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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Apr 07. 2020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스포츠 마케팅 사례 6가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위기상황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스포츠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힘들 때일수록 함께 하는 것이라는 '진리'가 무색해 지는 시기다. 하지만 인류는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기회를 찾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은 긍정적인 마음이 그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사례를 통해 새롭게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스포츠 마케팅 베스트 6


1. 소치 동계올림픽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스토리에 스토리를 입히다. feat. 센스는 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일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은 동하계를 통틀어 역대 가장 화려한 개막식으로 회자된다. 러시아는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한때 미국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과거 러시아 영광을 재현하면서 여전히 강한 러시아 이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개막식은 2014년 대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20시 14분을 시작시간으로 정했다. (폐막식도 20시 14분에 진행했다.) 개막식은 2시간 30분 동안 말 그대로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딱 하나 빼고 바로 5개 눈꽃이 퍼져서 오륜기로 변하는 퍼포먼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5개의 고리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고리가 펴지지 않은 것이다. 개막식의 절정이자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망쳐버린 러시아는 전 세계적인 조롱과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올림픽 정도 되는 메가 스포츠는 리허설 장면을 별도로 준비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러시아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현장 중계를 중지하고 사전 녹화한 리허설 장면을 급하게 내보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은 이미 이 장면을 지켜본 뒤였다. 이날 사건의 심각성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 굳어진 표정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륜기를 담당했던 기술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는 두고두고 남을 개막식 흑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했다.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대형 올림픽 오륜기가 경기장 바닥에 아름답게 형상화 됐다. 출연진들은 개막식 당시 기계고장으로 4륜기에 그쳤던 해프닝을 다시 연출했다. 그리고 펼쳐지지 않을 듯 보이던 마지막 링이 마침내 활짝 펴졌다. 전세계 사람들은 큰 환호성을 질렀다. 

러시아 동계올림픽은 전체 예산이 56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전체 예산이 13조 8,000억원 정도였는데 러시아가 올림픽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나라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할 국제 이벤트에서 벌어진 실수를 대담하게 다시 연출하고, 이를 정면으로 돌파한 사례는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를 보여준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2. 슈퍼볼 3쿼터 블랙아웃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미국에서 슈퍼볼은 종교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역대급 화제와 역대급 경제효과를 몰고 오는 슈퍼볼은 미식축구 팬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미국에서는 슈퍼볼 기간만 되면 길거리에 우리나라 편의점 수준으로 각종 머천다이징 샵이 생기고 주요 도로와 공원에 Fan park가 열린다. 고층 빌딩은 슈퍼볼 광고를 위한 좋은 소재로 활용된다. 빌딩 여러 채를 동시에 활용한 슈퍼볼 랩핑 광고(Wrapping)는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은행, 공항, 상점, 레스토랑, 지하철 등)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슈퍼볼 생중계가 어려운 기내에서도 슈퍼볼 관련 소식은 수시로 업데이트 될 정도다. 


슈퍼볼 광고비는 2020년 기준 초당 2억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 이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웬만한 메가 이벤트 개폐막식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하프타임쇼는 2쿼터 종료 후 쉬는 시간에 하는데 공연 팀 대부분은 당대 최고 스타들을 초청한다. 역대 슈퍼볼 하프타임쇼에는 마이클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 어셔, 저스틴 팀버레이크, 스팅, 게이티 페리, U2, 비욘세, 레이디가가 등이 참가했다. 

2020 슈퍼볼 하프타임 쇼 -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

그런데 2013년 슈퍼볼 3쿼터 중간에 갑자기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2013년 슈퍼볼은 뉴 올리언즈 메르세데스-벤츠 슈퍼 돔에서 열렸는데 경기 관계자는 물론 모든 관중들이 당황했다. 35분 동안 경기가 지연된 가운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바로 이때 트위터에 광고가 하나 올라온다. 그 유명한 오레오 광고다. 

YOU CAN STILL DUNK IN THE DARK '오레오를 어둠속에서도 우유에 담가서 먹을 수 있다.'는 재치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 트윗 광고는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당시 이 트윗은 1만 5천번 넘게 리트윗 되었다. 당시 오레오 광고팀(대행사 360i) 15명 정도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카피라이터, 아티스트, 전략가 등 모든 상황에 10분 이내에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고 전해진다. 다음날 Huffington Post는 "일요일 슈퍼볼에서 가장 인기있는 광고는 기존 광고들이 아니었다. 정전 동안 진행된 오레오 광고였다."라고 언급했다. 


이쯤 되면 성공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 임에 틀림없다. 수 억원을 투입한 광고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은 오레오 트윗 광고는 2013년 슈퍼볼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른 오레오 광고였다. 


3. 박항서 제2 성공 신화 스토리


고개 숙이지 마라.


하노이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베트남 축구협회가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 내에는 박항서 감독의 관저가 있는데 2018년 5월 박항서 감독님을 관저에서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TV에서 보는 것처럼 소탈하고 인간미를 물씬 풍겼다. 박항서 감독님과 식사하는 내내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까지 사진과 사인 요청이 들어왔다. 박항서 감독은 싫은 하는 내색 하나 없이 그들의 요구를 친절하게 다 받아주었다. 한국인으로써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 수석코치로 한국 4강 진출 신화를 이뤄내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같은 해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쳤다는 이유로 3개월 만에 경질된다. 이후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에서 각각 코치와 기술고문으로 재직하던 그는 2005년 창단한 경남FC 초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이어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상주 상무 감독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상주 감독 직에서 물러난 후 그를 찾는 팀은 없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은 베트남이었다. 2018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만 해도 그의 성공을 예감한 이는 드물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대한민국 축구가 배고팠던 시절 박항서 감독이 발휘했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먼 이웃나라 베트남에서 박항서 매직이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베트남에서 국민영웅으로 부상한 박항서 감독은 "난 한국에서 루저(loser)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 밝히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일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극적인 반전은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 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 MLB Yogi Berra - 

"고개 숙이지 마라." - 박항서 - 


4. 평창 동계올림픽


신의 한수 '평화'


2012 런던올림픽은 '최초의 소셜 올림픽'이다. 런던올림픽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대중화가 이뤄진 시점에서 열린 대회로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런던 올림픽의 또 다른 이름은 '소셜림픽(Social+Olympic)'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어땠을까? 온 국민 염원을 담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시작은 불안했다. 북핵 이슈, 개폐회식 추위, 폭설, 강풍, 제천 화재와 성화 일정 취소 등이 그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을 선언했다. NHL은 아이스하키 시장이 협소한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참가가 글로벌 시장 확대 측면에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NHL 불참선언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 입장권 판매, 중계권 료 수익감소 등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 올림픽 중계방송사인 NBC가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에선 NBC만이 올림픽을 중계한다. 소치 때보다 24%p 증가한 963만 달러의 금액을 IOC에 지불하고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NBC에는 초상집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북한 참가'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공평한 기회 박탈 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형성되었지만 북한 선수단 참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를 상징하는 대회로 거듭나는데 기여했다. 88올림픽 이후 20년만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입장권 판매율 목표 대비 100.9%라는 성과를 달성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美 NBC 역시 북한 참가로 기사회생에 성공한다.


대중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환경이다. 명확한 컨셉과 비전이 살아있는 대회가 절실한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그 '신의 한수'는 과연 무엇일까? 


5.  무관중 e스포츠 VR생중계


매트릭스 세계가 도래 했나니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업계를 포함한 서비스 업계가 초토화되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 중지된 상황에서 스포츠 컨텐츠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속가능한가? 에 대한 시대적 과제가 스포츠 계에도 엄습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스포츠 컨텐츠는 새로운 기술을 상용화 할 최적의 무대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최근 VR, AR기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게 된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눈을 뜨게 되면서 성장가능성을 이유로 AR에 의해 상대적으로 뒷전이었던 VR기술이 눈에 띈다. 신종 코로나19 확산 탓에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e스포츠는 가상현실(VR) 생중계를 진행했다. 대부분 스포츠 리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될 때 e스포츠는 VR생중계를 선택한 것이다. 

비록 VR생중계 성공여부에 대한 결과는 자료 부족으로 즉각적으로 확인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향후 코로나와 같은 외생 변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ICT기술 활용도 역시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관건은 현장감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데에 달려있다. 오프라인 세계와 같은 온라인 세계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관건이다. 


2019년 9월 5일 하남 스타필드에서 LG U+ 3쿠션 마스터스 대회가 개최되었다. LG U+컵은 2015년부터 LG유플러스가 후원하고 있는 국제 당구 대회다. 이 대회 8강부터는 전 경기 LG유플러스의 VR 콘텐츠 플랫폼인 U+VR 앱을 통해 VR 생중계되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해 본바 아직까지 현장감과 화질에 대한 안정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눈 앞에서 라이브를 통해 대회를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요소이다. 


이제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매트릭스 세계가 어느새 눈 앞에 성큼 와있다.


6. 씨름의 희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다.


이 좋은걸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네.” "이건 그냥 미친 경기다."


2018년 8월 학산배 전국 장사 씨름대회 결승전 유튜브 댓글이다. 유튜브 조회수가 280만을 넘겼다. 댓글만 해도 1만 7천 건을 훌쩍 넘겼다. 이 영상 이후 씨름 관련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거 씨름은 덩치 큰 백두급이나 한라급이 주로 주목 받았는데 탄탄한 몸매와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경량급 금강급(90kg이하), 태백급(80kg이하) 선수들이 유튜브를 통해 재발견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씨름을 소재로 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씨름의 희열'이 그것이다. 씨름의 희열은 '씨름판 프로듀서101', 얼굴은 아이돌, 몸은 짐승, 기술은 현란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회를 거듭할 수록 자체 시청률을 경신했다. 

오랫동안 씨름 대중화에 목말라 있던 대한씨름협회와 텅 빈 관중석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기량을 펼쳐온 씨름 선수들은 유튜브와 지상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씨름은 뉴트로(New-tro) 트렌드를 이끌어가던 2030층의 호기심과 비인기 종목 임에도 꾸준히, 오랜 시간 씨름을 중계해 왔던 KBS 노하우와 합쳐진 수작이다. 물론 씨름의 희열 하나로 씨름이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최근 씨름의 대한 관심이 확 달라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우연'이 다가온 기회를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씨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스포츠 마케팅 사례 6가지를 살펴보았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에드워드 H.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History i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ast and present)"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H. 카는 현재를 거울삼아 과거를 통찰하고,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기존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도전이 허락되는 시기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사례를 통해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무기력하게 사태를 방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힘들어도 너무 힘든 시기다. 과거 그 어떤 사례로도 현 코로나19사태를 대변할 수 없을 정도다. 머라고 붙들어야 하는 상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았다. 힘들 때 일수록 마음을 다 잡고 주위를 살펴보자. 서로 격려하고 희망을 잃지 말자! 기회는 희망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상.


글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글과 비슷한 맥락으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마케팅 사례 베스트 5> 를 소개했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 위기 극복사례를 비교해 보시면 더욱 유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포츠 마케팅 기획법] 탈 스포츠적 사고하기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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