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리그 클래식 19R 광주 v 서울 매치리뷰
언제쯤 연승으로 가는 꽃길을 걷게 될까?
지난달 A매치 휴식기 이후 치른 수원 전과 7월의 첫 번째 경기인 전북 전 승리는 분명 좋은 징조였다. 하지만 마치 그 경기에 온 힘을 쏟아낸 것처럼 이번 시즌 연승이라는 단어가 참 멀게 느껴진다. 서울은 2011년 4월 이후 2269일 만에 광주에게 패했다.
경기 리듬도, 경기 결과도 꾸준함과 거리가 멀다.
지난 전북 전에 이어 가동된 이명주-주세종-이상호, 세 명의 중앙 미드필드 조합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명주와 주세종이 쉽고 간결하게 공을 처리했고 이상호는 측면을 오가며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 초반부터 서울의 미드필드 조합은 본즈-여봉훈-김민혁으로 구성된 광주의 미드필드보다 높은 영향력 선보였다.
중원을 장악하니 신광훈과 이규로, 두 명의 풀백은 과감하게 전진하며 크로스 플레이를 진행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윤승원과 조찬호, 두 측면 윙어들의 적극성이었다. 서울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는데 특히 조찬호가 위치한 오른쪽에서 보다 과감한 일대일 돌파나 공격적인 장면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다. 조찬호는 리그 내 우수한 공격 자원이나 항상 실전에서 자신의 장점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킥오프 후 30여분 간, 경기를 잘 풀어가던 서울의 리듬이 처음으로 끊긴 건 36분 30초, 발목 부상으로 이명주가 교체된 직후였다. 이석현과 교체가 이루어지고 정확히 45초 뒤, 광주 송승민의 첫 골이 터졌다.
실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예방할 수 있는 골과 예방하기 어려운 골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가 정말 훌륭한 플레이로 우리 편의 수비를 무너뜨렸다면 실점 외에 데미지는 적다. 하지만 실수 또는 불운에 의한 사고 실점을 당한다면 그 정신적인 데미지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서울이 광주 전에서 실점한 세 골 모두 예방이 가능한 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점 직후 급격하게 팀이 흔들렸고, 무엇보다 실점한 시간대가 대단히 좋지 않았다.
이규로와 주세종 간의 사소한 스로인 실수에서 첫 번째 실점이 시작됐다. 축구에서 소위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었다. 스로인은 축구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가 유일하게 공을 손으로 다루는 부분이다. 손으로 공을 다루기에 더 정확하고 받기 편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발이 아닌 손에서 공이 분출되기에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이 날아오는 속도, 궤적 등 이 발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스로인을 주고받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공을 연결할 때 미묘한 어려움이 있다. 손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 스로인이다. 서울은 스로인 상황에서 너무도 쉽게 광주에게 공을 넘겨줬고 광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언급한 대로 사고 실점은 정신적 데미지를 남긴다. 경기를 잘하다가도 사고 실점을 당하면 분위기가 급속도로 나빠진다. 서울은 전반전 38분, 송승민에게 첫 골을 내준 이후 4분 동안 결정적인 실점 상황을 두 차례나 더 넘겼다.
후반 11분, 김영빈이 터뜨린 광주의 두 번째 골도 서울에게는 사고 실점이었다. 측면에서 이상호와 이규로가 정영총을 협력 수비하는 상황이었다. 끈기 있게 따라간 이상호가 블로킹 한 이후 힐킥으로 이규로에게 공을 내줬지만 이규로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힐킥으로 공을 처리하는 것도 흔치 않을뿐더러 이상호가 공을 터치했을 때 이규로와의 거리도 꽤 가까웠다. 송승민의 슈팅을 블로킹한 오스마르의 발 끝에서 떠난 공이 김영빈에게 예쁜 어시스트가 된 것은 불운으로 생각해야 하나 서울에게는 마음 아픈 상황이다.
사고 실점은 불운과 연관성이 있지만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마치 자책골이 공을 터치하기 직전 몸의 방향 (바디 포지션)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은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수비의 반응 속도와 커뮤니케이션에 몇 차례 약점을 보였다. 풀백과 윙어, 센터백과 풀백 간의 정확한 대화만으로 이 부분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후반전 교체 투입되며 K리그에 첫 선을 보인 이란 출신 수비수 칼레드에게 하나의 팁이 될지 모른다.
서울은 광주에게 세 골을 실점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실점한 시간대였다. 전반 내내 경기를 주도했지만 38분 광주의 첫 유효 슈팅에서 실점한 후, 서울의 페이스는 급격히 떨어졌다. 후반전도 마찬가지였다. 시작 4분 만에 곽태휘의 동점골이 터졌지만 8분 후 또다시 실점했다. 마찬가지로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후반 31분 데얀을 투입했지만 1분 만에 이우혁에게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을 복기하면 이명주를 대신하여 투입된 이석현도 제대로 된 볼 터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팀이 실점한 것이다. 이는 교체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호흡은 평소보다 잘 터지지 않고 괜히 부담만 더 커진다. 당연히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에 필요한 시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리그 9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은 좋은 편”이라고 말한 광주 남기일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서울은 또다시 당황스러운 패배를 당했다. 앞으로 보름간 바로 쫓고 있는 포항, 제주 그리고 최근 상승세인 인천을 상대해야 한다. 이상적이라면 늦어도 지금 쯤 시동이 걸려야 했다. 하지만 서울은 광주 원정에서 꽤 많은 것을 잃었다.
포항, 강원 전에 이어 다시 한번 세 골을 실점했고 중원의 신형 엔진 이명주를 부상으로 잃었다. 부상 장면을 생각해보면 7월 잔여 경기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대성에 이어 이명주가 없어도 중원은 어떻게든 돌아갈 것 같다. 신광훈, 이규로 등 풀백들도 부상에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