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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티포럼 Jun 26. 2017

당황스러운 패배는 늘 더 아프다.

2017 K리그 클래식 16R FC서울 v 상주 매치 리뷰

사진 제공 : FC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상당히 당황스럽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의 인터뷰 첫마디에 이 경기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서울의 슈팅 수 총 22회, 상주의 슈팅수는 단 5회. 점유율 역시 서울이 높았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2-1 상주의 승리. 황선홍 감독은 경기 결과에 대해 두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1. 심리적으로 쫓기는 느낌이다.
2. 백스리에서 백포로 포메이션이 바뀌면서 측면 균형이 완벽하지 않다.
사진 제공 : FC 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황선홍 감독은 팀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심리적인 문제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다. 개인, 팀, 성격, 생활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있다. 그렇다면 전술적인 문제부터 빠르게 수정할 수 있을까? 축구에서 심리와 기술은 매우 밀접하게 엮여있기에 각각 따로 나누어 구별하기 어렵다.

황선홍 감독은 분명 팀의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은 상주 전 패배로 인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이미지 제공 : FC서울 페이스북

# 시작


데얀, 박주영, 하대성이 벤치에 앉았고 이석현과 윤승원이 선발 출전했다. 측면이 강한 상주가 처음부터 리듬을 만들지 못하도록 최전방에서 윤승원이 상주의 1차 빌드업을 방해했다.  미드필드를 주세종을 축으로 이석현, 고요한이 조합을 맞췄다. 서울은 중원 영향력에서 상주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세 선수 모두 공을 잘 다루는 유형이기에 서로 적절한 거리와 각도를 유지하며 공을 관리했다. 중원 장악력이 생기자 좌우 풀백 심상민과 이규로도 적극적으로 전진하며 사이드 플레이를 시도했다.


경기 초반 FC서울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
상대 진영에서 시작되는 전방 압박.

양 팀은 상반된 플레이 스타일로 경기를 진행했다. 서울은 중원을 거치며 공을 많이 만지길 원했고 상주는 수비 성공 후 최대한 빠르게 역습 공격을 시도했다. 서울은 상주의 역습을 염두하고 나온 듯했다. 상주 진영에서 공을 빼앗기면 그 위치에서 최대한 빠르게 수비 동작을 시작했다. 두세 차례 상주가 압박을 풀어 나와 빠른 공격을 전개했지만 전체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상주의 빠른 역습 전개 (1)
상주의 빠른 역습 전개 (2)

# 이석현의 골


전반 36분, 이석현의 첫 골이 터졌다. 상주 오른쪽 측면 자원인 김호남과 김태환이 모두 공격에 가담한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이 서울로 넘어왔다. 오버래핑을 나간 김태환은 호흡할 시간이 필요했고 김호남은 공의 전개 상황을 보며 천천히 내려왔다. 비어있는 풀백 포지션은 미드필더 여름이 커버하는 듯했다. 하지만 중앙에서 공을 잡은 고요한은 비어있는 상주의 측후방 공간을 포착했고 그곳에 있던 이석현은 침착하고 멋지게 골을 성공시켰다. 골 장면에 관여된 서울 선수들의 기술적인 능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하이라이트 : FC서울 이석현의 선제골

# 이기고 있는 팀의 하프타임


서울의 전반전은 좋았다. 젊고 기술적 장점이 있는 선수들은 활발했고 경기를 지배했다. 아마 서울의 하프 타임 드레싱룸 분위기는 경쾌했을 것이다. 경기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상대에 따라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동일하다. 전반전 45분 동안 우리가 상대보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스코어까지 앞섰을 때, 드레싱룸에는 잠깐의 평온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만 더하자, 하나만 더 하면 이 경기 끝난다.”   

 

전반전 흐름을 봤을 때, 서울에게 ‘하나 더’는 결코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어려운 쪽은 전반전 대부분 시간 동안 끌려다닌 상주였다. 상주는 앞선 7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3승 4 무, 4/29 포항 전 이후) 경기 상황이나 흐름 등 모든 부분에서 어려운 쪽은 상주였다.

     


# 축구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서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하대성을 투입하며 하프타임의 바람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은 후반 6분, 상주 황순민의 동점골이었다. 후반전 역할이 중요했던 하대성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골 장면을 돌이켜보면 하대성의 패스 미스에서부터 상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점 이후 하대성은 몇 차례 더 비교적 쉬운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다행히 후반전 시간이 갈수록 베테랑답게 리듬을 찾았지만 하대성의 영향력은 황선홍 감독의 기대와 달리 후반 20분이 지날 무렵부터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FC서울의 패스미스는 상주의 빠른 역습으로 이어졌다.

서울은 계속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16분, 데얀이 투입됐고 29분에는 박주영도 합류했다. 두 선수는 투입된 직후부터 영향력을 발휘했다. 데얀 투입 이후, 서울은 전반전 이상으로 경기를 주도하며 6~7차례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을 시도했고 35분에는 데얀의 슈팅이 양 쪽 골대를 번갈아 맞고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후반전 15분 이후 서울은 공격에 전념했다.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경기 흐름은 좋았고 상주의 강점인 측면 폭발력도 후반전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원정이지만 원정 같지 않았다.

  

이날만큼은 서울 팬들이 유상훈 골키퍼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서울이 골을 위해 피치를 올리던 후반전, 유상훈은 묵묵히 서울이 아닌 상주의 골문을 지켰다. 올 시즌 3경기 출전에 그치며 경기에 목말라 있던 유상훈은 여전히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경기장에서, 여전히 자신을 지지하는 팬들 앞에서 상주의 승리를 지켜냈다.


데얀의 결정적인 슈팅이 양쪽 골대에 맞고 나오는 순간.사진제공 : FC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데얀의 슈팅이 양쪽 골대를 맞고 나온 순간, 어쩌면 서울 선수들은 동요했을 것이다. 경기는 주도했지만 사소한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고, 꾸준히 공격하지만 골문을 결코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남은 시간도 적은 상황에서 서울 선수들에게는 짜증과 묘한 불안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후반전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상주에게는 그들이 아껴둔 측면 폭발력이 있다는 사실을 서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주의 폭발력은 마지막 순간, 서울의 무게 중심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옮겨지던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었다. 마침표는 상주 김호남의 몫이었다.


서울 이적을 확정한 이명주, 그는 7월부터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 서울, 흐름을 타지 못하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치른 첫 번째 경기인 수원 전에서 서울은 귀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어진 주중 대구 전에서 묘한 어려움을 겪으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16라운드 상주 전은 앞선 대구 전 보다 분명 좋은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황선홍 감독의 표현처럼 당황스러운 패배를 당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당연히 이런 흐름의 경기도 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 경기 내용을 고려하면 1-2 패배는 뼈아프다. 지금 서울에게는 연승, 아니 무패 흐름이 필요하다. 4월에 기록한 5경기 무패(3승 2 무) 기간처럼 차곡차곡 승점을 쌓을 필요성이 있다. 대구 전은 잔잔했지만 지난 수원 전, 이번 상주 전은 활발했다.

 

7월에는 총 6번의 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대진도 만만치 않다. 그에 앞서 당장 수요일에는 전남 원정을 가야 한다. 서울은 A매치 휴식기 이후 재개된 리그에서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조금 나아진 경기 리듬으로 위안 삼기에는 아직 경기력이 꾸준하지 않다. 한편으로는 상주 전 패배에 좌절하기에는 아직 보여 줄 것이 많이 남아있다.


심리와 기술, 그리고 이명주.

힘든 여름인 7월에 이번 시즌 서울의 운명이 걸려있다.


FC서울 1-2 상주 상무 하이라이트

* 사진제공 : FC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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