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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티포럼 Jul 24. 2017

[김태륭 칼럼] "신경전, 그 미묘함에 대하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FC서울 v 전북 현대 매치 리뷰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전반 24분. 사진 제공 : FC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초반 30분을 견뎌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의 인터뷰에서 ‘변수’에 대한 화가 느껴졌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만큼 팬들의 관심을 끄는 서울과 전북의 이번 시즌 세 번째 ‘전설 매치’의 흐름은 전반 25분 주세종이 퇴장당하는 순간 전북 쪽으로 기울었다. 

       

FC서울 선발 명단
전북 현대 선발 명단

# 신경전


이번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양팀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8라운드 맞대결, 서울의 2-1 승리는 전북에게 평범한 패배 이상의 스트레스를 제공했다. 두 팀 모두 연승의 상승세, 하지만 전북은 최철순과 로페스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경기 초반 전북의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경합 상황마다 적극성을 보였고 수비 상황에서 접근하는 속도도 빨랐다. 마치 지난 맞대결의 패배와 결장 선수들이 있는 상황이 오히려 전북 선수들을 강하게 응집시킨 듯했다. 경합이 자주 발생하면서 신경전도 벌어졌다. 특히 고요한과 김신욱은 플레이가 끊긴 후에 몇 차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김신욱(전북)과 고요한(서울), 사진 제공 : FC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축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멘탈은 결국 정신력인데, 축구에서 말하는 정신력의 범위는 꽤 넓다. 이 악물고 죽기 살기로 뛰는 것, 강팀 또는 약팀을 상대할 때 동일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 경기 중 발생한 실수에 의연히 대처하여 극복하는 것, 상대의 어떤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까지 모두 정신력에 해당된다. 경기를 하다 보면 신경전은 비일비재하다. 농구의 트래쉬 토크처럼 말로 상대를 자극하기도 하고, 가벼운 경합 상황 때 은근슬쩍 불쾌한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신경전이 동기부여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상대의 트래쉬 토크에 자극을 받아 힘을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FIFA 경기규칙에 12-3에 따르면 ‘공격적, 모욕적 또는 욕설적인 언어를 사용 그리고/또는 행동을 한 경우’ 퇴장성 반칙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심이 경기 중 22명의 모든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런 신경전이 경기 변수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제공 : FC서울

90분 동안 선수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의 감정은 90분 동안 격렬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시한폭탄 같지만 큰 사고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선수도 있고, 멀쩡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선수도 있다. 큰 경기일수록 신경전도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위험 요소가 적었던 선수가 오히려 변수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평소에 플레이가 침착했거나,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거나, 그런 선수들이 갑자기 송곳처럼 삐져나온다.


이 날, 주세종이 그랬다.

전반 24분, 팔꿈치 가격으로 퇴장당하는 FC서울 주세종

# 퇴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서울은 후반전에 승부를 걸 계획이었다. 7월의 마지막 경기, 중요한 전북 전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치밀하게 경기를 준비했을 것이다. 시간대 별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교체 카드 활용에 대한 계획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전 퇴장은 구상에 포함시키기 힘들 뿐 아니라, 포함시키더라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축구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면 그룹별로 주제를 정해놓고 토론을 하는데 이 주제는 늘 강습생들을 곤란하게 한다.     

퇴장을 당한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주세종
‘한 명이 적은 상황, 0-1로 팀이 뒤지고 있는데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 것인가?’    


상대보다 한 명이 적어지는 순간, 감독이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매우 좁아진다. 주세종의 퇴장으로 서울은 곧바로 4-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 서고 윤일록, 오스마르, 고요한, 윤승원이 미드필드를 구성했다. 강한 상대, 더운 날씨, 숫적 열세까지 서울에게는 아직 65분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한 명이 적으면 과연 무엇이 힘들까

우선 상식적으로 전방 압박을 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4-4-1 형태로 하프라인 밑에서 블록을 만들어 수비에 집중한다. 사실 한 명이 적어도 마음먹고 내려앉아 블록을 잘 만들면 견고한 수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 작업이 너무 제한된다는 것이다. 전방에 위치한 한 명의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해도 빼앗길 확률이 높기에 미드필더들은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기 어렵다. 공격수에게 접근했다가 빼앗기는 순간, 전진한만큼의 거리를 빠른 속도로 되돌아 가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비 성공 이후에 공을 공유하는 것도 어렵다. 공격으로 전환되는 순간, 상대의 압박이 시작될 텐데, 그것을 벗어나려면 패스 각도가 다양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 명이 적은 상황에서는 한두 곳 이상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한 명이 적은 팀은 점점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한 번의 액션이 끝난 이후 호흡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게 된다.    


공 없이 수동적으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체력은 빨리 떨어진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지면 스킬을 발휘하기 어렵고 동시에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전북의 이재성, 이동국이 후반전 연이어 득점한 장면을 보면 그 어떤 서울의 선수도 전북 선수보다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이상호, 데얀, 코바를 연이어 투입하며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 팀 밸런스를 깨면서 많은 수비적 리스크를 감수했지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데얀과 코바의 개인 능력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추가 시간, 코너킥에서 데얀의 골이 터졌지만 그만큼 서울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축구에서 ‘한 발’의 차이는 크다. 선수 한 명의 한 발, 즉 1미터 움직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 그런데 더운 날씨 속에서 서울은 25분 만에 중심 미드필더를 잃었다. 남아 있는 10명이 감당하기에 65분은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사진 제공 : FC서울 (최승규 명예기자)

# 7월 마무리


바빴던 7월이 끝났다. 4승 2패, 포항, 제주, 인천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이번 시즌 첫 리듬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흐름은 다시 한번 끊겼다. 하대성, 이명주가 부상당한 상황에서 고요한의 역할이 빛났고, 데얀과 박주영의 감각은 여전했으며 김원균에게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5위. 조금은 애매한 위치다. 4위 제주와 3점 차, 승점이 같은 강원을 제외하면 7위 포항과는 5점의 차이다. 이제 일정은 8월로 넘어간다.


FC서울에게 전북 전 결과는 아쉽지만 퇴장 변수에도 불구하고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 연승은 끊겼지만 트래쉬 토크의 긍정적인 면처럼 이 변수가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서울 vs 전북 경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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