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위기상황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힘들 때일수록 함께 하는 것이라는 '진리'가 무색해 지는 시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긍정적인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사례를 통해 새롭게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1. 피자헛 - 이걸 살리네
2018년 피자헛은 당시 도시 어부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마이크로닷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신제품 '갈릭 마블 스테이크'의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려 했다. 그런데 광고 송출 3일 전 광고모델 마이크로닷이 빚투(빚 Too 나도 떼였다)논란에 휩싸이면서 광고 송출이 어렵게 됐다. 광고계는 오랫동안 이미지전이효과를 노려 당대 인기있는 셀럽을 주로 활용해 왔는데 문제는 셀럽이 스캔들에 휩싸일 경우 해당 브랜드 역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피자헛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한다. 바로 마이크로닷이 노출된 장면을 전부 삭제 하고 스토리보드 스케치 컷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 영상은 기존 완성도 높은 CF촬영분과 광고 초기 엉성한 스케치 컷 간 간극을 극대화 시키며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한다. 삽시간에 각종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위기를 기회로''의 모범답안으로 평가된다. 광고는 총 2편으로 제작되었다. 동아리 편은 조회수 115만회, 부부 편은 조회수 138만회를 각각 기록했다.
아래 두 편의 광고를 준비했다.
- 부부편 -
https://www.youtube.com/watch?v=Q4rl1kZA2u8&t=8s
- 동아리 편 -
https://www.youtube.com/watch?v=lMLRUG8nh8Q
2. 에이비스 렌터카 - 응! 나 2등
마케팅 업계의 바이블인 '포지셔닝'책을 통해 소개된 가장 유명한 일화다. 렌터카 업계에서 '허즈'다음으로 만년 2위를 기록 중이던 '에이비스'는 고심 끝에 다음과 같은 카피를 내세운다. "우리는 렌터카 업계에서 2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고객은 어째서 우리를 이용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라는 광고 문구와 "우리 카운터 앞 줄은 더 짧습니다."라는 센스 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당시 에이비스 렌터카는 13년간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소비자에게 솔직하고 진솔하게 다가간 에이비스 렌터카는 이 광고 이후 매출이 400만 달러가 뛰고, 처음으로 120만 달러의 이윤을 창출했다고 한다. 또한 11%에 맴돌던 시장 점유율도, 35%로 훌쩍 뛰었다.
1등이 독식하는 더러운 세상에 과감히 2등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오늘날 에이비스 렌터카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에이비스 렌터가가 결국 1등 허츠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당시 허츠광고다. "Avis가 렌터카 회사로 Hertz를 마침내 대체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들이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인쇄 광고 캠페인 중 하나에 만족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나쁜 유산이 아닙니다."
3. 현대 카드 - 2등은 유쾌하고 재미있다. 또한 자유롭다.
정태영 사장은 2014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2등 현대카드의 포부’라는 글을 올렸다. “제일 큰 식당, 제일 큰 호텔, 제일 큰 옷집, 제일 넓은 사무실은 우리 2등들이 재미없어 하는 것. 로맨틱한 식당, 편안한 호텔, 센스 있는 옷집은 우리 2등들이 좋아하는 것. 우린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다.”
사실 당시 현대 카드는 2위가 아니었다. 당시 신용카드 이용 실적만 놓고 보면 현대카드는 업계 3위다. 1위는 신한카드(40조8천억 원), 2위는 삼성카드(27조6200억 원), 3위가 현대카드(25조6900억 원)였다. 실제 실적이 2등이 아니라 3등인데 자신이 2등이라고 외치다니 대단한 포부가 아닐 수 없다.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한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KB, 삼성, 현대 카드를 2위 그룹이라고 평가하고 현대카드를 언급하며 2등 전략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정태영 사장은 2등 탈환을 염원하는 '2등 현대카드의 포부'라는 글을 올렸고 대중들은 졸지에 현대카드가 2위 위상을 가진 카드라고 기억하게 된다. 1등에 비해 2등은 자유롭다. 2등은 1등이 가진 중압감에서 벗어나 특정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적어도 특정 영역에서는 1등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4. 사우스웨스트 항공사(Southwest Airlines) - 항공계 이단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업계 최초로 최저가 비용(Low Cost Carrier)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2019년까지 46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기업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미국 내 국내 노선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미국 본토를 투어 할 계획이 아니면 접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부각 되기 시작한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가격규제 완화 정책과 9.11테러로 악재가 겹쳐 수많은 항공사들이 파산한 시점과 일치한다. 오늘날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외생 변수가 터짐에 따라 위기관리에 비탄력적인 기업들이 줄 도산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만이 흑자 행진을 한다. 대형 항공사들도 버티기 힘들었던 위기를 중견 항공사였던 사우스웨스트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비결은 '하지 않는 것'에 있었다.
첫번째, 예매 서비스 시스템을 없애버렸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선착순 탑승 방식을 도입하며 예매서비스를 없앴다. 물론 급한 사정이 있는 승객을 위한 '얼리 버드 체크인(Earlybird Check-in)도 가능하다. 일정 금액을 내면 탑승 우선 순위에 더해 차가/복도 좌석 선택권이 주어진다. 출발 시간에 늦게 도착한 허브 캘러허(Herbert D. Kelleher)CEO를 놔두고 출발해 버린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 일을 광고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Southwest Airlines - 10 Minute Turn, 1982)
둘째로, 기내식을 제공을 포기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국내선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용시간이 짧다. 승객 입장에서는 비용이 싼 만큼 기내에서 음료수 한잔 못 마시는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로, 수하물 요금을 없앴다. 많은 미국 항공사들은 화물 수송을 수익 모델로 한다. 수하물 무게에 따라 25달러~70달러 요금을 추가로 받는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무료 수하물 정책을 실시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슬로건 중 하나인 ‘We love Your Bags’는 이러한 정책을 잘 반영한 메시지다.
넷째로, 지역 중점 허브 공항을 포기했다. 미국은 주 별로 최소 한 개 이상의 공항이 존재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지역 중점 공항이 아닌 주변 작은 공항에 취항하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했다. 예로 댈러스는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이 아닌 러브필드 공항에 취항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지 주민들은 공항에서 집까지 더 가까워서 좋아한다는 후문이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고속버스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고 비행기를 이용 않던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일례로 1978년 댈러스-휴스턴 간 편도 항공권은 59달러. 경쟁사 최저가는 79달러였다.
위기의 순간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처럼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5. 현대차 - 금융위기? 코로나19? 우리가 보장합니다.
“차량 구매 후 1년 이내에 실직할 경우 차량을 반납하시면 됩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부터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2009년 미국 TV에서는 이런 광고가 흘러 나왔다. 현대자동차(Hyundai America)가 미국에서 시작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광고였다.
현대자동차가 아래 조건에 부합하면 고객에게 판매된 차를 되사는 프로그램이다.
1. 실직(자진해서 퇴사한 경우가 아닌 해고 당한경우에만)
2. 해외 근무
3. 자영업자 파산
4. 상해를 입어 장애자가 된 경우
5. 운전면허 취소
6. 사망
하는 경우가 해당되었다.
이 광고를 접한 미국인 상당수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당시는 금융위기로 인해 대량 해고가 줄지어 일어나면서 상당수 샐러리맨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였다. 물론 아래와 같은 조건은 있었다. 차를 반납할 시점에서 남아있는 할부 금액과 중고가 된 자차 가치를 비교하고 만약 중고차를 처분했을 때 지불해야 할 금액이 더 많다면 이 차이만큼 현대 자동차에서 보장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단, 이 금액의 차이가 $7,50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마케팅이 획기적인 이유는 자동차 자체 성능이나 디자인, 가격을 내세운 게 아니라 보험 그 자체를 마케팅 도구로 소구 했다는 점이다. 기존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다양한 효능에서 벗어나 구매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요소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현대차는 이를 계기로 미국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 브랜드로 거듭난다.
최근 현대차는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각각 ‘신안리더(心安礼得·마음의 평온과 다양한 혜택을 드립니다)’ ‘아이신부두안(愛新不斷·사랑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이란 이름의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1년 내 실직이 되면 차를 되 사주는 전략이다.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이 엄습하고 있는 시기에 현대차 마케팅 행보가 주목된다.
이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마케팅 베스트 5를 살펴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희망은 긍정적인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길 바란다.
이상.
글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글과 비슷한 맥락으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스포츠 마케팅 사례 베스트 6> 를 소개했습니다. 스포츠 마케팅도 결국 마케팅으로 부터 시작했죠? 스포츠 관점에서 위기 극복사례를 비교해 보시면 더욱 유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