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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티포럼 Aug 07. 2017

<김태륭 칼럼> 서울, 공중볼 그리고 카운터

올스타 휴식기 이후 나타난 서울의 경기력, 그리고 다가온 슈퍼매치


이번 시즌 대구와 세 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주말, 서울은 대구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대구를 상대로 2 무 1패, 현재 서울과 대구의 리그 순위를 생각한다면 서울은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서울은 올 시즌 리그에서 일곱 번 패했는데 그 속에는 하위권에 위치한 상주, 대구, 광주 전도 포함된다. 7월, 3연승을 비롯하여 그토록 원하던 리듬을 탈 수 있었지만 패배보다 쓴 무승부가 지금까지 서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승이 멈춘 지난 23라운드 전북 전 패배는 짧은 올스타 휴식기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진 강원 전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끝까지 발휘한 의지로 만든 승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구 전 은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승점을 따내야 할 경기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서울은 계속해서 실점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골을 내준다.


스플릿 결정까지 이제 여덟 경기. 다음 경기는 7경기 무패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이다. 여전히 서울의 팀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서울 팬들은 앞서 열린 두 번의 맞대결에서 패하지 않은 기록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 공중볼은 용기 있는 자가 얻는다.


서울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강원과 대구를 상대로 1승 1 무를 기록했다. 총 3골을 실점했는데 두 경기 모두 곽태휘-황현수 가 센터백을 구성했다. 이번 시즌 서울 스쿼드에 이름을 올린 많은 센터백 중 핵심은 베테랑 곽태휘다. 하지만 제공권과 대인방어 능력으로 대변되던 곽태휘는 이제 다른 수식어로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구의 두 골은 모두 코너킥에서 비롯됐다. 세트피스와 공중볼은 이번 시즌 고비마다 서울을 잡아채고 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가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 같은 공중볼을 경합하더라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 2-2 대구 골장면


공격은 날아오는 공을 주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크로스의 속도, 공의 회전 방향에 집중하여 빠른 속도 변화를 통해 공과 머리가 만나는 타이밍을 잡으면 된다. 근처에 있는 수비의 위치는 결코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수비는 복잡하다. 우선 고려대상은 상대 공격수, 즉 사람이다. 상대 공격수를 자신의 수비 범위 안에 두어야 하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날아오는 공도 확인해야 한다. 공격수의 움직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야 하기에 반응 역시 빨라야 한다. 최근 곽태휘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스텝 하나의 차이로 프리 헤더와 경합 상황이 갈리는데 30대 베테랑 선수에게 반응력의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족한 반응력을 조금이라도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상대 공격수들의 교차적인 움직임으로 마크 상대가 바뀌는 것을 대비해 동료 선수들과 끊임없이 큰 소리로 소통해야 한다. 위치 선정 역시 소통에서 시작된다.


"자기 꺼 이름 불러!"


지난 라운드, 코너킥 상황에서 선수들의 음성이 마이크를 타고 그대로 흘러나왔다. 자신이 맡아야 할 선수의 이름을 불러, 수비 조직과 집중력을 향상하는 방법이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수비수는 결코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없다. 한 가지만 해도 되는 공격수에 비해 수비수는 3~4가지 요소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간결하고, 크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공격수나 수비수 모두에게 공중볼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누구나 헤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공이 뜨는 순간 망설임이 적은 쪽이 공중볼 경합의 승자가 된다.

이번 시즌 서울이 공중볼로 실점한 몇 장면이 기억나는데, 선수들 꽤 망설이는 것 같더라.



# 카운터의 조건


하대성, 이명주, 송진형.

서울 팬들이 당장 건보고 싶지만 당분간 볼 수 없는 선수들이다. 회복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복귀하더라도 이번 시즌에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활용 가능한 카드는 오스마르, 고요한, 이상호, 주세종 그리고 임민혁이다. 쉼표 없이 달리고 있는 오스마르의 체력이 불안 요소이지만 고요한과 전북 전 퇴장 징계에서 돌아올 주세종은 경기에 대한 갈증이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출전은커녕, 벤치에 앉는 것 만으로 진이 빠질 수 있다. 모든 포지션이 힘들지만 전환 상황이 많은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이런 날씨는 특별한 어려움이다.

이번 시즌 서울의 평균 볼 점유율 54%. 하지만 높은 점유율만큼 상대에게 카운터도 많이 허용했다. 지난 강원 전처럼, 후반 30분이 넘어가면 모든 팀들의 수비, 미드필드, 공격 간격이 벌어진다. 하프라인 위에서 공을 갖고 있더라도, 전진 패스와 횡 패스의 타이밍을 잘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잘 구분되지 않으면 거기서 곧바로 공 소유권을 잃게 되고 치명적인 카운터를 허용하게 된다.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구성과 별개로, 적어도 이 세 명은 같은 상황에서 어떤 리듬으로 공을 전개시킬 것에 대한 생각이 같아야 한다. 그래야 힘을 효율적으로 몰아 쓸 수 있다. 최근 흐름이 좋은 수원을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수원은 곽광선, 구자룡의 수비부터 이종성, 최성근의 허리, 조나탄의 공격까지 가운데 코어라인이 매우 튼튼하다. 하지만 서울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균형을 잘 맞춘다면 시즌 평균인 54% 이하의 점유율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도 요즘 카운터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서울 3-1 강원 카운터 득점장면

축구 만화처럼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낮춰 역습을 노리는 방법은 현실에서 반영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수원을 상대로 서울이 평소보다 무게감을 조금 뒤에 두고 경기를 운영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훌륭한 카운터가 이루어지려면 몇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1. 전방 유닛이 움직이는 타이밍

2. 후방에서 연결되는 킥의 질

3. 퍼스트 터치와 속도

4. 반대편에 추가되는 한 명의 동료


생각해보면 현재 서울이 다 해 낼 수 있는 요소들이다. 먼저 카운터 킥을 받을 수 있는 유닛은 코바와 윤일록이다. 두 선수는 1번과 3번 부분에서 강점을 보인다. 2번은 좌우 풀백이나 수비 상황에서 오스마르도 해 낼 수 있다. 카운터는 한 장면에 2명, 많게는 3명만 관여해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4번의 역할은 이상호가 훌륭하게 해 낼 수 있으며 최근 상대 수비수조차 좀처럼 덤벼들지 못할 만큼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위협적인 데얀도 있다.


또다시 슈퍼매치가 다가왔다. 지난 6월 대결을 앞둔 당시의 흐름도 서울보다는 수원이 나았다.

이번에도 역시 불안요소는 서울 쪽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두 달 전보다 훨씬 덥다. 이런 경기 외적인 요소를 전략에 잘 반영시키는 쪽이 슈퍼매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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