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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Aug 12. 2019

NO JAPAN운동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질까?


욱일기가 붙은 일본 레이싱 차량(연합뉴스)

18개 나라 총123명 선수가 참가한 대형 모터 스포츠 이벤트가 지난 3일부터 2일간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오금 저리는 굉음을 앞세워 질주하는 경주차 사이로 욱일기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눈에 띄었다. 일본 선수가 탄 이 경주차는 2등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주최측은 부랴 부랴 욱일기를 검은색 종이로 가리며 시상식을 진행했다. 한일 간 역사 문제가 경제문제로 확산된 민감한 시국에 욱일기를 단 경주차가 대한민국 땅을 버젓이 달린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모터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마음속에 또 하나의 반일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일본인들은 욱일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스포츠 계도 NO JAPAN운동 적극 동참


최근 지자체가 소유한 체육시설에서 일본 기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문화 체육시설 중 상당부분이 공공재로써 지자체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물에서 일본 기업 행사를 거부하거나 재심하려는 움직임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행, 음식, 문화, 음악부터 스포츠 계에 이르기까지 NO JAPAN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는 16일 강원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한중일 여자컬링팀 초청 친선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강릉시는 일봄 팀에 별도 초청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경북 체육회 '팀 킴' 2019-20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된 경기도청 '컬스데이' 올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낸 춘천 시정 '팀 민지' 등 한국 여자컬링을 대표하는 빅3가 모두 출전한다. 여기에 일본 1팀, 중국 1팀이 합류해 총 5개 팀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로 한일관계가 악화되자 강릉시는 일본 팀에 별도 초청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반면 중국 하얼빈 대표팀은 그대로 초청한다. 


남녀프로농구 구단과 남녀프로배구단 역시 일본 전지훈련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숙소와 음식 등 스포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일본은 전지 훈련장으로 인기 있는 곳이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기업 친선골프대회를 거부하는 골프장이 늘어가고 있다. 일본계 후원을 받는 몇몇 한국 골퍼들 역시 해당 기업 홍보영상 찍기를 거부하고 나섰다. 컬링, 농구, 배구, 골프 등 스포츠 전 분야에서 NO JAPAN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도쿄올림픽 보이콧 현실화 될 가능성은?


도쿄올림픽은 2020. 07. 24~ 08. 09 총 17일간 개최된다. 야구 등의 일부 종목은 최악의 원전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에서 열겠다는 것이 일본의 계획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고 스포츠를 통한 교류는 지속 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도쿄올림픽 보이콧이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입장에서 한국 선수단 파견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발판 삼아 제2부흥기로 도약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한국 선수단 불참 선언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 선수단 불참에 대한 이유로 방사능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는데 방사능이라는 부정적인 이슈는 불참에 대한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올림픽을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일본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나라가 참석해서 성황리에 행사가 종료 되야 한다. 그런데 올림픽을 불과 11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한국 선수단이 역사경제보복 문제나 방사능 문제를 꺼내 들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도쿄올림픽 보이콧 결정이 쉽지 않다. 우선 도쿄올림픽 보이콧은 경제적 논리를 떠나 메달을 바라보며 수년간 피땀 흘린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회'는 오늘날 시도해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27년 전 현정화 리분희 여자 탁구 남북 단일팀이 가져온 감동보다 공정한 기회가 이들에게 더 중요한 이슈이며 시대정신이다. 올림픽은 비인기 종목이 국내외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인데 이를 위해 수년간 노력한 결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분노는 또다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사태를 돌이켜봐도 도쿄올림픽 보이콧이 얼마나 큰 역풍으로 되돌아 올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양국 간 큰 손해가 예상된다.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 한일전은 축복이다. 인기 종목, 비인기 종목을 떠나 한일전은 다양한 이슈와 관심을 만들어 내며 흥행을 보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대중들의 이슈와 관심은 중계권, 스폰서십, 티켓판매, 기념품 수입으로 이어진다. 올림픽 비용과 사후 시설물 관리에 대한 이슈가 커져가는 마당에 한국선수단 불참 소식은 일본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수 없이 많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탄생하는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뒤로 하고 먼발치서 지켜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한국선수단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은 새로운 냉전시대 서막으로 국제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 발목 잡힐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스포츠는 갈등의 고리를 푸는 최초이자 최고의 수단


이상화와 고다이라, 평창을 녹이다


결론적으로 도쿄올림픽 보이콧은 현실화 되기 힘들다. 지금은 한일 양국이 큰 대립 각을 세우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일 양국에게 큰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정치와 스포츠는 공생해왔다. 정치는 스포츠를 이용하고 스포츠 역시 정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스포츠와 정치는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애초에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국민적 뜻을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스포츠만이 특별하게 취급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스포츠는 갈등의 고리를 풀어가는 최초이자 최후의 수단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 있는 지금 전략적 판단이 그 여느 때 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현재 스포츠 계에 부는 NO JAPAN운동이 향후 올림픽 흥행에 더 큰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신중해야 한다. 늘 그랬듯이 스포츠는 소통의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지금이 스포츠가 가진 평화, 사회통합적인 역할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임을 기억하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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