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포티포럼 Jul 17. 2017

날씨,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

글. 김태륭 / K리그 클래식 21R, 제주 v FC서울 매치 리뷰

"이벤트"

응원 댓글을 남겨주신 분 중 10분을 추첨하여
7/23(일) 전북과의 홈경기 티켓(1인 2매) 을 드립니다.
* 당첨자 발표 : 7/21(금) 오후 6시 이후
드디어 연승에 성공했다.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서울은 박주영과 이상호의 골로 2-1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첫 리그 연승,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은 제주도에서 귀한 선물을 얻었다.  


# 날씨와 플레이 스타일


요즘 한 여름답게 매우 덥다. 기온과 습도 모두 높기 때문에 선수들은 경기 중 위에서 찌고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 속에서 뛴다. 경기의 속도감을 향상 시키기 위해 잔디에 물을 뿌리지만 경기가 진행되다 보면 그 물기가 증발하여 생기는 열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한다.     


늘 그렇지는 않으나 보통 공 점유율이 높으면 상대보다 힘을 덜 사용하게 된다. 공 점유율이 상대보다 높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즉 주도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공만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공을 오래 갖고 있으면 수비하는 시간도 그만큼 적어진다. 그래서 공격과 수비는 하나의 개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상대 선수가 적은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갖고 있는 것은 영양가 있는 점유율이 아니다. 상대의 힘을 빼는 동시에 위협적인 전개를 하려면 결국 상대 진영에서 공을 오래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축구 오락처럼 클릭과 드래그 한 번에 곧바로 전술 수정의 효과가 나기는 어렵다.     


제주 전에서 서울은 전반전 높은 공 점유율을 유지했다. 두 명의 센터백 사이로 오스마르와 주세종이 번갈아 내려와 공격 지도를 그려나갔다. 제주는 이 시기 대부분 팀들처럼 수비 시작점을 하프라인으로 설정했다. 30도, 습도 80%에 육박하는 요즘 시기에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만큼 무모한 팀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프라인까지 서울은 비교적 편안하게 플레이를 전개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하프라인부터 수비를 시작하는 만큼 제주의 수비 블록은 매우 견고했다. 특히 중앙 지역은 잘 압축되었기에 무리한 전진 패스는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답은 측면에서 찾아야 했다. 미드필드(Mid-field)를 거쳐 파이널 서드(Final-third : 경기장을 크게 3등분으로 나눠 공격지역 1/3을 뜻함) 지역까지 전개되는 서울의 과정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상호, 윤일록 등 윙어들이 측면 갚은 지역에서 공을 잡았을 때, 서울의 고민이 느껴졌다.

양쪽 측면을 책임진 이상호(좌) 윤일록(우)

기술과 콤비네이션 능력이 우수한 이상호와 윤일록은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측면에서 공을 받는 모든 상황마다 공격적인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일대일 돌파나 원투패스 등 콤비네이션이 성공하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만 실패할 경우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측면 공격력이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어렵게 측면 깊은 곳까지 가서 다시 백패스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운영이 반드시 소극적이고 나쁜 게 아니다. 무리한 공격 시도로 공을 쉽게 뺏기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백패스로 다시 공격 타이밍을 찾는 것이 낫다. 점유율 높은 팀이 상대 지역에서 공을 빼앗기면 그 위치에서 최대한 빠르게 수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역습을 차단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짧은 시간 동안 최대치의 폭발력을 발휘하는 스프린트 동작이 많아진다. 스프린트 수가 많을수록 체력은 빨리 떨어진다.


영상 : 이상호의 결승골

서울의 윙어들은 바로 그 선택을 잘 해야 했다. 측면 깊은 지역에서 공을 잡았을 때, 공격적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할 것인지.     

전반전 추가 시간 윤일록과 이상호의 합작으로 터진 골은 요즘 같은 날씨에서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박주영

 

85년 생, 우리 나이로 서른셋.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 서른이 넘으면 부상이나 슬럼프 등 어떤 좋지 않은 상황 이후 다시 폼을 향상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예전만큼 빨리 올라오지도 않고 그 과정에서 다른 부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K리그로 돌아온 이후 가장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 후반전 한차례 공격 전개 때 긴 거리 스프린트 에도 편안하게 호흡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뿐만 아니라 후반 23분, 데얀과 교체 아웃될 때도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 박주영은 지금 체력적으로 준비됐다.

영상 하이라이트 : 박주영의 선제골


그러다 보니 기술적인 능력이 잘 발휘되고 집중력 또한 높다. 선발로 나와 경기장을 누빈 68분 내내 박주영은 높은 수준의 영향력을 선보였다. 전반 11분 환상적인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전 공격 전개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직접 깊게 내려와 방법을 모색했고 공격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몇 차례 선보였다. 무엇보다 최전방 위치에서 공을 잘 연결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의 소유권을 지켜냈다.


박주영이 헌신하고 있다.

박주영이 감각적인 선제골을 득점하는 순간.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의 인터뷰처럼 21라운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박주영이었다.



# 수비라인  

  

하대성과 이명주의 부상 때문에 오스마르는 당분간 미드필더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스쿼드 내에 센터백의 숫자가 부족한 건 아니지만 황선홍 감독의 머릿속은 늘 복잡할 것이다. 제주 원정에서 황선홍의 선택은 젊은 유닛, 황현수-김원균이었다. 그리고 두 센터백의 활약은 준수했다.


물기 때문에 미끄러운 그라운드 컨디션 속에서 멘디와 마그노로 이루어진 제주의 높이와 파괴력에 잘 대응했고, 후반전 윤빛가람 투입 이후 바뀐 제주의 공격 스타일에도 커뮤니케이션과 커버를 부지런히 진행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불안요소가 있다면 오히려 골키퍼 포지션이었다. 여름 들어 기회를 잡은 양한빈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며 황선홍 감독을 편안하게 했지만 이 날 만큼은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작은 패스 미스가 발단이 된 전반전 41분 위기 상황과 경기 내내 몇 차례 발생한 크로스 대처 능력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영상 : 제주 이창민의 슈팅을 막아내는 양한빈 골키퍼

경기 중 골키퍼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필드 플레이어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진다. 그 부분을 상대가 파악하면 전략적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몇 차례 잔 실수에도 서울 수비진과 골키퍼 포지션 사이의 신뢰는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 중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는 선수가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 포지션에 종종 있다.

양한빈은 다행히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이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이번 시즌 두 번째 연승으로 서울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음 주 인천과 전북 전을 마치면 열흘 정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여전히 날씨는 무덥고 만만한 상대도 없다. 다음 주 경기에서 최소 승점 4점을 챙길 수 있다면 이번 시즌 가장 좋은 흐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인천과 전북은 다른 스타일의 팀이지만, 서울은 분명 제주도에서 좋은 힌트를 찾아낸 것 같다.



영상: 제주 1-2 FC서울 경기 하이라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FC서울도 꽃길을 걷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