선홍 감독에게 옵션이 하나 추가된 것은 분명하다.


사진 제공 : FC서울 (김검수 명예기자)

# 숨은 히어로, 주세종    


결승골의 주인공 윤일록, 2개의 도움을 기록한 이규로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팀의 소금은 주세종이었다. 두 칸의 중앙 미드필드 포지션을 넘나들며 부지런하게 활동했다. 5~6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보유한 팀에서 중원 조합을 맞출 때, 주세종 같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를 기준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세종은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치의 평균 이상을 갖췄다. 때문에 누구와 조합을 맞춰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본기와 활동량도 준수하고 부산 시절부터 패스 능력은 리그 상위권으로 평가받았다.



Winner takes all.


경기는 치열했지만 결과에 따라 FC서울이 모든 것을 다 갖게 됐다. 

승점 3점, 5경기 만에 승리, 휴식기 이후 분위기 전환, 그리고 슈퍼매치 승리까지. 2017 시즌, 리그 밖에 남지 않은 서울에게 남은 일정에 대한 의미와 힌트를 제공한 경기였다. 자신감도 회복됐다. 이제 필드에서 중요한 것은 중원 조합이다.    


축구에서 1 더하기 1은 결코 2가 아니다.

3, 4 혹은 5가 되거나 때로는 0이 되는 경우도 있다.


K리그 14R 서울 v 수원 슈퍼매치 하이라이트


* 사진제공 : FC서울 (김검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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