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엘사&안나)
2019년 기사의 한 귀퉁이에서 수호랑 반다비 2세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창동계올림픽 추억을 간직한 대다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기사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강원도는 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를 강원도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강원도는 수호랑 반다비 2세가 태어났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비슷한 캐릭터를 개발했다. 범이와 곰이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큰 인기를 끈 드림웍스나 픽사 애니메이션 전시회는 아래 3가지를 메인 테마로 삼았다. 바로 캐릭터, 스토리, 월드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첫번째로 '캐릭터'를 꼽은 건 캐릭터가 무기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 세계보다 생생한 '스토리'가 더해지고 이러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월드' 즉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범이와 곰이에게 주어진 과제는 실제보다 더 생생한 그들만의 '월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늘은 전통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 최근 급격히 성장한 '모바일 캐릭터'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부터 탄생한 '스포츠 캐릭터', 지역 특색을 담고 있는 '지자제 캐릭터' 이상 4분야로 한정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오리지널 캐릭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리지널 캐릭터로는 단연 '뽀로로'와 '펭수'를 들 수 있다.
초창기 한국 캐릭터 산업은 해외 유명 캐릭터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디즈니 미키마우스, 카툰네트워크 톰과 제리, 일본 헬로 키티 등이다. 특히, 한국은 일본 캐릭터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파워레인저, 슈퍼 그랑죠, 세일러문, 포켓몬스터 등의 일본애니메이션이 40~50%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 TV 애니메이션 인기는 캐릭터 상품 판매로 이어진다. TV 애니메이션 방영 X 캐릭터 상품 조합은 한국 캐릭터 산업의 비지니스모델로 정착된다. 2000년대 들어 뽀롱뽀롱 뽀로로 등 국산 유아용 TV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캐릭터산업은 유아용 캐릭터시장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지상파 TV 채널이라는 제한된 창구와 제한된 방영 시간은 극소수 캐릭터만이 살아남는 환경이 된다. 이후 미디어가 다변화 하면서 지상파 TV 시청률은 급락했고 TV 애니메이션 시청률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줄어드는 출산율로 인해 영유아 캐릭터 상품 시장은 더 위축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캐릭터가 2019년을 가장 핫하게 달군 '펭수'출연이다.
펭수는 어른이 재밌어야 아이들도 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캐릭터다. 재미있지만 선을 넘지 않는 펭수는 B급 감성을 표방하며 교육방송 EBS의 틀을 깼다. 펭수는 소속은 EBS지만 SBS-MBC-JTBC 등 타 방송사에 출연하며 '방송사 대통합'을 이뤘다. 어린이 시청자들이 유튜브 같은 뉴 미디어를 주로 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자이언트 펭TV'라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2020년 3월 현재 자이언트 펭TV 구독자수는 211만명을 돌파했다. ‘펭수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출시되자마자 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동원F&B등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펭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로 거듭나고 있다.
다음은 모바일 캐릭터다.
대한민국 대표 모바일 캐릭터는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이다.
모바일 캐릭터 산업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이모티콘이 활성화되면서 성장했다.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2010년 카카오가 카카오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톡은 2018년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94.4%를 기록했다. 라인메신저 서비스는 2011년 NHN의 일본 법인인 라인주식회사가 일본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시작했다.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라인메신저 서비스는 현재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약 1억6천4백만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소통 수단이 되었다.
모바일 메신서 산업의 기반이 되는 메신저 캐릭터 역사는 네이버가 2011년 6월 라인을 출시하면서 선보인 '라인프렌즈'로부터 시작한다. 카카오는 2012년 11월 '카카오프렌즈'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라인프렌즈나 카카오프렌즈의 공통점은 캐릭터 마다 성격, 취향, 가치관 등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예로 들자면 수사자 라이언에게 갈기가 없다 던지,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가 잡종 견이라고 설정한 것이다. 캐릭터에서 콤플렉스를 부여함으로써 현실세계 대중들과 동질감 형성했다.
라인은 2013년 10월 서울 명동 롯데 영 플라자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면서 온라인 이모티콘 캐릭터를 오프라인 사업으로 확장했고 카카오가 그 뒤를 이었다. 라인은 2020년 현재 국내에서 약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2014년 4월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 임시 매장을 만들었다. 카카오프렌즈 스토어는 현재 서울 코엑스,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 백화점과 공항에 34개 정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는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모바일 캐릭터는 전 연령층에게 두루 사랑을 받으면서 영 유아로 몰려있는 한국 캐릭터 산업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이러한 변화는 캐릭터시장이 전 연령대로 확대됨에 따라 캐릭터 상품 구성이 기존 TV 애니메이션 기반의 완구, 문구에서 벗어나 생활 용품, 사무 용품, 스포츠 용품, 먹거리 등 다양한 상품 군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2011년 6종에서 2018년 11월 기준 약 6500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존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이나 테마파크theme park를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모바일 캐릭터는 온라인 메신저와 함께 동반 성장하며 오프라인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독특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스포츠 캐릭터다.
스포츠 관련 캐릭터는 국가 이미지 제고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겠다. 국내에서 열린 대표적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는 동하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을 꼽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캐릭터로는 단연 '호돌이'와 '수호랑 반다비'를 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88올림픽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국제행사였다. 88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는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친숙한 호랑이를 모델로 선정해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88올림픽 캐릭터 사업은 흑역사로 기억된다. 호돌이를 활용한 수많은 상품들이 개발되었지만 캐릭터 QC(Quality Control)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관리가 허술했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 지금 남아있는 제품 중에는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힘든 상품들이 많다. 당시 라이센싱 사업자들 역시 대부분 부도처리 되었다. 아쉽게도 당시 사업이 부진했던 원인을 다룬 문헌 정보가 거의 없어서 이유를 추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적 상황과 최초의 머천다이징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낮은 소득수준으로 인한 구매력 부족이나 머천다이징 산업에 대한 노하우(Know-How)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2016년 6월2일 조직위는 평창 마스코트로 수호랑 반다비를 확정 발표하였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Soohoran), 반다비(Bandabi)는 시작부터 수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호랑이와 곰 어디선가 본 듯하다. 조직위는 호랑이와 곰이 모티브가 된 것에 대해 1988 서울 올림픽과 연계한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당시 88올림픽에서는 호돌이와 곰두리가 마스코트로 활용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88올림픽에 대한 향수를 떠올렸다. 실제 호돌이는 성화 봉송과 올림픽 개막식에서 수호랑과 함께 등장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새로운 마스코트에 대해 거부감보다 친근감이 앞섰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호돌이 관련 상품이 다시 활발히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88년 당시 9,900원에 판매되던 호돌이 인형이 30~40만원에 판매된 것이다. 머천다이징 역사상 하이라이트로 기록될 장면은 수호랑과 반다비의 업무인수인계 영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회 기간 내내 수호랑과 반다비가 붙어 있어서 잘 몰랐지만 사실 수호랑(Soohorang)은 2018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이고 반다비(Bandabi)는 2018 동계 패럴림픽의 마스코트다. 해당 업무인수인계 영상에서 수호랑은 사무실로 들어온 반다비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인수인계받은 반다비는 수호랑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비”라고 인사했다. 대중들은 수호랑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던 반다비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패럴림픽 개막식 무대에 반다비가 멋지게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호랑이 반다비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장면은 적어도 캐릭터 스토리 사에 있어 역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캐릭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자체 캐릭터로는 '고양고양이'와 '범이랑 곰이'를 꼽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자체 홍보를 위해 지자체 특성을 살린 마스코트를 90년대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2017년 기준 지자체는 242곳인데 무려 214개 캐릭터가 있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캐릭터는 넘쳐나는데 기억에 남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1980년 후반 일본 지자체와 공공기간에서 홍보용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유루캬라. 느긋하다 는 의미의 일본어 유루이(緩い)와 마스코트 캐릭터를 뜻하는 캬라쿠타(キャラクター)를 합한 일본 신조어다. 캐릭터 산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일본에는 4000여개가 넘는 지역 및 공공기관 캐릭터가 있다. 약10년 전 전 일본에서는 '유루캬라'붐이 뜨거웠다. 주로 지자체나 기업이 홍보를 위해 유루캬라를 선보였다. 일본 전역에 '인형 탈을 쓴 캐릭터'가 등장했고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에 대표적인 유루캬라는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캐릭터 구마모토현의 ‘쿠마몬(くまモン)’이다.
귀여운 외모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쿠마몬은 2010년 3월 규슈 신칸센 개통 이후 지역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스코트로 공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인형탈, 열쇠고리, 롤 케익, 티셔츠, 각종 캐릭터 상품이 생겼다. 쿠마몬 효과는 대단했다. 큐슈신칸센의 중간 경유지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구마모토 현은 쿠마몬을 통해 고속철도 종착역을 구마모토로 바꾸게 된다. 관광객은 2배로 늘었다. 후낫시 역시 쿠마몬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럭터 중 하나다.
후낫시는 138년 7월 4일 후나바시 시에서 태어났고 2000년에 한 번 열린다는 전설의 배의 요정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2014년 후낫시의 방송 출연은 무려 101회, CF는 20개 이상을 촬영했다. 후낫시 관련 굿즈가 쏟아지고 매출은 약 8억 6800만 엔을 기록했다. 후낫시로 인한 경제효과는 8000억 엔(약 8조 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쿠마몬과 후낫시 뒤를 잇는 대표적인 유루캬라로 바리상, 사노마루 등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유루캬라 붐은 해마다 쇠퇴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한때 인기를 얻었던 마스코트 캐릭터들을 유명 배우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이들에 비하면, 쿠마몬 후낫시는 롱 스테디셀러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지자체 캐릭터는 숫자에 비해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악조건을 뚫고 성장하고 있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 경기도 고양시를 대표하는 고양고양이다. 2012년 고양시가 '일산'이라는 지역 명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했던 찰나 고양시를 홍보할 필요성을 느끼고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하자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단순 동음이의어로 탄생한 고양고양이는 지역 주민들 성원을 바탕으로 인기 캐릭터가 되었다. 시정홍보게시물이 방송보다 빨리 전파되고 캐릭터 입을 빌린 게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 글이 되었다. 지자체 캐릭터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2019년 9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상징인 수호랑-반다비 2세가 탄생했다. 수호랑-반다비 2세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강원도 지자체 캐릭터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스토리가 가진 힘은 강력하다. 범이와 곰이 캐릭터가 쿠마몬, 후낫시를 뛰어넘는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로 성장하길 바란다. 범이와 곰이의 도전은 이제 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 큐레이터가 했던 말이 중 "겨울왕국 스토리는 사전에 전체 스토리라인을 미리 짜두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겨울왕국은 엘사와 안나가 가진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안나는 이렇게 행동했을 꺼야 그러면 엘사는 이렇게 반응하겠지? 과정을 반복해 스토리를 수정해 나갔다고 한다. 캐릭터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과 영감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대한민국 대표 마스코트를 연도별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88올림픽 호돌이, 94년 꿈돌이, 2002년 외계인3총사(아토(Ato), 니크(Nik), 캐즈(Kaz)), 2011년 살비(Sarbi), 2003년 뽀로로, 2011년 라인, 2012년 카카오프렌즈, 고양고양이, 2014년 물범 3남매(비추온, 바라메, 추므로), 2018년 수호랑 반다비, 2019년 펭수, 범이랑 곰이 등이다. 개인적으로 호돌이 - 수호랑 - 범이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그렸던 호돌이가 30년이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서 나란히 손 잡고 등장한 호돌이와 수호랑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고 그런 수호가 자기랑 똑 닮은 '범이'를 낳았다고 하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다. 부모의 마음을 담아 범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독자 여러분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떤 캐릭터가 가장 끌리는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