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소개
Sports Movie Describe의 줄임말, describe란 묘사하다 또는 설명하다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스무디 에서는 스포츠 영화를 찾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013년 미국에서 개봉한 '트로피 키즈'엔 4명의 아빠와 1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이들은 운동선수인 자녀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8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9개의 사업을 꾸렸던 스티브는 아들 데릭이 농구에 재능 보이자 사업을 모두 접고 아들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3~4명의 코치를 붙여주고 모든 훈련과 시합을 쫓아다니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데릭과 같은 팀인 이안은 아버지 존에게 직접 개인 코치를 받고 있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존은 학창 시절 자신보다 운동을 잘한 친구들은 모두 아빠에게 코치를 받아서 라고 생각한다. 이안은 그런 불행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코치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 미식축구 선수인 저스터스는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와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아빠인 조쉬는 엄마와 함께 자란 저스터스가 여자 아이 같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 살며 코치를 받아야 남자다운 선수가 될 수 있다며 집으로 데려와 직접 코치를 하고 있다. 8살의 주니어 골프 선수인 아마리의 아버지는 모든 훈련에 함께하고, 시합이 있을 땐 직접 캐디를 맡고 있다. 타이거 우즈는 맞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안드레는 시대가 바뀌어서 때리지 못한다며 한탄을 한다. 시합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아마리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을 하곤 한다.
쌍둥이 테니스 선수를 둔 제이미는 아들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강해질 것을 주문한다. 이 다섯명의 부모가 원하는 것은 자녀들이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성인이 되었을 때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교육관에 자녀들이 따라주길 원하고 그들의 독립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 스티브와 존은 자신의 자녀를 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팀의 동료와 감독에게 아무 거리낌없이 비난과 욕설을 내뱉는다. 결국 경기장 출입을 금지 당한다. 스티브와 조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학교에 압력을 행사해 감독을 사퇴시키기에 이른다.
사실 이런 열정적인 부모들은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학생 선수들이 함께 운동하는 선배 또는 코치나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폭력들은 대부분 코치나 감독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헌데 적지 않은 코치들이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 피해 학생의 부모가 원해서 그랬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지난 7월 2017년 시흥시장배 복싱대회에서 벌어진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복싱협회의 심판은 개체량을 하던 중 같은 고교 선수 2명의 허벅지에 생긴 멍을 본 뒤 선수들이 코치에게 체벌을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학교폭력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코치는 학부모가 시켜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고, 이를 뒷받침하듯 선수의 부모는 "내가 내 자식 사람 좀 만들어달라고 때려달라고 했는데, 왜 문제화시키느냐"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해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을 증거로 제출한 것을 성추행이 아니냐며 문제 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ᅠ
감독은 6명의 어린 선수와 그들의 부모를 쫓아다니며 1년간의 한 시즌을 담아낸다. 영화에 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부모이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어린 선수들이 1년간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초점을 맞춰간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선수가 부모에게 혼날 것을 걱정하는 모습, 자신에게 신경쓰지 말라며 짜증내는 선수의 모습 그리고 끝내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까지. 가장 심각한 모습은 부모가 쓰던 욕설을 그대로 따라하는 어린 선수의 모습이었다.
영화 중간 저스터스는 방학을 맞아 조쉬와 함께 엄마 셸리가 살고 있는 시애틀로 향한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조쉬는 저스터스의 이성교제가 운동에 방해가 된다며 크게 꾸짖는다. 셸리는 조쉬에게 아이를 그런 식으로 꾸짖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오히려 아이를 감싸선 안된다며 화를낸다. 집에 도착한 뒤 셸리는 인터뷰에서 "미식축구를 하는 게 남자의 전부는 아니에요, 그런 남자가 될 필요는 없어요. 전 저스터스에게 아이로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한다. 조쉬를 비롯한 영화에 나온 5명의 부모와 '내 자식 사람 좀 만들어 달라던' 부모들이 꼭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에겐 아이로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ᅠ
글쓴이 : 이재환
레저스포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진학예정, 2015년에 몸글몽글 1기를 만나고 끊임없이 글쓰기를 시도중이나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 최근 스포츠와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