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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티포럼 Jul 10. 2017

FC서울도 꽃길을 걷고 싶다.

2017 K리그 클래식 19R 광주 v 서울 매치리뷰

언제쯤 연승으로 가는 꽃길을 걷게 될까?


지난달 A매치 휴식기 이후 치른 수원 전과 7월의 첫 번째 경기인 전북 전 승리는 분명 좋은 징조였다. 하지만 마치 그 경기에 온 힘을 쏟아낸 것처럼 이번 시즌 연승이라는 단어가 참 멀게 느껴진다. 서울은 2011년 4월 이후 2269일 만에 광주에게 패했다.


경기 리듬도, 경기 결과도 꾸준함과 거리가 멀다.

  


# 시작은 괜찮았다    

지난 전북 전에 이어 가동된 이명주-주세종-이상호, 세 명의 중앙 미드필드 조합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명주와 주세종이 쉽고 간결하게 공을 처리했고 이상호는 측면을 오가며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 초반부터 서울의 미드필드 조합은 본즈-여봉훈-김민혁으로 구성된 광주의 미드필드보다 높은 영향력 선보였다.     


중원을 장악하니 신광훈과 이규로, 두 명의 풀백은 과감하게 전진하며 크로스 플레이를 진행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윤승원과 조찬호, 두 측면 윙어들의 적극성이었다. 서울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는데 특히 조찬호가 위치한 오른쪽에서 보다 과감한 일대일 돌파나 공격적인 장면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다. 조찬호는 리그 내 우수한 공격 자원이나 항상 실전에서 자신의 장점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 사고 실점    

킥오프 후 30여분 간, 경기를 잘 풀어가던 서울의 리듬이 처음으로 끊긴 건 36분 30초, 발목 부상으로 이명주가 교체된 직후였다. 이석현과 교체가 이루어지고 정확히 45초 뒤, 광주 송승민의 첫 골이 터졌다.

먼저 선제골을 성공시키는 광주의 송승민 / 전반 37분


실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예방할 수 있는 골과 예방하기 어려운 골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가 정말 훌륭한 플레이로 우리 편의 수비를 무너뜨렸다면 실점 외에 데미지는 적다. 하지만 실수 또는 불운에 의한 사고 실점을 당한다면 그 정신적인 데미지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서울이 광주 전에서 실점한 세 골 모두 예방이 가능한 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점 직후 급격하게 팀이 흔들렸고, 무엇보다 실점한 시간대가 대단히 좋지 않았다.


이규로와 주세종 간의 사소한 스로인 실수에서 첫 번째 실점이 시작됐다. 축구에서 소위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었다. 스로인은 축구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가 유일하게 공을 손으로 다루는 부분이다. 손으로 공을 다루기에 더 정확하고 받기 편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발이 아닌 손에서 공이 분출되기에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이 날아오는 속도, 궤적 등 이 발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스로인을 주고받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공을 연결할 때 미묘한 어려움이 있다. 손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 스로인이다. 서울은 스로인 상황에서 너무도 쉽게 광주에게 공을 넘겨줬고 광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언급한 대로 사고 실점은 정신적 데미지를 남긴다. 경기를 잘하다가도 사고 실점을 당하면 분위기가 급속도로 나빠진다. 서울은 전반전 38분, 송승민에게 첫 골을 내준 이후 4분 동안 결정적인 실점 상황을 두 차례나 더 넘겼다.


곽태휘의 컨트롤 미스가 결정적인 실점 위기로 이어졌다.
후방에서의 모험적인 패스시도가 위험으로 이어진 상황.
골키퍼 양한빈의 빠른 쇄도가 아니었으면 실점으로 이어질 뻔 한 상황


후반 11분, 김영빈이 터뜨린 광주의 두 번째 골도 서울에게는 사고 실점이었다. 측면에서 이상호와 이규로가 정영총을 협력 수비하는 상황이었다. 끈기 있게 따라간 이상호가 블로킹 한 이후 힐킥으로 이규로에게 공을 내줬지만 이규로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힐킥으로 공을 처리하는 것도 흔치 않을뿐더러 이상호가 공을 터치했을 때 이규로와의 거리도 꽤 가까웠다. 송승민의 슈팅을 블로킹한 오스마르의 발 끝에서 떠난 공이 김영빈에게 예쁜 어시스트가 된 것은 불운으로 생각해야 하나 서울에게는 마음 아픈 상황이다.

김영빈의 골로 다시 앞서나가는 광주 / 후반12분


사고 실점은 불운과 연관성이 있지만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마치 자책골이 공을 터치하기 직전 몸의 방향 (바디 포지션)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은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수비의 반응 속도와 커뮤니케이션에 몇 차례 약점을 보였다. 풀백과 윙어, 센터백과 풀백 간의 정확한 대화만으로 이 부분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후반전 교체 투입되며 K리그에 첫 선을 보인 이란 출신 수비수 칼레드에게 하나의 팁이 될지 모른다.


# 실점 타이밍    

서울은 광주에게 세 골을 실점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실점한 시간대였다. 전반 내내 경기를 주도했지만 38분 광주의 첫 유효 슈팅에서 실점한 후, 서울의 페이스는 급격히 떨어졌다. 후반전도 마찬가지였다. 시작 4분 만에 곽태휘의 동점골이 터졌지만 8분 후 또다시 실점했다. 마찬가지로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후반 31분 데얀을 투입했지만 1분 만에 이우혁에게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을 복기하면 이명주를 대신하여 투입된 이석현도 제대로 된 볼 터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팀이 실점한 것이다. 이는 교체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호흡은 평소보다 잘 터지지 않고 괜히 부담만 더 커진다. 당연히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에 필요한 시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 서울의 시동은 언제 걸리나    

“최근 리그 9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은 좋은 편”이라고 말한 광주 남기일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서울은 또다시 당황스러운 패배를 당했다. 앞으로 보름간 바로 쫓고 있는 포항, 제주 그리고 최근 상승세인 인천을 상대해야 한다. 이상적이라면 늦어도 지금 쯤 시동이 걸려야 했다. 하지만 서울은 광주 원정에서 꽤 많은 것을 잃었다.


포항, 강원 전에 이어 다시 한번 세 골을 실점했고 중원의 신형 엔진 이명주를 부상으로 잃었다. 부상 장면을 생각해보면 7월 잔여 경기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대성에 이어 이명주가 없어도 중원은 어떻게든 돌아갈 것 같다. 신광훈, 이규로 등 풀백들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스리톱을 놓고 윙어를 기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K리그 19라운드 광주 3-2 서울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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